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27, 2017

[세상읽기]트럼프 시대와 남북 평화

경향신문 2017.01.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더 요란했습니다. 미국 전역(토요일 워싱턴DC에서만 50만명)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퍼져나갔고 최저의 지지율(37%)로 취임하는 기록도 갖게 됐죠. 트럼프는 캠페인 내내 여성,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를 조롱했고 인종차별주의 언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무역 정책이 가장 걱정스러운 주제인 듯합니다. 보호무역을 공언했기 때문이죠. 높은 관세로 국내 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고 큰소리도 쳐왔습니다. 실제로 첫 업무날인 지난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명령했습니다. 기존 국제 무역질서를 흔들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역 의존이 심각한 한국으로서는 큰일이죠. 하지만 이것이 발등의 불이라면 머리에 붙은 불길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적개심이 그것입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를 중국의 사기라고 말해서 비웃음을 샀지만 여기서 그의 중국관이 비쳤죠. 선거전 내내 중국 환율정책을 걸고넘어지며 무역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1979년 미·중 외교 정상화 이후 처음 있던 일이죠.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해왔고, 이는 대만은 반란 상태에 있는 중국 영토라는 중국의 시각을 수용해왔던 겁니다. 그러니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였었죠. 게다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 불공정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경고도 보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걱정스러운 것은 중·미 간 긴장이 이미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중국의 힘은 나날이 커져 왔습니다. 경제적 성장은 군사적 팽창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 중 하나는 항공모함 랴오닝입니다. 이달 초 랴오닝 함대는 태평양에 진출해 대만해협을 통과했죠. 대만과 미국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외교력 성장도 눈부십니다. 특히 필리핀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남중국해 영토분쟁 상대국들의 연합전선을 무력화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가만히 있을 미국이 아닙니다. 작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12월 화답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의 외교적 춤사위는 미·일 군사 협력 강화라는 장단에 맞춘 겁니다.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조응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했습니다. 자위대는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지스함, F-15 등 최첨단 무기를 갖추었고 일본 방위비 지출은 세계 6위로 성장했죠. 게다가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을 통해 아프리카에 파견된 일본 자위대가 적극적으로 무기를 사용해 전투를 벌일 수 있게 했습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긴장이 높아만 가리라는 전망은 각국의 국내 사정을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아베와 우파는 숙원이던 정상국가화의 꿈이 중국, 북한과의 대립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직감했죠.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저물어 가는 미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입니다. 서로의 국익이 맞아 떨어지죠. 중국도 물러설 자리는 넓지 않습니다. 중국 공산주의는 민족주의로 빠르게 대체돼왔습니다. 특히 시진핑 정권에서 그 경향은 더 짙어졌습니다. 중국의 부활은 곧 외세의 배척과 이어져 있죠. 미국의 간섭과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좌시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 시점에 하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겁니다.

양측의 대결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멀리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 가까이는 한국전쟁, 군사독재까지 고래 싸움에 배와 등이 다 터져본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고민이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가 고래가 될 수는 없죠. 하지만 새우로 남을 수도 없습니다. 어느 쪽에도 빌미를 주지 않을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한편에서는 사드도 재고하고 주한미군도 위축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발 위협도 누그러뜨려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모두에게 간섭할 이유를 주지 않을 수 있죠. 그 시작은 남북 간 평화이고 그것만이 우리에게 남은 절박한 길입니다.

곧 다가올 대선, 정치인들의 입을 지켜봐야겠습니다.

Monday, January 23, 2017

미국 국립문서기록 관리청 이용하기(1)


미국 국립문서기록 관리청. 무시무시한 양의 정보가 가득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연구자들이 늘 끊이질 않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 절차가 간단치 않은데 이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해볼까 합니다.

우선 현장에 오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사서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죠. 내가 이런 주제로 연구를 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먼저 보냅니다. 그러면 사서가 나름 둘러 봅니다. 원하는 기록을 찾아주는 것은 아니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서도) 대충 맞는 방향을 살펴보는 것이죠. 그리고서 답을 해줍니다. 이런저런 기록을 들여다 보면 좋겠다는 이메일을 합니다. 밑은 제가 받은 이메일의 일부입니다. 

"It is possible that you will find high level U.S. government records relating to XXX in the following collections at the National Archives at College Park:
RG 59 State Department Central Decimal Files, 1945-49, Box 7388 File 895.00
RG 218 Entry UD 4 Records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Geographic Files, 1946-47, Boxes 38-39 Korea
RG 218 Entry UD 47 Records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Chairman Leahy Files, Box 8 Korea
RG 319 Entry NM3 153A Records of the Army Staff Plans and Operations Division. Decimal Files, 1946 - 1948, Boxes 87-89, File 091 Korea
RG 319 Entry NM3 154A Records of the Army Staff Plans and Operations Division. Top Secret Decimal Files, 1946 - 1948, Boxes 20-22, File 091 Korea
Please let me know when you plan to visit us again, so that I can help you request the relevant records."  

자 그럼 일단 시작은 한 셈이죠. 현장으로 가볼까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와싱턴 디씨 근처에 있습니다. 메릴랜드 주립대 바로 옆에 붙어있습니다.

Address: 8601 Adelphi Rd, College Park, MD 20740
Phone:(301) 837-2000
Hours: Open today · 9AM–5PM


차로 가면 가장 편합니다. 위의 지도는 덜레스 공항에서 관리청까지의 디렉션을 보여줍니다. 순환도로를 타고 오면 그리 복잡하지도 않죠. 주차도 무료입니다! 도착하면 경찰 한 명이 아이디를 보여 달라고 합니다. 보여주고 바로 오른쪽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아무데나 세우면 끝. 그리고 들어오던 방향으로 걸어가면 출구가 있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에 들어가서 시큐리티 체크를 하면 일단 진입은 성공. 하지만 연구를 시작하기엔 아직 할 일이 더 있습니다.
일단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곳에 가서 아이디를 만들어야 합니다. 간단한 컴퓨터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서 본인 정보 입력하고 사진 찍고 나면 바로 발급.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 방에서 나와 앞을 보면 가운데 떡하니 엘레베이터가 있죠. (그 오른쪽으로 보면 경비가 있습니다. 연구실은 거기로 들어가죠. 그 오른쪽에는 통로가 있는데 카페테리아로 가는 길입니다.) 엘레베이터를 탑니다. 어디로 가느냐?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갈 수 있는 곳은 지하 뿐이기 때문입니다. 지하는 꽤 넓은데요 오른쪽에 보면 'Telephones and Researcher Lockers'라고 쓴 벽이 있습니다. 그 뒤에 라커가 있죠. 공중전화가 그 벽 뒤에 있었겠죠? 물론 지금은 없습니다. 빈 라커에 짐은 모조리 다 넣습니다. 필요한 것 말고는 전부! 가방, 봉지, 심지어 모자 등 뭔가 쌀 수 있는 것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보면 문 안쪽에 쿼터 동전을 넣는데가 있습니다. 쿼터 넣고 문 닫고 열쇠로 잠급니다. 라커 번호 메모해 놓아야겠죠? 

자 이제 올라가죠. 다시 엘레베이타 타고 일층으로. 일층에 가서 시큐리티에게 가면 카드 보여달라고 합니다. 체크인 하고 컴퓨터 있으면 열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들어가죠. 뭐는 가지고 갈 수 없다면 당황하지 말고 다시 라커로 가서 넣고 오면 됩니다. 그리고 통과하면 정면에 보이는 엘레베이타를 타고 3층으로 갑니다. 자 이제 연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거의 다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