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30, 2010

OhMyNews [주장] 구차한 개헌 논의, 하루 빨리 끝내자

2010.10.30 16:15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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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구차한 개헌 논의, 하루 빨리 끝내자
남태현 (polisci) 기자

최근 한 토론회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 다만 다음 정권에 가서 개헌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최근의 개헌논의는 집권세력이 그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구차한 발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개헌 논의가 구차합니다. 그 이유를 살펴봅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또 개헌 논의는 유력한 정치인의 소신 피력으로 계속 되다가 서로의 진정성을 매도하며 슬그머니 사라질 것 같습니다. 모두 자신의 정치적 계산만 하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는 것,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면, 또 유권자들은 으레 그려려니하며 쓴웃음을 짓거나 무심하게 넘어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정치적 계산 없이는 이런 논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적 술수를 부린다고 욕하면서 언제까지고 정치인들의 진정성만 논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의 진정성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요즘 말하듯 박정희의 진정성이 복지국가 건설에 있었든 아니든 알 수 없는 노릇이죠. 그보다는 그의 행위, 예를 들어 군사정권의 전통을 세웠다든가 노동탄압의 기원을 열었다든가 하는 것을 보고 그를 평가하는 것이죠. 김대중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다만 그가 한 것, 예를 들어 남북 관계를 개선한 것을 보는 것이죠. 그러므로 누구의 진정성을 알 수 없으므로 반대한다는 식의 주장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는 주장이자, 현재의 개헌 논의가 구차한 첫째 이유입니다.

정치권내 개헌의 논의는 대충 두 안으로 좁혀집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연임제가 그것이지요. 하지만,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총리에게 많은 권한을 내주는 분권형 대통령제도 말이 좋아 분권이지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드골의 프랑스나 푸틴의 러시아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오히려 더욱 거대해 질 수 있습니다.

4년 중임제 또한 한 개인이 행정의 전권을 독점하는 폐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 특히 대권후보들은 이 두 제도를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이러한 식으로는 개헌을 설사 한다해도 우리가 지금 지긋지긋해 하는, 그리고 정작 없애고자 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전횡을 막는 것은 제도적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안들이 문제를 해결할 듯 공허하게 주장되는 것은 현재의 개헌 논의가 구차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제가 없는 제도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합의와 그에 맞는 선택을 함으로써 그 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그의 단점은 모두가 치러야할 값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 사회가 헌법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지난 정치사를 잠시만 돌아보아도 우리네 정치지도자들은 정말 무섭게 싸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방직후에는 서로 폭력과 살인도 서슴지 않았고, 전쟁통에는 국민을 짐승처럼 처단하기도 했죠. 전쟁은 끝이 났어도 전쟁같은 정치는 계속됐습니다. 폭력은 피를 뿌렸고 고문은 비명을 불렀습니다.

수백만 호남사람들은 순식간에 간사한 놈들이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바보가 되었습니다. 광주는 피바다가 되었고, 청송은 생지옥이 되었습니다. 우리네 백성이 믿고 따르기엔 위정자들의 왕좌를 향한 정쟁은 너무나도 서슬이 퍼렇지 않았습니까? 덕택에 우리는 선거랍시고 해도 누가 잘하고 못 하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내 편이냐가 유일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덩달아 우리도 치열한 정쟁에 휘말렸습니다. 이러니 국민은 정말 피곤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편안하고 따를 수 있는 정치, 그리고 그것을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자각이 없는 듯합니다. 현재의 개헌 논의가 구차한 세 번째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런 구차한 논의를 탈피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 빨리, 한 개인의 야심과 무능으로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하는 대통령을 없앨 수 있는, 화합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할 수있는 정치제도를 만드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에겐 정치화합이라는 역사적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