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19, 2010

[주장] 남북통일, 해야 하나? 남태현

오마이뉴스 2010.12.1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94742

합동참모본부가 18-21일 연평도 일원에서 해상사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연평도에서 장병들이 해안 순찰을 하고 있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 장병들은 통일이라고 씌여 있는 노란띠를 철모에 두르고들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 젊은 장병들을 통해 정부가 말하고 있는 통일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없습니다.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통일은 최근들어 정부의 화두가 되는 듯 싶습니다. 말레지아를 방문중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통일이 어떤 것인지, 정당성이 있는지를 논하는 목소리는 정부 안팎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남북통일이 정당한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흐르도록 교육 받아온 탓일 겁니다. 통일이란 말이 언제나 가슴 벅차게 들리는 것은, 한민족으로서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갈라져서, 서로 총을 겨누웠고, 덕택에 남과 북, 모두 군사독제하에 허덕인 대중으로선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때문에 통일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선 진지한 토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크지 않습니다. 기껏 있는 토론도, 왜 젊은이들은 통일에 대한 의지가 점점 없어지는가 걱정이다, 왜이러는가, 정도로 머물러왔습니다. 하지만, 왜 통일을 해야하나요?

"외세에 의해 수백년간 지속되온 단일정치체제가 부당하게 남북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이 슬픈 역사는 물론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혼한 부부더러 한때같이 살았으므로 무조건 다시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혼하고 십년 이십년이 지난 부부가 합치는 것, 쉬울까요? 되려 생뚱맞지 않나요? 남과 북은 한때 한나라였지만, 이제는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는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둘은 너무나 다릅니다. 어휘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고, 듣는 음악도 다르며, 쉬는 날도 다르고, 즐기는 스포츠도 다릅니다. 한민족이라고 말하기에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우리는 저들의 주체사상이 우습고, 그들은 우리의 물질숭배가 한심합니다. 한때 한 나라였다는 역사의 기억이 있지만, 그 기억마저 이젠 개개인의 것이 아닌 교과서의 그것으로 남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옛기억으로만으로 합치기엔 남북은 너무나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통일은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많은 분들이 경제적 혜택을 말씀하십니다. 특히 군사비가 적게 들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통일이 됐다고 군지도자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군을 축소할까요?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위해서 군의 자주국방과 현대화를 최대한 방해한 주범들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통일된 나라건 아니건, 이들은 현재와 같이 낭비가 심한 거대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밥그릇과 직결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들에게는 북한이 아니더라도 좋은 변명 꺼리는 충분합니다.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팽창이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고, 다른 쪽에선 일본의 재무장이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통일된 한국이 평화를 추구하게 놔둘리가 만무합니다.

한국 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결국 북한의 싼 노동력을 남한의 자본이 착취하자라는 말입니다. 남한의 재벌들은 쾌재를 부르겠지요. 말도 통하는 양질의 노동자. 가까우니 물류비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남한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를 보면, 통일되 한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보이지 않나요? 갑자기 들어닥친 빈부격차로 인한 그들의 고통은 놀랍고도 뼈저린 것일 것입니다. 또한 남한의 노동자들도 북한 노동자들과 결국엔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질 것입니다. 결국 통일의 경제적 공헌이 있다면, 그것은 남북 민중의 것이기 힘들 것입니다.

"통일은 정치적, 군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특히나 연평도 사태 이후 통일을 더 절실히 원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긴장은 두 나라가 갈라저서 생긴것이 아닙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와 미국으로 갈라지고, 1812년 전쟁을 치루었죠. 하지만 이들은 지금 너무나 가까운 이웃입니다. 말레지아와 싱가포르가 나누어 ?어도 군사적 긴장은 높지 않습니다. 즉, 나라가 나뉘였다는 것이 바로 정치적,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두 나라간의 긴장은 두 나라 지도자들의 정치적 이해가 긴장을 원함으로 생긴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긴장의 완화를 정치적으로 추구하면 원하는 군사적 안정은 찾아집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좋은 예라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두 나라를 합치는 것, 즉 통일이 정치, 군사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희망은 희망일 뿐입니다.

통일은 반드시 평화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요? 되려, 내전으로 한쪽이 완전히 승리해서 상대방을 굴복시켜 통합하지 않는 한, 두 세력은 나누어져 있는 것이 또 다른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통일을 이룬 예맨은 다시 내전을 겪었고, 나눔을 선택한 아일랜드와 영국은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어떻게하면 잘 나눌까하는 문제로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면, 남북이 공존하고 있는 것은 부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돌아 보더라도 평화와 신뢰가 전무한 상태에서 통일의 논의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드리대게 하는 구실 노릇만 하고 있습니다. 북은 남의 흡수통일이 두려워서 전쟁을 준비하고, 남은 북의 적화통일이 두려워 전쟁을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는 곧 남북간 긴장을 높혔습니다. 즉, 통일에의 열망이 오히려 평화를 이룩하는데 방해가 된 셈입니다. 특히나, 천암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의 앙금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의 현정부의 통일에대한 희망어린 전망은 북측을 자극해서 남북간 긴장만 더 높히기 쉽습니다.

남북통일은 필요한가요? 남북통일이 남북간의 평화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요? 캐나다와 미국처럼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같이 번영하는 것, 오히려 더 값지고 더욱 실현 가능한 미래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대통령은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뒤로 하고, 북한을 자극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조롱하기보다는, 남북간 평화와 공영을 모색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