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3, 2016

브렉시트의 정치적 의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명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 국민투표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해리포터의 작가 롤링 등 영국 유명 인사들과 주류 정치인들 사이에서 통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유럽연합 잔류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젊은 층도 분노했습니다. 스코트랜드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독립을 다시 추진해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기도 했죠. 설마 했던 금융시장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미국 달러와 엔화 강세를 걱정하는 국내 분석가들도 심각합니다. 영국 여행을 가야하는데 파운드를 지금 사야할까 고민하는 이도 있고 한국 수출이 덕을 보겠지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투자가 미국, 일본으로 쏠리리라는 걱정도 큽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면 지금 누리는 경제적 특혜--유럽연합 내 무관세 무역, 자유로운 인적, 자본의 이동 등--가 없어지고 금융시장에서 누리는 리더십도 독일이나 프랑스로 넘어갈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새로 꾸려질 영국 정부가 유럽 연합에 신청을 하고 나서 2년이 지나고서 일어날 일들입니다. 그 동안 유럽과 영국은 각종 타협과 조약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테죠. 한국이 유럽연합과 각종 교류와 무역을 하는 것과 비슷해질 겁니다. 장기적으로 지금의 충격은 상당 부분 흡수되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빠르게 회복될 것입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정치적 변화입니다. 브렉시트는 갈수록 경제격자가 벌어지는 현실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비롯한 이방인들과 금융계, 정치적 기득권층에 분노를 표현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수당의 존슨 전 런던시장은 늘어만 가는 이민자들을 통제할 주권을 되찾아야한다며 브렉시트 찬성을 이끌었습니다. 영국 공산당과 사회당 등 좌파 세력의 일부도 구조조정의 압박, 신자유주의 강화에 저항하며 브렉시트를 찬성했죠.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찬성진영의 주류는 아무래도 이민을 걱정하는 극우 정서였습니다. 비슷한 세력이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주자로 만들어 놨죠. 

극우파의 성장은 단지 미국과 영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이들은 많은 유럽 국가의 의회에 진출해 있고 일부는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지역선거에서 선전해 다가올 대선을 눈독 들이고 있고 극우파 후보인 호퍼는 5월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49.7% 득표로 거의 당선될 뻔 했습니다. 헝가리 극우 정당 연합은 총선에서 두번이나 승리했고 폴란드도 2015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39%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죠. 덴마크, 필란드, 스위스, 그리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유럽연합에 대한 불신입니다. 영국의 그것과 통하기도 하죠.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도 극우파들은 영국을 따라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연합을 떠나자며 자국 정부를 압박해서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민투표로 가지는 않더라도 반유럽연합 정치공세만으로도 이들은 큰 정치적 승리를 쟁취할 수 있죠. 

유럽 각국에서 극우 세력이 커갈 수록 유럽연합은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 질서는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법, 그 합의를 자꾸 되묻고 따질수록 유럽연합이라는 질서는 흔들리게 되죠. 가장 큰 문제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월등한 일등이고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죠. 위치도 유럽의 딱 중앙입니다. 인구도 많고 교육수준도 높습니다. 자부심도 강해 민족의식도 강하죠. 이런 이유로 독일은 전쟁의 주역이였습니다. 프랑스와 되풀이 되는 전쟁은 결국 세계 일차 대전, 이차 대전으로 이어져 전 유럽을 파괴했죠. 2차대전이 끝난후 이런 독일을 길들이기 위해 독일을 유럽 경제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바로 1952년 시작한 유럽석탄철강연합이 그것이였습니다. 이후 1957년 유럽경제공동제가 출발해 성장을 거듭했고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정치, 사회적 연합인 유럽공동체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유럽연합이 출범했죠. 

독일은 유럽 통합의 주역으로서 정치적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의 통합이 뜨거워 질수록 전쟁의 화마는 차갑게 식어갔죠. 잔존해 있는 신나찌 세력의 부활을 누를 수 있었던 여러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유럽연합의 발전이였습니다. 독일의 전쟁 망령을 봉하는 부적인 셈이였죠. 그 봉인을 전쟁 피해 당사자인 영국이 브렉시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1차대전후 유럽국가들이 고립주의를 선택하고 이민자들을 공격하며 민족주의 찬가를 불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브렉시트가 걱정스런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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