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11, 2016

[왜냐면] 10억엔에 나라 안위까지 팔아넘겼다



위안부 논쟁을 타결하면서 일본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예산은 10억엔, 한화로 약 100억원입니다. 일본이 매해 부담해온 유네스코 예산의 약 10%인 37억엔, 원래 800억엔으로 잡았다 2520억엔으로 커져 문제가 되고 있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정비예산과 비교해도 참 초라한 금액입니다. 일본은 헐값으로 230여명의 등록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한국 정부의 침묵을 사들인 셈이죠.

한국에서는 100억원으로 무엇을 할까요? 내년 예산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00억원이 국가보훈처의 유치원 안보교육 예산으로 배정됐습니다. 대전 서구 공영주차장 건설사업 총사업비로, 내년도 달 탐사 사업에, 부천시 인도 정비에, 내년 영농기까지 용수 부족이 예상되는 저수지 103곳의 정비 등에 각각 100억원이 잡혀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100억원에 팔아넘긴 것이 이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사 문제에 관한 한-일 외교분쟁의 타결은 미국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정치적·군사적 팽창은 태평양 세력의 지도국으로 남고 싶어하는 미국에 큰 도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수밖에요. 2013년 미-일 군사동맹 강화조약,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제주의 해군기지 건설은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한-미, 미-일 공조는 잘되지만 한-미-일 삼각 공조를 꿈꾸는 미국으로서는 답답한 것이 한-일 관계입니다. 역사 문제로 계속 삐거덕거리고 있으니까요.

이런 정세 판단에 미·일이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지난해 4월의 정상회담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동남아국가들의 분쟁을 지적하며, 중국은 대화가 아닌 무력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죠. 바로 이어서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과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0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중국이 국제법을 어기면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처럼 이를 비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협박 아닌 협박을 했죠. 이어 그는 한-일 간 역사 문제 타결이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리고 두달 만에, 몇십년이 지나도 안 되던 타결이 된 것이죠. 당장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식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며 치켜세웠습니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중국은 우리와 멀어질 수 없는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 이미 최대 교역국이고 북한과의 문제에서도 중국의 협조는 절대적이죠. 하지만 대놓고 중국과 각을 세우는 길로 접어드는 형국입니다. 덕택에 한국은 앞으로 펼쳐질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에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단돈 100억원에 팔아넘긴 것은 위안부 생존자들의 명예, 한국인들의 자존심만이 아닙니다. 나라의 안위까지 떨이로 넘긴 것입니다. 

위안부의 문제가 나라가 없어져서 생긴 일인데, 그 처리를 놓고 또 한번 불장난을 치는 정부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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