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18, 2019

미국 정치 이야기 #6, 비상사태 선포

결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했죠.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은 선거 공약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하원을 민주당에게 빼앗기고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장벽 카드를 빼냈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5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승인할리가 만무했죠. 트럼트는 정부를 셧다운하는 벼랑끝 전술을 썼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민주당은 14억 달러를 장벽에 쓰라고 예산을 편성했죠. 트럼프는 마지못해 예산안에 서명했고 또다른 정부셧다운은 피했습니다. 대신 비상사태를 선포한거죠.

비상사태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에 대통령이 선포해왔습니다. 9/11 공격 뒤처럼 말이죠. 그 위기를 공감하는게 보통이여서 정치적 논란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죠.

첫째, 비상사태라고 할 만한 위기가 국경에 없습니다. 국경은 평화롭습니다. 밀입국자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죠. 트럼프가 말하는 테러리스트, 마약 등은 국경을 몰래 건너는 사람들이 아닌 합법적 경로를 통해 몰래 들어오는게 훨씬 많습니다. 즉 위기는 허상인거죠.

둘째, 그 허상 덕에 정작 중요한 위기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가짜라며 폄하하고 총기문제는 완전히 방치하고 있죠. 공화, 민주 모두가 찬성하는 인프라 구축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셋째, 트럼프 스스로도 이 조치가 당장 필요한게 아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장벽을 빨리 지으려고 선포한거다라고 했죠. 그것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그 자리(참 이상하고 기괴한 회견)에서 말입니다. 스스로 위기가 없음을 고백한 꼴이 됐습니다.

넷째, 그나마 트럼프가 하자는 대로 해도 그 장벽은 그가 말하던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굉장한 것이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경은 1954 마일. 그 중 654 마일 (맨 오른쪽 옅은 파란색)은 이미 장벽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통과한 예산 14억 달러로는 55마일쯤 (짙은 파란색) 새로 쌓을 수 있죠.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57억 달러(이 숫자도 한참 오락가락했죠)를 통과했어도 234마일 정도밖에 지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군비를 유용하니 정작 써야될 때 예산이 모자랄 수 있어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특유의 쌩깜을 시전했죠. "학교? 국경이 안전한게 학생들에게도 나아."

다섯째, 헌법상 명확한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조치입니다. 정부 지갑은 의회 고유 권한입니다. 그런데 의회가 돈을 안 쓰니 내가 알아서 쓰겠다는 셈인것이죠. 긴급조치 등 유신정권이나 독재국가에서 흔히 보는 수법입니다. 그래서 미국 정계는 당황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측도 나중에 민주당 대통령이 비슷하게 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죠.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민주당은 두 갈래 대응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의회 차원의 대응입니다. 의회에서 비상사태를 거부하는 안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이 몇명이나 동참할 것인가가 관건이죠. 이게 극복이 되도 문제는 남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의회안을 대통령이 서명해야합니다. 이를 거부하면 의회의 2/3가 찬성해야 합니다. 쉽지 않죠. 두번째, 법원(어느 쪽으로 판결 내던 힘든 결정이 될 전망입니다)을 통해 소송전을 펼지는 겁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죠. 민주당이 직접 할 수도 있고, 텍사스 등 땅을 빼앗길 주민이 할 수도 있습니다. 어째 되건 최종 판결은 대법원까지 갈테고, 많은 시간이 흐를 겁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르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새로운 것도 아니죠. 이런 상황은 쭉 계속돼왔습니다. 지지율도 35%를 왔다갔다 하며 유지하고 있고요. 뭘해도 끄떡없는 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에도 장벽은 시작도 못 했지만 시작했다, 끝을 내자며 정치전을 벌이고 지지자는 환호하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층에게는 잘 먹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화당이죠. 당장 이 년 후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대통령을 따르자니 중도층 표를 잃을 걱정. 거스르자니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충성 후보에 밀릴 수 있는 걱정. 계산이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허풍과 억압으로 정계를 휩쓸고 있는 대통령. 하지만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죠. 그게 뭘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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