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2, 2014

법치와 민주주의

사법계혁은 절실하지만 전문성이 강한 영역인 만큼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창비164 (2014년 여름)호의 대화는 그런 면에서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그 중 일부 흥미로운 부분을 간추려 보죠. -- 김두식 (경북대 교수), 백승헌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전수안 (전 대법관)


백승헌: 민주주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의 사회나 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에서도 ... 법에 의한 통치는 있어오지 않았습니까. 법치주의가 법에 의한 지배만을 말한다면 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붙어 있어야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봐요. 민주주의 시대에 들어와서 법에 의한 지배뿐 아니라 법의 평등, 접 앞의 팡등이라는 개념이 법치주의의 필수요소로 인정되면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지금의 법치주의가 가능해진 것 아닌가 합니다 (195쪽).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이였습니다. 그리고 참 공감이 가더군요. 진시황의 법가통치는 법이 칼이였던 사회였죠. 한국의 군사독제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체제가 들어서면서 법의 칼날을 민의로 길들이기 시작한 것인데요... 하지만 아직 그 길들이기가 진행중이라는 것은 명확하고요. 이런 면에서 법치주의가 민주체제의 밑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 민주체제라는 것의 권력이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법치주의가 법가통치와 구분이 힘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승헌: 법치주의란 어떤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있든, 어떤 사법부 판사가 사건을 담당하든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198쪽) 

말 그대로 법에 의한, 사람에 의하지 않은 통치... 사람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법의 잣대가 사용되는 그런 통치.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 일관성이 커지는 방향으로는 가야하는 것이 맞겠죠. 우리가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삼심제도 그런 면에서 발전이라고 봐야할테고요.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되면서 돌변한 검찰을 보며 제도의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을 것입니다. 법치주의의 길이 멀다는 것을 검찰이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 참 역설적입니다.

전수안: 대의민주주의가 선출된 권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면 법치주의는 권력이 솟아오르는 순간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밖에요 (199쪽). 백승헌: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권력행사가 정당하다는 순환논리에 빠진다면 법치주의는 설 길이 없습니다 (205쪽). 

법은 힘있는 자의 횡포를 막는 것이 그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힘 없는 사람은 법이 있거나 없거나 사실 비슷하거든요. 남에게 해를 입혀도 그 범위가 좁은 것이 보통이고 힘이 있는 자를 두려워 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힘있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들이 입히는 사회의 해악이 크고 범위도 넓습니다. 그리고 두려워할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으니 사회의 근본적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법은 권력자에게 더욱 엄정하게 적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김두식: 누구를 믿느냐는 것은 결국 증명력 판단 문제인데, 한쪽은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되는 사람들이고 다른 쪽은 조직에서 살아 남는 걸 포기한 채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혼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누구를 믿어야 할지가 자명한데 ... (201쪽) 

이런 상황의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혜를 사법부의 관리들이 없는 것은 아닐테죠. 없지 않다면, 어떤 이유로 그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요?

전수안: 그러나 우리 중 누군가가 위조된 증게에 의해 수사를 받고 어쩌면 유죄판결을 받을지도 모르는 사회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요. (204쪽)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은 우리가 그만큼 독재의 과거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 함을 보여줍니다.

전수안: 범인을 모두 기소하겠다는 정의감도 필요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기소하지 않겠다는 정의감도 소중하다는 것을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결국 검찰의 개혁은 검찰 인사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 없이는 어렵다고 봅니다. 공정하고 정의감 넘치는 개별 검사들을 인사권자의 부당한 지시와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221-2쪽).   

김두식: 검사가 판사보다 더 일찍 승진하고 일찍 물러나야 하는 구조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간 상태에서는 현정부 5년 안에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게 아주 중요해집니다. 그러지 못하면 몇년 안에 지금 자리에서 옷을 벗고 나와야 하니까요. 검찰 상층부는 인사권을 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결국 자꾸 무리한 기소를 하게 됩니다. (224쪽) 

그러나 이 개혁의 필요성을 몰랐던가요.. 다들 권력을 쥐면 검찰의 맛에 길들여 지고, 개혁은 뒷전이 되는 것이 보통이였죠. 그러다 정권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 다시 검찰의 눈치를 보게 되고.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맬 쥐가 필요합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