Saturday, August 19, 2017

범죄 드라마 리뷰 2 - 볼 만한 범죄 드라마

어려서 셜록 홈즈, 괴도 루팡 전집을 읽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커서도 범죄물을 즐겨보게 된 듯합니다. 그 동안 즐겨 보아온 범죄 드라마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드라마 하나하나 소개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제가 주목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논해볼까 합니다.

탄탄한 스토리는 기본이죠. 범죄 드라마가 보통 한 두회에 사건 하나를 해결해 나가는게 전통이였습니다. 수사반장이 그랬죠! 제가 최근 즐겨 본 드라마 중에도 그런 예가 있습니다 (Henning Mankell's Wallandar; Setland). 한 시즌이 하나의 사건 해결하는 형식도 있죠. (Paranoid; Marcella; Deep Water; The Bridge). 그 중간도 있습니다. 한 시즌을 끌고 가는 중심 스토리가 있고 소소한 사건들이 해결되는 그런 식으로 말이죠 (Luther). 여러 시즌에 걸쳐 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대형 드라마도 있습니다 (Breaking Bad; Broadchurch; London Spy; The Killing).

어떤 형식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면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죠 (The Killing). 하루를 마치며 맥주 한 잔하며 즐기기엔 한 회로 끝나는게 딱이죠 (Henning Mankell's Wallandar). 하지만 그 긴 이야기가 길다고 느낄 틈도 없이 느껴지는 드라마(Breaking Bad; Broadchurch)를 만나는 것도 행운입니다. 이런 경우 주변 인물들까지 부각될 시간이 충분해 드라마가 좀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인물(보통 형사)에 공감이 가야합니다. 조금씩 그 삶이 보여질 때, 또는 사건과 관련이 있을 때 (Deep Water),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 좋습니다. 삶이 보이고 고민이 느껴지면 마치 오랜 친구의 고민을 훔쳐 보는 듯한 느낌도 들죠 (Marcella; Setland). 특히 부모의 고민이 보이면 반갑습니다 (Setland; The Killing; Henning Mankell's Wallandar). 거칠지만 창호지처럼 약한 내면을 겨우겨우 숨기며 달려가는 모습에 연민이 가는 형사도 있고 (Henning Mankell's Wallandar; River; Paranoid) 영웅심이 없이 쿨하게 일하지만 그래서 더욱 강철같은 형사(The Bridge)를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사람의 깊은 본성인 애정이 그 와중에 들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Luther; River; London Spy). 캐릭터의 성장을 보는 것(Breaking Bad; London Spy)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죠. 그래서 저에게 셜록 홈즈같은 번득이는 천재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예외가 있다면 Luther를 들겠습니다. 왜냐고요? 보세요 :)

현실에서 볼 만한 딱 그런 형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코 The Wire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아주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형사들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캐릭터, 스토리, 배경 등이 현실에 아주 가깝습니다. 미국 사회에 대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죠.

메인 캐릭터와 주변 관계도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형사 끼리 좋은 친구나 파트너로 툭탁 거리는 것도 재밌지만 적당히 긴장이 있는 것(Broadchurch; Hinterland; The Bridge)도 좋습니다. 그 관계가 꼬이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볼만 하죠 (The Honorable Woman; The Bridge; River).

여기서 잠깐. 내맘대로 어워드! 
독특한 형사 어워드는 The Bridge;
독특한 범인 어워드는 The Wire;   
독특한 형사-범인 커플 상은 Luther

시청자들의 심미안이 발달되서인지 촬영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인물을 잡는 각도도 과감해졌습니다. 아름다운 배경을 강조하는 것도 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죠. 뉴욕 같은 대도시를 떠나 어디 시골 구석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Hinterland; Setland; Broadchurch)를 보고 있으면 배낭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한 두 시즌 보고 있노라면 거기 꼭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죠.

Setland는 스코트랜드 영토이지만 문화적으로 노르웨이에 더 가깝다고 하더군요. 언젠가는 가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쓰고 보니 뻔한 이야기네요. 결국 좋은 스토리와 인물, 아름다운 화면이라는 소리이니까요. 훌륭한 드라마들이니 보고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드라마 추천도 완전 환영입니다!



언급된 드라마들:
Broadchurch
Breaking Bad
Deep Water
Henning Mankell's Wallandar
Hinterland
London Spy
Marcella
Luther
London Spy
Paranoid
River
Setland
The Bridge
The Fall
The Honorable Woman
The Killing
The Wire


Friday, August 18, 2017

[세상읽기]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해야 한다

경향신문 (2017.08.10)

지난 6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안 2371호는 북한 총 수출액의 3분의 1가량 타격을 주리라 예상됩니다. 게다가 이달 중순부터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죠. 북한이 추가적 도발을 예고하면서 8월 위기설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 한·미 군사훈련, 북한의 반발, 위기설 증폭 등에도 불구하고 이후 진정국면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한국 시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구 언론에서 연일 뉴스로 다루고 있음에도, 이러한 평온함은 남북이 싸울 수 없는 한반도 현실을 반영한 겁니다.

이와 더불어 반세기 넘게 변하지 않는 현실은 미국의 지배적 영향력입니다. 사드 배치는 가장 최근의 예입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은 한국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정적 요소는 아닙니다. 장사포 등 재래식 무기와 단거리 미사일이 주요 위협이죠. 사드는 이와 상관이 없는 무기체계입니다. 그나마 수도권은 성주 사드 방어권 밖에 있습니다. 사드가 한국 방어용이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안보와 사드를 연결하는 알쏭달쏭한 소리만 쏟아냈습니다. “사드 배치는 나날이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적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 조처”라거나 “잔여 사드 발사기의 조기 배치” 등을 통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시키고자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죠. 앞은 박근혜의 2016년 발언이고 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입니다. 이런 주장이 흐리고 있는 사실은 사드가 미국 방어용이라는 점, 한반도 안보의 정책은 미국 안보와 얽혀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마땅히 꺼낼 외교카드도 없어 보입니다. 금강산 관광은 잊힌 지 오래고 개성공단은 어처구니없게 문을 닫았습니다. 지원을 ‘퍼주기’로 매도하는 정치공세도 사납습니다. 외교라는 것이 줄 게 있어야 하는데 한국이 쥔 것이라고는 헛기침뿐이죠.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코리아 패싱’을 걱정합니다. 북한이 대화의 상대로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을 지목할 만합니다.

이번 ‘위기’가 일상적이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줄 ‘선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과의 평화죠. 북한은 크고 작은 도발로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릴 수도, 이를 유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 무대는 주로 한반도에 국한됐었죠. 이제 미국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굉장히 작은 가능성이지만 그 결과가 끔찍하기에 무시할 수 없죠. 거꾸로 평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핵과 미사일이 발전될수록 북한과 미국은 테이블에 앉을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오랫동안 원했던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미군의 철수입니다. 미국이 이를 당장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죠. 북핵이 현실적 위협이 되는 수준에 오르면 미국은 한국을 지킬 의지가 약해질 겁니다. 북·미 대립이 미국 본토로의 핵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을 지킬까요? 그러지 않을 공산이 있습니다. 북·미 간 타협으로 미군 감소나 철수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커져만 가는 중국 입김이 실리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죠.

설마 싶지만 1979년 중국과 국교 정상화가 되면서 하루아침에 대만을 버린 전력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50년 맥아더 장군이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부른 대만의 가치도 1979년 상황에서는 급락했듯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언제 폭락할지 알 수 없죠.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요? 미군이 없는 한국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만의 국방정책, 자주적 대북외교 프로그램, 지역안보를 넓게 보는 독자적 프레임을 짜야 합니다.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끊이지 않는 군내 인권유린, 만성화된 방산비리, 성조기를 휘두르는 극우. 그 미래를 준비하기는커녕 논의를 시작하기에도 벅차보이는 한국의 모습을 보며 드는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