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16, 2014

참수된 폴리 기자의 가족들 이야기

For James Foley’s Family, U.S. Policy Offered No Hope (The New York Times 2014.9.16)

얼마전 참수당한 폴리기자에 관한 기사. 유럽사람들과 같이 억류되 있었지만 유럽인들은 한명을 제외하고 다 풀려났지만 미, 영 시민들만 참수를 당한 사연이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결국 이 두 국가의 테러리스트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희생이 당한 것인데요.

폴리 가족들은 ISIS의 연락을 받고 바로 FBI에 연락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비밀에 부치고 가족들에게 테러리스트들과 연락/교섭/몸값제공은 불법이라고 엄포를 놓죠.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도 납치가 된 사실조차 모르고 몇달을 보냅니다.

“The F.B.I. didn’t help us much — let’s face it,” Diane Foley said in a telephone interview. “Our government was very clear that no ransom was going to be paid, or should be paid,” she said. “It was horrible — and continues to be horrible. You are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

결국 정부가 해주는 것이 없다는 좌절감에 기금을 모으기 시작하고 정부도 눈감아 줍니다. 돈을 줄 기미가 없자 ISIS측에선 포로교환을 제시하지만 정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 와중에 미정부가 알카이다 포로를 교환하자 폴리의 가족들은 어쩔줄을 모르죠. 미정부의 반응이 ISIS를 계속해서 화나게 할 뿐이라고 걱정은 깊어만 갑니다.

이에 반해 유럽국가들은 납치즉시 재빠르게 직접 교섭을 챙깁니다. 납치를 국가안전으로 봄으로써 직접 개입해서 석방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죠.

A crisis cell was activated inside the Foreign Ministries of France, Spain, Switzerland and Italy, staffed around the clock with people working in shifts, said a European counterterrorism official who has worked on numerous hostage cases and was briefed on the negotiations with ISIS.

They waited for the kidnappers to reach out, and when they did, the intelligence services of at least one country took over the email accounts of family members, responding directly to the terrorist group, according to a person with direct knowledge of how the negotiations unfolded.

As early as February of this year, the Europeans proceeded from requesting proof of life to making a ransom counteroffer, according to a person closely involved in the crisis who said the average sum negotiated per person was around €2 million.


미국정부 관료는 유럽국가의 이런 방침으로 인해 유럽인들이 더 타겟이 되고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표적이 덜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납치하는 순간, 프랑스인과 미국인을 가려가며 납치를 할까 하는게 또 비판이죠.

“What is hard to prove is how many Americans have not been kidnapped as a result of the fact that the enemy knows they will not get a penny from us,” said Gen. John R. Allen, who recently retired as the top commander in Afghanistan.

그 와중에 미군의 ISIS에 대한 폭격이 있고, 마지막 이메일이 도착합니다. 이들은 교섭을 거부한 미국정부를 비난하고 그 값을 폴리 기자 등이 치를 것임을 알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참수현장을 인터넷으로 목격하게 되죠.

“You were given many chances to negotiate the release of your people via cash transactions as other governments have accepted,” said the email, published by GlobalPost. “We have also offered prisoner exchanges to free the Muslims currently in your detention like our sister Dr Afia Sidiqqi however you proved quickly to us that this is NOT what you are interested in,” they said. “You and your citizens will pay the price of the bombings.”


국가가 안전을 어떻게 보는지,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어떻게 세우는지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와중에 개개인이 겪는 이런 아픔이 있음을 새삼, 아프게 배우게 됩니다.

“It was a very, very frightening place to be,” Ms. Foley said. “And other countries do this better,” she added. “I would hope that our government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looking deeply at this issue, and we pray that by doing so, Jim’s death will not be in vain.”

박통의 지휘봉


박 대통령 “대통령 모독 발언 도를 넘고 있다” (한겨레 2014
.9.16)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결단을 하라고 한다”며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마치 국민전체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
자신의 한마디면 움직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거느리면서 한다는 소리가 대통령이 할 수 없는 일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함으로써 특별법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것과 다름이 없죠. 여야합의안에 대한 선을 자상히도 그어주는 것을 보면 청와대가 지휘봉을 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여야의 2차 합의안은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

꽉막힌 정국,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에 관한 비난의 화살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Friday, September 12, 2014

법치와 민주주의

사법계혁은 절실하지만 전문성이 강한 영역인 만큼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창비164 (2014년 여름)호의 대화는 그런 면에서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그 중 일부 흥미로운 부분을 간추려 보죠. -- 김두식 (경북대 교수), 백승헌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전수안 (전 대법관)


백승헌: 민주주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의 사회나 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에서도 ... 법에 의한 통치는 있어오지 않았습니까. 법치주의가 법에 의한 지배만을 말한다면 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붙어 있어야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봐요. 민주주의 시대에 들어와서 법에 의한 지배뿐 아니라 법의 평등, 접 앞의 팡등이라는 개념이 법치주의의 필수요소로 인정되면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지금의 법치주의가 가능해진 것 아닌가 합니다 (195쪽).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이였습니다. 그리고 참 공감이 가더군요. 진시황의 법가통치는 법이 칼이였던 사회였죠. 한국의 군사독제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체제가 들어서면서 법의 칼날을 민의로 길들이기 시작한 것인데요... 하지만 아직 그 길들이기가 진행중이라는 것은 명확하고요. 이런 면에서 법치주의가 민주체제의 밑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 민주체제라는 것의 권력이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법치주의가 법가통치와 구분이 힘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승헌: 법치주의란 어떤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있든, 어떤 사법부 판사가 사건을 담당하든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198쪽) 

말 그대로 법에 의한, 사람에 의하지 않은 통치... 사람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법의 잣대가 사용되는 그런 통치.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 일관성이 커지는 방향으로는 가야하는 것이 맞겠죠. 우리가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삼심제도 그런 면에서 발전이라고 봐야할테고요.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되면서 돌변한 검찰을 보며 제도의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을 것입니다. 법치주의의 길이 멀다는 것을 검찰이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 참 역설적입니다.

전수안: 대의민주주의가 선출된 권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면 법치주의는 권력이 솟아오르는 순간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밖에요 (199쪽). 백승헌: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권력행사가 정당하다는 순환논리에 빠진다면 법치주의는 설 길이 없습니다 (205쪽). 

법은 힘있는 자의 횡포를 막는 것이 그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힘 없는 사람은 법이 있거나 없거나 사실 비슷하거든요. 남에게 해를 입혀도 그 범위가 좁은 것이 보통이고 힘이 있는 자를 두려워 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힘있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들이 입히는 사회의 해악이 크고 범위도 넓습니다. 그리고 두려워할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으니 사회의 근본적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법은 권력자에게 더욱 엄정하게 적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김두식: 누구를 믿느냐는 것은 결국 증명력 판단 문제인데, 한쪽은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되는 사람들이고 다른 쪽은 조직에서 살아 남는 걸 포기한 채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혼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누구를 믿어야 할지가 자명한데 ... (201쪽) 

이런 상황의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혜를 사법부의 관리들이 없는 것은 아닐테죠. 없지 않다면, 어떤 이유로 그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요?

전수안: 그러나 우리 중 누군가가 위조된 증게에 의해 수사를 받고 어쩌면 유죄판결을 받을지도 모르는 사회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요. (204쪽)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은 우리가 그만큼 독재의 과거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 함을 보여줍니다.

전수안: 범인을 모두 기소하겠다는 정의감도 필요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기소하지 않겠다는 정의감도 소중하다는 것을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결국 검찰의 개혁은 검찰 인사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 없이는 어렵다고 봅니다. 공정하고 정의감 넘치는 개별 검사들을 인사권자의 부당한 지시와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221-2쪽).   

김두식: 검사가 판사보다 더 일찍 승진하고 일찍 물러나야 하는 구조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간 상태에서는 현정부 5년 안에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게 아주 중요해집니다. 그러지 못하면 몇년 안에 지금 자리에서 옷을 벗고 나와야 하니까요. 검찰 상층부는 인사권을 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결국 자꾸 무리한 기소를 하게 됩니다. (224쪽) 

그러나 이 개혁의 필요성을 몰랐던가요.. 다들 권력을 쥐면 검찰의 맛에 길들여 지고, 개혁은 뒷전이 되는 것이 보통이였죠. 그러다 정권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 다시 검찰의 눈치를 보게 되고.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맬 쥐가 필요합니다..  






 







Friday, September 5, 2014

[기고]억지와 침묵의 답답함

경향신문 2014-09-0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051925205&code=990304

잘잘못을 따지다가 정 안되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 뭐야?” 이 말은 연령차가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선 “너 몇 살이야?”로 변형돼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말은 일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나와 너의 관계로 일을 해결해 보겠다는 억지라는 데서 기본적으로 똑같습니다. 당신 뭐야라는 물음은 당신이 어떤 권위가 있어서 이렇게 따지느냐는 물음입니다. 일의 옳고 그름을 권위의 있고 없고의 문제로 변질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죠. 대개 이런 말은 자신의 사회적 권위가 상대방보다 좀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 먼저 꺼내기 마련입니다. 너 몇 살이냐는 물음도 같습니다. 나이가 곧 계급인 사회에서 계급을 밝히라는 것이죠. 물론 딱 보기에도 나이 든 사람이 묻는 게 보통입니다.

이런 억지에 “내가 누군 줄 알기나 해?” 또는 “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어” 이렇게 반응하면 그 덫에 걸려드는 셈입니다.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뒷전이 되고 상대편의 권위에 맞서는 나의 권위를 찾기에 바쁩니다. ‘내 주장이 옳다’는 ‘내가 더 낫다’로 바뀌는 것이죠. 물론 이는 애초에 상대가 원했던 것입니다. 왜냐면 상대는 자신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거나 빠르게 깨달은 후이니까요. 논의가 변질되면 애초의 시비를 따지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답답함만 더해가죠.

답답하기는 침묵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은데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경우엔 정말 환장할 것 같죠. 그나마 상대방이 친한 사람이거나 아랫사람이라면 불러서 호소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윗사람이어서 불러 앉힐 수도 없는 경우엔 말 그대로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 답답한 침묵은 나와 상대의 힘의 관계를,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힘이 없다는 사실을 더 뼈아프게 보여주기 때문이죠.
상대의 침묵이 지속되면 옳고 그름은 뒷전이 됩니다. 그 침묵 자체가 논란거리가 되기 때문이죠. 어느덧 시비를 따지고 싶은 쪽은 상대방의 침묵을 깨뜨리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물론 그래야 시비를 따질 수 있어서이기는 하지만 그 침묵이 유지되는 동안 상대방은 논란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가 침묵을 지킬 수 있는 여력 또는 권력이 있는 쪽이라면 그쪽으로선 더 바랄 것이 없겠죠. 

이렇게 교묘한 억지와 간교한 침묵에 빠지는 것을 상상해 보시죠. 정말 답답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낯설지는 않지요? 이 불쾌한 낯설지 않음은 4월16일 이후 세월호 정국을 헤쳐나가고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사생활을 탈탈 털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자격이 있는지, 어떤 흠이 있는지로 논의를 변질시켰죠. 또 다른 한쪽으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함으로써 ‘대통령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대답하라’고 요구하는 사태를 성공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누가, 얼마만큼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고,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서 우리는 그만큼 멀어져 있는 것입니다.

답답한 것은 지금의 사태가 진실을 밝히고 시비를 가리는 데 발목을 잡고 있어서만이 아닙니다. 나아가 저렇게 무능한 정부가 왜 필요한지, 어떤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는 데 있어서도 큰 걱정인 것이죠. 정부가 정당성을 잃으면 가장 큰 피해는 또다시 민중들의 어깨에 고스란히 떨어지니까요. 이런 걱정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국정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키고 나라의 안정을 해치는 커다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을 모르나 봅니다. 억지와 침묵을 당장에 걷어내고 대통령의 의무에 충실할 것을 엄중히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