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25, 2019

미국 정치 이야기 #4, 연방정부 셧다운

지금 막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끝낼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 미국의 셧다운은 의회가 보낸 정부예산안을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아 생기죠. 가끔씩 있는 일인데 이번에는 여러모로 논란이 컸습니다.

첫째, 이 사태가 무려 35일이나 지속됐죠. 최장 기록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셧다운을 위협/사용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예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금요일로 연방정부 노동자들이 두 번째 급여를 못 받는 날입니다. 미국은 통상 연봉을 나누어 두 주에 한번, 금요일에 받는데 오늘이 그 금요일이였던거죠. 80만여명의 직원들이 급여도 못받고 일을 했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강제로 출근하니 사기도 떨어지고 교통비 등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고생하는 이도 많았습니다. 원성이 자자했죠. 비행장 안전 요원, 국제청 직원, 국방경비대 등 생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이들이 곤란을 많이 받으며 걱정을 더했습니다. 더우기 비행 관체탑 근무자들의 안위도 걱정이였죠. 항공안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라고 단호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디씨 등 연방정부 노동자가 많은 곳 경기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문제였죠. 사태가 길어질수록 백악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셈이죠.

둘째, 이런 고통이 별 일도 아닌 일로 불거졌습니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 지역이 위기 상황이다며 거짓 협박을 이어갔습니다. 멕시코 등에서 이민자가 막 몰려온다, 범죄자다, 테러범도 있다, 이들이 넘어와 국가안보가 흔들리다.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벽을 지어야한다며 5억 달러를 예산안에 편성하라며 생때를 썼죠. 사실 그런 위기는 없습니다. 이민자의 수는 오히려 줄고 있죠. 이민자들의 범죄율은 오히려 낮습니다. 게다가 정작 기후 변화등 진짜 위기는 무시하고 있죠. 생때도 이런 생때가 없습니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 지도층의 선민의식이 잘 들어났습니다. 안 그래도 직,간접적으로 고생이 많고 국민들 걱정이 깊어가는데 "밥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식의 발언으로 기름을 부어댔죠.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해가 안 간다 ... 왜 은행 융자를 받지 않냐"며 일반인들의 고초에 무지한 발언을 했습니다. 트럼프 며느리는 "약간의 고통일 뿐 국가 장래를 위한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무리를 일으켰습니다. 이어 백악관 경제 참모인 커드로우는 셧다운을 "사소한 고장일 뿐이다. 내가 현실감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분노와 조소를 불러일으켰죠. 황금수저인 트럼프와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이들을 보며 트럼프 지지자들조차도 실망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넷째, 달라진 정치 지형이 잘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공고하다고 해도 이젠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고 있으니 자존심 빼면 시체인 트럼프도 어쩔 수가 없었던거죠. 온갖 공격을 다 하던 트럼프도 펠로시 하원의장을 당할 수 없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연례 행사인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취소한다는 편지를 보냈죠. 의전에 중독되다시피 한 트럼프로서는 울화가 치밀 수 밖에요. 보복한답시고 펠로시 의장단의 아프카니스탄 방문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무리수였죠. 이 일로 (정치 첫 경험이 대통령인 정치 왕초보) 트럼프는 정말 (미국 최초의 여성 하원 의장, 그것도 의장 하고 또 의장 하기로는 미국 역사 처음인 정치 구 단의) 적수를 만난 셈입니다. 러시아 게이트 등 트럼프를 정조준하고 있는 특별검사팀의 조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이 시점에 펠로시의 존재가 더 주목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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