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5, 2019

황교안, 기독교, 종교

“2015년 국무총리로 있을 때 가뭄이 극심했다. 함께 동역하는 분들과 기도를 시작했는데 2주 후에 비가 내렸다. 또 국정의 어려움 중 하나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인데 생명을 살리는 법안인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이 10여년이 지나도 통과가 안돼 기도를 시작했는데 두 달 후에 통과가 된 일도 있었다.”
[양권모 칼럼]‘어대황’이라고, 기독교 근본주의 제1야당 대표의 출현
경향신문 (2019.02.25) 

"잘못된 믿음"이라고 조소할 수 없다. 멀쩡한 교회의 전도사가 아닌가! 그들의 잣대로 보면 보통을 넘는 "진실된 신자"이다.
"개독교"라며 무시할 수 없다. 믿음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는 역사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황교안을 보며, 태극기 부대를 보며 종교의 의미와 문제를 곱씹어봐야한다.
황석영의 <손님>이 생각나는 아침...

Monday, February 18, 2019

미국 정치 이야기 #6, 비상사태 선포

결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했죠.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은 선거 공약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하원을 민주당에게 빼앗기고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장벽 카드를 빼냈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5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승인할리가 만무했죠. 트럼트는 정부를 셧다운하는 벼랑끝 전술을 썼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민주당은 14억 달러를 장벽에 쓰라고 예산을 편성했죠. 트럼프는 마지못해 예산안에 서명했고 또다른 정부셧다운은 피했습니다. 대신 비상사태를 선포한거죠.

비상사태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에 대통령이 선포해왔습니다. 9/11 공격 뒤처럼 말이죠. 그 위기를 공감하는게 보통이여서 정치적 논란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죠.

첫째, 비상사태라고 할 만한 위기가 국경에 없습니다. 국경은 평화롭습니다. 밀입국자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죠. 트럼프가 말하는 테러리스트, 마약 등은 국경을 몰래 건너는 사람들이 아닌 합법적 경로를 통해 몰래 들어오는게 훨씬 많습니다. 즉 위기는 허상인거죠.

둘째, 그 허상 덕에 정작 중요한 위기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가짜라며 폄하하고 총기문제는 완전히 방치하고 있죠. 공화, 민주 모두가 찬성하는 인프라 구축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셋째, 트럼프 스스로도 이 조치가 당장 필요한게 아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장벽을 빨리 지으려고 선포한거다라고 했죠. 그것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그 자리(참 이상하고 기괴한 회견)에서 말입니다. 스스로 위기가 없음을 고백한 꼴이 됐습니다.

넷째, 그나마 트럼프가 하자는 대로 해도 그 장벽은 그가 말하던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굉장한 것이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경은 1954 마일. 그 중 654 마일 (맨 오른쪽 옅은 파란색)은 이미 장벽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통과한 예산 14억 달러로는 55마일쯤 (짙은 파란색) 새로 쌓을 수 있죠.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57억 달러(이 숫자도 한참 오락가락했죠)를 통과했어도 234마일 정도밖에 지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군비를 유용하니 정작 써야될 때 예산이 모자랄 수 있어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특유의 쌩깜을 시전했죠. "학교? 국경이 안전한게 학생들에게도 나아."

다섯째, 헌법상 명확한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조치입니다. 정부 지갑은 의회 고유 권한입니다. 그런데 의회가 돈을 안 쓰니 내가 알아서 쓰겠다는 셈인것이죠. 긴급조치 등 유신정권이나 독재국가에서 흔히 보는 수법입니다. 그래서 미국 정계는 당황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측도 나중에 민주당 대통령이 비슷하게 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죠.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민주당은 두 갈래 대응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의회 차원의 대응입니다. 의회에서 비상사태를 거부하는 안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이 몇명이나 동참할 것인가가 관건이죠. 이게 극복이 되도 문제는 남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의회안을 대통령이 서명해야합니다. 이를 거부하면 의회의 2/3가 찬성해야 합니다. 쉽지 않죠. 두번째, 법원(어느 쪽으로 판결 내던 힘든 결정이 될 전망입니다)을 통해 소송전을 펼지는 겁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죠. 민주당이 직접 할 수도 있고, 텍사스 등 땅을 빼앗길 주민이 할 수도 있습니다. 어째 되건 최종 판결은 대법원까지 갈테고, 많은 시간이 흐를 겁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르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새로운 것도 아니죠. 이런 상황은 쭉 계속돼왔습니다. 지지율도 35%를 왔다갔다 하며 유지하고 있고요. 뭘해도 끄떡없는 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에도 장벽은 시작도 못 했지만 시작했다, 끝을 내자며 정치전을 벌이고 지지자는 환호하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층에게는 잘 먹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화당이죠. 당장 이 년 후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대통령을 따르자니 중도층 표를 잃을 걱정. 거스르자니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충성 후보에 밀릴 수 있는 걱정. 계산이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허풍과 억압으로 정계를 휩쓸고 있는 대통령. 하지만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죠. 그게 뭘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요.

[세상읽기]이쪽 저쪽 편 가르는 ‘부족 마인드’

경향신문 2019.02.07

한국에서는 자기 부족에 충실하고, 어떤 부족에 속하는지 따지는 게 중요합니다. 한 부족끼리는 편의도 봐주고 서로 끌어줍니다. 계약도 쉽고 돈거래도 수월해집니다. 서로 참견과 잔소리도 주고받죠. 내부 위계질서도 중요합니다. 나이, 지위 등 권위가 귀할 수밖에요. 여기서 옳고 그름을 따지다간 큰일입니다. 모난 놈이 되죠. ‘사회성’도 없는 놈이 됩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조심조심,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길들였습니다. 개인으로 온전히 서기가 불안하고 그렇게 서 있는 개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은 그 부작용일 겁니다. 게다가 판단마저 흐려지기 쉽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주장을 교환하기보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게 익숙하니까요. 우리 부족인지 저쪽인지, 우리 부족이면 내 밑인지 위인지 가늠합니다. 그 판단에 따라 옳고 그름마저 달라지기도 하죠.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국 뉴욕에서 공무 연수 중 일행과 스트립바를 방문,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스트립바에 가서 옷 벗은 무희 춤을 즐겼다는 제보가 있었죠. 최 의원은 술집에 갔지만, 계산은 사비로 했다고 맞받았습니다. 공무 수행과 사적 행위의 구분은 따져볼 만합니다. 세금으로 묵은 호텔에서 사비로 술 마시는 것은 괜찮은가? 그렇다면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하는가? 미국과 한국의 술 문화 비교도 해볼 만합니다. 노래방 도우미랑 어깨동무하는 것과 옷 벗은 무희를 쳐다보기만 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성 노동의 소비는 정당한가? 그렇다면 어디까지 정당한가? 하지만 치열하고 건전한 토론 대신 논의는 부족 따지기로 전락했습니다. 최 의원은 제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저쪽 부족이니 믿을 말이 아니라고 말이죠.


Image result for 최교일 의원 뉴욕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관여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까지 됐습니다.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는 1995년에 만들어진 뒤 단일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적이 없어서 충격을 줬죠. 하지만 이 판결은 놀라운 기술 변화에 따른 우리 사회, 그리고 민주체제에 대한 숙제 또한 주었습니다. 누구나 위키피디아, 유튜브 등에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오늘, 이 법을 어떻게, 얼마만큼 적용해야 하나? 댓글 위력이 얼마나 큰가? 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인터넷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당장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죠. 하지만 김 지사와 지지자들은 판사가 속해있다고 추측되는 부족을 도마에 올렸습니다.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을 지냈으며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경력을 지적했죠. 저쪽의 판단이니 객관적일 수 없다며 말이죠.

Image result for 김경수 수감

저쪽의 보복이라는 주장은 여러모로 비생산적입니다. 첫째, 이미 지적한 대로 생산적 논쟁의 기회를 앗아갑니다. 둘째, 주장의 진위 판단이 불가능합니다. 동기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지만 마음속 그것을 확인할 길이 없죠. 그러니 논쟁은 보복이다, 아니다 사이를 맴돌기만 합니다. 자기들 분노 게이지를 한껏 높이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뿐이죠. 문제 해결은커녕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셋째, 치열한 논쟁 대신 부족의 깃발만 가리다 보면 스스로도 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어느 부족에 속하는지 가리기는 쉽습니다. 증거를 살피고 주장을 가다듬는 게 어렵죠. 쉬운 해결책만 좇다 보면 지성은 마비되고 정체성마저도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한인이 많이 사는 미국 버지니아는 정치 추문으로 요즘 시끄럽습니다. 주지사 노덤의 대학 졸업앨범에서 백인테러집단인 KKK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으로 분장한 백인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이들 중 하나가 노덤 주지사라는 의혹과 함께요. 분노가 폭발했고 사임 요구가 거셉니다. 민주당 진영에서도 말이죠. 인종 갈등 극복은 민주당의 주요 과제이고, 그런 만큼 좌시할 수 없죠. 보수 쪽 정치 공세로 볼 만한 정황증거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들먹이는 대신 대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누가 의혹을 제기했건, 그 동기가 무엇이건 민주당 정체성을 위협할 사태임을 직감한 탓이죠.

Image result for VA northam kkk

우리 편 잘못에 적극적으로 침묵하는 부족 마인드는 솔직한 고백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사회 발전에 큰 관심 없어. 우리는 이 정도로 퇴화한 부족이야. 우리는 그 정도 잘못은 잘못으로 보지 않아. 고백을 들었으니 선택을 해야겠죠. 부족 멤버십에 흡족하며 같이 퇴화할 것인가. 성찰하며 앞으로 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