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29,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8 - Secret City 와 Happy Valley

최근 참 다른 두 드라마를 재밌게 봤습니다.

먼저 Secret City (프랑스어 광고)는 호주 드라마로 수도 캔버라에서 벌어지는 정치/스릴러 물입니다. 정치부 기자가 시체를 건지는 장면을 우연히 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이 사건에 정보기관과 정부가 끼여들고 게다가 중국 공작기관도 등장하면서 스케일이 점점 커집니다. 뭐랄까요 그런 면에서 좀 전형적인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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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주인공 기자(안나 토르 분: Mindhunter라는 미국드라마에서 아주 차갑고 이성적인 범죄심리학 전문가로 등장합니다), 야심찬 장관, 중국 보스 등 (사진에 보이듯) 주요 인물이 모두 여자인 점이 눈에 띄였죠. 더군다나 여성으로 성전환한, 주인공의 전 남편인 정보분석관 까지 등장합니다. 뭐랄까요.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있는 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훌륭한 쇼였습니다. 연기도, 가 본적 없는 낯선, 아름다운 도시도 볼 만했습니다. 게다가 태평양, 특히 호주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을 반영한 면에서도 흥미로왔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살짝 아쉬운 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국회 보좌관으로 등장하는 시즌 투가 안 기다려진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이어 본 드라마는 Happy Valley. 영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룹니다. 별 생각없이 홧김에 시작한 범죄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구성은 명작 Fargo랑 굉장히 비슷합니다 (교훈: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 없다; 그럼 다 잘 살게). 덕분에 이른 나이에 할머니가 된, 몸도 잘 듣지 않는 경찰의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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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은 아픔과, 손자, 가족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저 나오면서 우울증도 심각해지는 모습에 너무너무 공감이 가게 됩니다. 너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Happy Valley죠.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면서 주인공은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 미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세상에 그렇게 가슴 아프고 괴로운 일이, 일상이 없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일상을 견디며 살고. 또 그렇게 넘기고. 그게 사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래도 Happy Valley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되는 따뜻한 드라마입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Friday, August 24, 2018

[세상읽기]미래는 이미 도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경향신문 (2018.08.23)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말레이시아 프로축구리그의 이름입니다. 2017년 통계를 보면 총관중이 87만2108명이었습니다. 경기당 평균 6607명이 관람한 셈이죠. 2014년부터 우승을 휩쓸어온 조호르 다룰 탁짐(JDT)의 수치를 보면 작년 총관중이 18만7557명으로 경기당 1만7051명의 관중을 불러모았습니다. 비슷한 팀이 한국에도 있습니다. FC서울로 총관중 수 31만61명, 경기당 평균 1만6319명이었죠. 흥행이 비슷하다 싶지만 속사정은 너무 다릅니다.

서울 인구는 990만명, 수도권까지 합치면 2500만명입니다. JDT의 근거지 조호르바루 인구는 160만명, 조호르주는 300만명 정도입니다. 광역인구를 비교해 보면 서울이 8배 큰 셈이죠. 한국과 말레이시아 축구 열기가 비슷하다면 서울 평균 관중 수가 지금의 8배여야 맞습니다. 즉 13만명이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한국 축구 열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반대로 말레이시아의 축구 열기를 상상해 볼 수 있죠. 한국대표팀이 말레이시아에 진 것이 놀랍지만 예상할 수 있었던 미래가 온 셈이죠.

사실 텅 빈 축구장과 꽉 찬 골프장을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점입니다. 축구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축구 관중 수가 급감하는 것이 이상할 게 하나 없죠. 오히려 이상한 것은 축구 열기입니다. 월드컵 때만 되면 광장이 들어차고 ‘치맥’이 동이 납니다. 평소에 축구에 전혀 관심 없고, 심지어 규칙도 모르는 이조차 온몸을 빨갛게 물들이고 소리를 지릅니다. 축구에 대한 애정은 이미 식었으니 그 열기의 뿌리는 아마도 축구는 아닐 테죠.

이는 민족주의입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동질감,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다는 우월감을 근간으로 하는 민족주의가 그 뿌리입니다. 일제 치하에서는 긍정적 에너지였을지 모르지만 21세기 한국에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민족주의는 우리가 특별하다는 환상을 만들어주는 증거를 필요로 합니다. 양궁, 태권도, 한글, 김치, 첨성대, 직지심체요절, 삼성. 세계 최고, 동양 최고라는 자부심에 감격합니다. 사실 세계 어디를 가도 자랑스러운 유물과 전통 없는 나라는 없죠. 다들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즉 아무도 최고는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은 중요치 않죠.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고인 것만 자랑스러워할 뿐 그 배경인 고려말 불교의 망국적 행태는 논하지 않습니다. 당시 구시대의 유물이었던 직지심체요절과는 반대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유럽 전체의 사회적, 정치적 변혁을 일으켰죠. 하지만 ‘우리가 더 빨랐다’는 데에만 만족해할 뿐입니다.

민족주의는 남을 비하해서 우월감을 충족시켜주기도 합니다. 똑같은 동포라도 미국에서 오면 교포고, 중국에서 오면 조선족이 됩니다.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인이 아니면 누구라도 낮게 보죠. 심지어 미국인도 흑인은 ‘깜둥이’라고 비하해 부릅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는 무자비합니다. 선장은 선원을 바다에 빠뜨리고, 농장주는 노동자 가슴팍에 니킥을 날립니다. 성추행도 다반사고, 다치면 버려집니다. 휴일·휴식도 제때 보장하지 않고 임금체불도 흔하죠. 심지어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권력기관에 의한 폭행과 불법감금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가게에서 나가라고 고함치기도 하고, ‘쟤들은 뭐야’라는 빈정거림은 너무나 일상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집단을 향한 공공연한 증오발언·폭행 등 이른바 혐오범죄를 규제할 법조차 없습니다. 상식과 인권의 차원은 물론 실질적 이유에서도 이래서는 안됩니다. 2013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25만여명. 매해 2만건이 넘는 국제결혼으로 2017년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의 비중은 7.7%. 다문화 학생은 2017년 10만명을 돌파해 5년 사이 2배 증가. 이런 수치만 보더라도 한국은 이민자 없이는 지탱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고갈도 마찬가지죠.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근본적 해결책은 젊은 노동력의 증가이고, 여기에 이민 문호 확대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이민 확대, 이민자 보호, 전반적 노동권 확대 등 정부가 할 일이 산적합니다. 게다가 민족주의적 반대와 두려움과도 다퉈야 할 겁니다. 정책을 마련하고 사회 인식을 바꾸는 노력에도 공을 들여야 하죠. 비정부기관의 활동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국민연금 위기 같은 근본적 위기가 폭발할 한국의 미래는 이미 문 앞에 와있으니까요.

Saturday, August 18,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7 - The Break 그리고 The Forest

우연히 프랑스어로 된 작품을 연이어 보았습니다

The Break (La Trêve) 는 처음 보는 벨기에 작품 (최근 뜨고 있는 벨기에 티브이 시리즈를 다룬 가디언 기사: 시장이 작고 그나마도 여러 언어를 쓰는 사정으로 제한이 많았는데 오히려 그런 점을 독특한 색깔로 승화시켰다는 지적) 이였죠.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보통 시리즈를 보면 형사가 용의자를 찾고 막 추적하다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죠. 반전의 묘미인데요. 이 작품에서는 거의 매 회 그런 반전이 이루어 집니다. 중반 이후로 가면서 이거 어떻게 수습을 하려나 걱정이 될 정도였죠. 조그마한 마을 하나가 다 탈탈 털리는 지경이 되니까요.

아프리카 난민인 희생자가 백인 마을에서 겪는 일을 통해 사회적 모습도 조용히 들어납니다. 하지만 전형적이지는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두 가지가 눈에 띄는데요. 하나는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전 회가 끝날 무렵에 강조된 인물의 꿈이나 환상으로 시작하죠. 거기선 늘 희생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죄책감이 들어나면서 희생자와 어떤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죠. 어? 이사람도? 이런 생각이 들며 흥미를 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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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주인공 형사의 번민입니다. 개인적으로 형사의 내적 갈등이 들어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선악이 딱 구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정말 딱할 정도로 망가지는 형사를 봅니다. 그 고통이 주인공 얼굴에 잘 들어나죠.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가리는 무뚝뚝함으로 마지막에는 터져나오는 고통을 수습해보려는 절규로요. 그 연기(Yoann Blanc: 위키페이지도 제대로 없는, 미국에선 무명인)가 참 인상적입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The Forest (La Forêt)는 벨기에 국경의 프랑스 시골을 배경으로 합니다. 작품 자체는 뭐랄까 그냥 평균작이랄까요. 그런데 이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게 있는데요. 한 등장 인물입니다. 선생님(Alexia Barlier 분)이 등장하는데 범인도 아니고 희생자도 아니고 목격자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참 애매한 위치에 있죠. 그런데 뭔가 있다는 느낌을 처음부터 지울수가 없는, 참 특이한 인물입니다. 은근히 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새롭고 인상적이였죠. 묘하게 매력적인 그 인물이 어떤 과거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한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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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ugust 7,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6 - The Sinner

아주 신선한 드라마를 봤습니다, <The Sinner>. 보통 범죄 드라마는 누가 범인이냐를 놓고 이야기가 펼쳐지죠. 이 드라마에서는 전혀 아닙니다. 첫회, 시작하자마자 누가 범인인지 다 까발립니다. 전혀 여지가 없죠. 시청자 뿐 아니라, 극중에서도 비슷합니다. 살인은 강가 공원에서 사람들이 보는 대낮에 일어납니다. 범인도 자기가 했음을 곧 인정하고요.

문제는 범인도 동기를 모른다는 것이죠. 평범한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들과 수영하러 와서, 아들에게 사과를 깍아주던 채로 갑자기 그 과도로 사람을 죽입니다. 왜?

제목과 첫회에서 곧 들어나듯 종교가 한 몫을 했겠다 싶은 느낌도 들죠. 하지만 충분하지 못합니다. 궁금하죠.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시즌으로 끝나는 형태고 이야기의 전개도 빠릅니다. 너무 산만하지도 않아서 즐기기에 딱입니다. 여자 주인공 Jessica Biel는 좀 낯설더군요. 그런데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하던지! 알고보니 이 쇼의 제작자이기도!!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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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도 참 특이합니다. 결혼의 괴로움과 이를 달래는 방법이 참 ... 독특하죠. 감정이 얼굴에 잘 들어나는 좋은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시즌 2가 방송을 막 시작했으니 어디 뜰러면 한참 기다려야 할듯 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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