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19, 2015

한국일보 : [기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부쳐

한국일보 : [기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부쳐 2015.05.19

2001년 9월 11일 아침을 저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바로 9ㆍ11테러가 나던 날이죠. 저만 아니라 그날 미국에 있었던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미국사회의 충격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만큼이나 심각한 군사적, 정치적 대응들이 뒤따랐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2002년 꾸려진 ‘9ㆍ11 위원회’였죠. 이들이 2004년 내놓은 보고서는 막을 수 있었던 테러를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한 일갈로 유명해졌습니다.

9ㆍ11 보고서가 미국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던 중요한 근거는 바로 이 위원회의 구성원이였습니다. 국가안보의 중요한 일이니 정쟁이 가당치 않다는 판단 아래 여야 인사 5명씩 총 10명으로 꾸려졌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정계의 인사들뿐 아니라 법조계, 군, 행정가 등 다양한 전문가를 포함했죠. 한편으로는 보고서의 전문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신뢰를 얻는, 좋은 보고서로 이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한꺼번에 죽어가는 것을 빤히, 다들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자괴감은 그 충격을 더했습니다. 진상 규명이 그만큼 더 다급한 이유이죠. 하지만 이런 노력을 위한 정부의 시행령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상 규명 대상을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원인 규명에 관한 조사’로 국한해 특별법이 정한 ‘참사의 발생원인…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힌다’는 목적을 축소 내지 왜곡할 수 있어 우려됩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주요직을 공무원으로 채우는 것이죠. 특위 주요 업무를 맡을 사무처 담당자들과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에 공무원이 임명되는 것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이 일 못할 것을 우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걱정은 바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정부는 선박안전 관리, 운행감독을 외면해 대형사고를 낼 토양을 일구었고 세월호 침몰시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을 지나 적절한 대응마저 막았습니다. 책임자의 검거와 조사에도 문제가 많았죠. 정부가 문제의 큰 일부이지만 정부의 수반은 자신의 일이 아닌 양 대응했고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탄압까지 서슴지 않은 것도 모자라 이제 조사마저 그 정부가 담당할 기세인 것입니다.

이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조사하겠다니요. 혹시 정부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고칠 능력과 의사가 있다고 믿는 걸까요? 아니면 혹시나 정부는 스스로의 과오를 감추거나 미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지하갱도 막장 끝까지 떨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보면 국민의 신뢰를 한껏 얻고 있는 정부라 하더라도 힘들 조사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당장 유가족들의 목소리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안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이미 1,000명이 넘는 해외 학자들이 한국정부의 행태를 지적하는 성명서에 동참 했습니다. 한국계 학자들뿐 아니라 동서양 막론하고 세계의 지성들이 우려를 표명했죠. 하지만 정부는 의아한 행태를 고집해왔습니다. 이에 또 다시 학자들의 지적이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들은 최근 새로운 성명서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한 시행령(안)을 정부 시행령으로” 바꾸고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번에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할까요?

박근혜정부가 이제라도 불신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다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유족을 위로하고 미래의 사고를 막는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현 시행령을 즉각 폐기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한 시행령안으로 이를 대체하길 요구합니다.

Thursday, May 14, 2015

세월호 시행령 정부안의 폐지 및 특별조사위원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해외학자 성명서

세월호 시행령 정부안의 폐지 및 특별조사위원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해외학자 성명서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은 안전사회를 위한 구조적 개혁의 첫 걸음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의 온전한 시행은 그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 중요한 첫 걸음을 막으려는 위헌적 위법적 정부 시행령(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하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한 시행령(안)을 정부 시행령으로 조속히 확정해 공포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304명이 꽃다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한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의 헌신적인 투쟁과 양보에 힘입어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었으나 특별조사위원회는 제대로 된 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원천적으로 막는 시행령을 만들어 진상조사를 방해하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는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실종자 수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일부 언론은 유족들이 자신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듯 왜곡하며 유족들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세월호 유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정당한 요구를 차벽과 물대포, 캡사이신을 동원한 폭력으로 억누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진실을 향한 행진, 안전사회를 위한 발걸음을 침몰시키기 위해 앰네스티 인터내셔날이 “끔찍한 수준이었다”고 논평할 정도로 유족들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세월호 비극의 원인과 진실은 객관적으로 철저히 밝혀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안전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한 행진이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침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해외에 있는 교수와 학자들은 박근혜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정부는 현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해야 합니다.
a. 정부 시행령(안)은 특별조사위의 활동범위를 제한하여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에 위반하는, 위법적 시행령(안)이기 때문입니다.
b. 정부 시행령(안)은 잠재적 조사대상인 공무원들이 특별조사위의 활동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여 특별조사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적 시행령(안)이기 때문입니다.

2. 그 대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한 시행령(안)을 정부 시행령으로 조속히 확정해 공포해야 합니다.
a. 이 시행령안이야말로 세월호 특별 조사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3. 아직도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찾고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를 조속히 그리고 원형이 손상되지 않도록 인양해야 합니다.

4.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세월호 유족을 지지하는 해외학자 일동

권경아(미국 조지아 주립대 교수/ Kyong-Ah Kwon, Georgia State University ), 김기선미 (미국 라마포 뉴저지주립대학 교수/ Seon Mi Kim, Ramapo College of New Jersey교수),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 Taehyun Nam, Salisbury University), 남윤주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 교수/Yunju Nam, University at Buffalo,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서재정 (일본 국제 기독교 대학 교수/Jae-Jung Suh, International Christian University), 유종성 (호주 국립대 교수/ Jong?sung You ,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 조민아 (미국 세인트캐서린 대학 교수/ Min-ah Cho, St. Catherine University), 조현각 (미국 미시건주립대 교수/Hyunkag Cho, Michigan State University)

서명을 원하시면, 이곳으로

참고: 2014년 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