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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25, 2019

[세상읽기]참의원 선거가 보여준 세 가지 일본

경향신문 2019.07.25

지난주 어느 더운 오후 아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랑>을 골랐죠. 내친김에 다음날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키라>를 봤습니다. 한국뉴스에 아베 총리가 나와 한·일관계에 대해 설명을 해준 뒤였습니다. 한편으로 일본에 비판적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는 아빠의 모습에 아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식민지 역사 해석을 두고 시작한 갈등은 결국 양국 간 무역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정부 사이 거친 말이 오가고, 감정도 격해졌습니다. 덕분에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 한국 사회의 관심이 이례적으로 뜨거웠죠. 실권 있는 중의원 선거도 아니고, 일본 유권자의 참여도 시들했지만 말이죠. 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논의가 좀 덜 된 부분 세 가지만 돌아보겠습니다.

첫째, 무역분쟁 원인으로서의 선거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에칭가스 등 세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포문을 열었죠. 당황스러웠고 그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곧 그럴듯한 설명 하나가 나왔습니다. 바로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한국을 때려 반한 감정을 자극, 우파표 모아 의석 3분의 2를 차지, 평화헌법을 개헌해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 건설. 아베의 잘 알려진 숙원을 고려할 때 앞뒤가 딱 맞아 보였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선거용이었던 수출규제는 끝나야겠죠. 하지만 그럴 기미는 안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무역규제 뒤에 선거 말고 다른 그 무엇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그것에 대한 탐구와 토론이 당장 있어야겠죠. 그래야 더 명확한 사태 이해, 더 효과적 대응이 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기존의 주장이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일본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선거였습니다. 일본 사회는 획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은 집단에 희생하고 그 안에서 비슷하게 살려는 구심력이 강합니다. 태평양전쟁에서 보여준 전투력, 남을 배려하는 공공질서 준수, 외국인에 대한 차별 등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죠. 그 반작용일까요. 의외로 놀라울 정도의 다양성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말이죠.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는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후 당선됐습니다. 루게릭병을 앓는 후나고 야스히코, 뇌성마비 장애인인 기무라 에이코도 당선됐죠.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소수자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게 현대사회의 척도라면 이번 선거는 일본의 위상을 돋보이게 한 것이죠.

셋째, 일본 정치구조도 잘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일본 선거, 정당구조는 한국과 아주 다릅니다. 어디가 더 낫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죠. 하지만 눈에 확 띄는 장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입니다. 우리는 일본 공산당의 존재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7석을 얻어 13석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한 석 줄어들기는 했지만, 전체 의석의 5%를 차지하고 있죠. 중의원에서도 12석(전체의석의 2.5%)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침은 있지만, 공산당이 의석 획득에 실패한 경우는 전후 딱 한 번밖에 없습니다. 한국에는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유는 많지만, 그중 하나는 국가보안법 때문임에 이견이 없을 겁니다. 국가보안법의 모델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이었습니다. 공산주의, 민주주의 등에 맞서 ‘천황제’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대표적 악법이었죠. 전후 일본에서는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마저 일본이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죠.

결국 일본은 크고 복잡한 나라입니다. 아베 정부가 주요 세력이지만 거대 사회의 일부일 뿐이죠. 뜨거운 ‘전쟁’의 대상인 일본은 게이, 한인, 공산주의자, 평화주의자, 방탄소년단 팬 등을 포함합니다. 서방 경제 제재가 북한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 데서 볼 수 있듯, 경제 제재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수출규제도, 불매운동도 마찬가지죠. 유연한 사고와 깊은 성찰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성찰은 우리가 어떤 모습인가를 돌아보는 데도 미쳐야 합니다. 우리의 발전이 저들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니 말이죠.




Sunday, July 7, 2019

[세상읽기]‘무서운 중2’ 뺨치는 한국당

경향신문 (2019.06.27)

“밥 안 먹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별별 생떼를 다 듣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그렇게 사랑스럽던 아이는 떠나고 괴물이 눈을 비비며 마루로 나오죠. 이제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억지. 잘못은 전부 남의 탓. 귀찮다, 내버려 두라는 고함. 부모가 아닌 원수를 바라보는 눈빛. 잘못은 아이가 했지만, 그 애한테 미안하다는 말도 해야 합니다. 밥 안 먹겠다는 말은 실소마저 나오죠. 화나죠. 슬프고 답답합니다. 한심해 실망스럽기도 하죠. 배 속에 다시 넣고 싶기도 하고,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당황한 부모는 책도 읽고 강연도 듣습니다. 여러 조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하고 크게 새롭지도 않죠. 신뢰와 사랑도 보여주어야 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말라는 충고도 빠지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보면 딱 그런 사춘기 아이 같습니다. 생떼와 투정이 무서운 중2를 뺨치는 듯합니다. 국회 가출을 한 게 지난 4월. 거의 석 달이 다 되도록 아무 일도 안 하지만 목청과 기상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기 당 의원조차 설득시키지 못한 채 “소외정치, 야합의 정치로 제1야당을 찍어 내리려 한다면 이제 국회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민망함을 감추려 하고 있습니다. 민망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논란의 원인 제공도 자유한국당이 했기 때문이죠. 국회가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바로 그 패스트트랙을 막고자, 즉 국회를 멈추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폭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서 국회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되자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는 자기에게 불리할 선거법 개정을 막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좌파독재”라며 억지를 이어가고 있죠. 딱 사춘기 시작한 애들 꼴입니다.



 중앙일보 "대통령·국회의원도 수사 대상" 靑, 공수처법 홍보 정은혜 기자  - 중앙일보 2019.04.25. 21:29



아이들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버릴 수 없듯 자유한국당도 버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치의 엄연한 한 축이니까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오냐오냐하며 내버려 둘 수도 없죠. 애들처럼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대화가 필요합니다. 정치권 내의 대화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원내대표 간 합의는 좌초됐고 청와대 회동도 무산됐죠. 자유한국당에 다른 정당과 청와대는 행패의 대상일 뿐 대화 상대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니 유권자가 나서야 합니다. 유권자의 목소리는 선거개혁을 통해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은 충분치 않습니다. 비례대표의 의석수를 늘리고 비례성도 강화해야 합니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유권자 목소리를 대변할 여러 정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합니다. 4년에 한 번 있는 국회의원 선거도 2년에 한 번씩, 의원 절반을 뽑아야 합니다. 선거가 자주 있어야 유권자 눈치를 더 볼 테니까요. 중앙당 공천이란 구시대적 제도도 끝을 내야 합니다. 후보도 당원과 시민 손으로 뽑아야죠.

동시에 단호해야 합니다. 대화를 원치 않는 아이들을 붙잡고 사정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합니다. 규칙을 정했으면 지키라고 요구하고 어기면 벌도 내려야죠.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법은 그간 국회폭력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과 전통을 뻔뻔하게 파괴했습니다.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정치권의 고소·고발 사건은 엄격하게 판단하고 죄가 드러나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우습게 아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적폐를 놔두고 과거의 적폐청산은 불가능합니다. 힘, 돈, 연줄로 법 위에 군림한 이들을 끌어내려 우리와 같은 곳에 세워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갖가지 특권도 모두 공개하고 대폭 줄여야 합니다.

지난 몇 년 삼권분립의 두 축인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 개혁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그 시작조차 없었죠. 여기엔 자유한국당의 분탕질이 큰 몫을 했습니다. 이제 자유한국당이 사춘기 정치를 멈추고 성숙할 수 있도록 검찰, 법원, 유권자 모두가 힘을 합쳐 도와야겠습니다. 밥 안 먹겠다는 아이, 밥 주지 맙시다.

Monday, February 18, 2019

미국 정치 이야기 #6, 비상사태 선포

결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했죠.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은 선거 공약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하원을 민주당에게 빼앗기고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장벽 카드를 빼냈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5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승인할리가 만무했죠. 트럼트는 정부를 셧다운하는 벼랑끝 전술을 썼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민주당은 14억 달러를 장벽에 쓰라고 예산을 편성했죠. 트럼프는 마지못해 예산안에 서명했고 또다른 정부셧다운은 피했습니다. 대신 비상사태를 선포한거죠.

비상사태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에 대통령이 선포해왔습니다. 9/11 공격 뒤처럼 말이죠. 그 위기를 공감하는게 보통이여서 정치적 논란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죠.

첫째, 비상사태라고 할 만한 위기가 국경에 없습니다. 국경은 평화롭습니다. 밀입국자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죠. 트럼프가 말하는 테러리스트, 마약 등은 국경을 몰래 건너는 사람들이 아닌 합법적 경로를 통해 몰래 들어오는게 훨씬 많습니다. 즉 위기는 허상인거죠.

둘째, 그 허상 덕에 정작 중요한 위기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가짜라며 폄하하고 총기문제는 완전히 방치하고 있죠. 공화, 민주 모두가 찬성하는 인프라 구축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셋째, 트럼프 스스로도 이 조치가 당장 필요한게 아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장벽을 빨리 지으려고 선포한거다라고 했죠. 그것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그 자리(참 이상하고 기괴한 회견)에서 말입니다. 스스로 위기가 없음을 고백한 꼴이 됐습니다.

넷째, 그나마 트럼프가 하자는 대로 해도 그 장벽은 그가 말하던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굉장한 것이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경은 1954 마일. 그 중 654 마일 (맨 오른쪽 옅은 파란색)은 이미 장벽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통과한 예산 14억 달러로는 55마일쯤 (짙은 파란색) 새로 쌓을 수 있죠.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57억 달러(이 숫자도 한참 오락가락했죠)를 통과했어도 234마일 정도밖에 지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군비를 유용하니 정작 써야될 때 예산이 모자랄 수 있어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특유의 쌩깜을 시전했죠. "학교? 국경이 안전한게 학생들에게도 나아."

다섯째, 헌법상 명확한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조치입니다. 정부 지갑은 의회 고유 권한입니다. 그런데 의회가 돈을 안 쓰니 내가 알아서 쓰겠다는 셈인것이죠. 긴급조치 등 유신정권이나 독재국가에서 흔히 보는 수법입니다. 그래서 미국 정계는 당황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측도 나중에 민주당 대통령이 비슷하게 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죠.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민주당은 두 갈래 대응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의회 차원의 대응입니다. 의회에서 비상사태를 거부하는 안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이 몇명이나 동참할 것인가가 관건이죠. 이게 극복이 되도 문제는 남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의회안을 대통령이 서명해야합니다. 이를 거부하면 의회의 2/3가 찬성해야 합니다. 쉽지 않죠. 두번째, 법원(어느 쪽으로 판결 내던 힘든 결정이 될 전망입니다)을 통해 소송전을 펼지는 겁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죠. 민주당이 직접 할 수도 있고, 텍사스 등 땅을 빼앗길 주민이 할 수도 있습니다. 어째 되건 최종 판결은 대법원까지 갈테고, 많은 시간이 흐를 겁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르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새로운 것도 아니죠. 이런 상황은 쭉 계속돼왔습니다. 지지율도 35%를 왔다갔다 하며 유지하고 있고요. 뭘해도 끄떡없는 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에도 장벽은 시작도 못 했지만 시작했다, 끝을 내자며 정치전을 벌이고 지지자는 환호하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층에게는 잘 먹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화당이죠. 당장 이 년 후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대통령을 따르자니 중도층 표를 잃을 걱정. 거스르자니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충성 후보에 밀릴 수 있는 걱정. 계산이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허풍과 억압으로 정계를 휩쓸고 있는 대통령. 하지만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죠. 그게 뭘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요.

Sunday, January 13, 2019

미국정치 이야기 #2, 주목할 미국 정치 신인, 오카시오-코르테즈

이번 미국 중간선거의 민주당 승리가 흥미로운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 그 중 눈에 띄죠. 당장 의회 차원에서 여러 조사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뮬러 특별검사의 조사도 끝이 난 듯 해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죠.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총 435명 하원에 여성 의원은 84명을 넘긴적이 없지만 이번엔 102명 입성했죠. 성소수자도 최소 10명, 23명의 초선의원이 유색인종 등으로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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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이는 단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29·민주·뉴욕주)입니다. 푸에트리코 출신 아버지를 둔 바텐더 출신으로 10선의 민주당 중진을 무너뜨리고 후보가 될 때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최연소) 당선되면서 그 유명세는 점점 커져만 가는 듯 합니다. 최근 60 Minutes 인터뷰도 그 한 예죠. 좋건 싫건 그녀의 이름은 오르내리고 중진들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된 듯 합니다.

사회주의자, 급진주의자 등의 딱지를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죠. 변화는 급진주의자들이 만들어왔다. 내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더 비현실적이다라는 당찬 주장을 환한 미소와 함께 내놓습니다. 특히 환경분야에서는 굉장히 강경파고요. 12년 안으로 화석연료를 없애는 경제체제로 완전히 전환하자는, Green New Deal 이 그 핵심입니다. 이 운동가들이 민주당 지도자 펠로시 의원 사무실을 점거했는데 거기에 들려 응원한 용기(?)를 보이기도 했죠.



그녀의 정책이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치 논쟁의 지평과 방향을 새롭게하는데는 큰 구실을 하리라 예상됩니다. 아직 29세의 젊은 정치 초보. 그 앞날을 주목해봐야 하겠습니다.   


Thursday, December 13, 2018

[세상읽기]선거법 개정 걸음마도 못 뗀다면

경향신문 (2018.12.13)


“국정 전반에 걸친 일대 개혁을 단행해 나갈 것입니다.” “새로운 정치를 정열적으로 추구 … 국가사회에 새로운 활력소를 주입하려는 개혁의 의지를 … 모아가야 하겠습니다.”


어제오늘 누군가가 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말들이죠. 앞은 1972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박정희가 유신을 강조한 대목이고 뒤는 전두환의 취임사 한 구절입니다. 2012년 대선후보로, 촛불대통령으로 문재인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정치개혁은 늘 되풀이되는 화두입니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만큼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의 방증일 테죠. 그 까닭은 개혁결과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의 부재에 있습니다. 정치개혁은 수단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일 수는 없죠.


정치개혁이 이루어지면 깜깜이 예산 심사를 통해 자기 뱃속을 채우고 공공이익은 가볍게 토스해 버리는 추태가 사라질까요? 치열한 정쟁, 끝없는 거짓말, 부끄럼 없는 부패가 끝날까요? 정치 선진국이라고 생각되는 서구를 봐도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미국 공화당은 총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총을 보급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등 뻔뻔한 거짓말로 정쟁을 부추깁니다. 영국 보수당은 브렉시트가 쉽고 긍정적 변화를 줄 것이란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속였죠. 인종혐오로 권력을 잡은 정당이 유럽에 한둘이 아닙니다.


정치개혁은 막연히 생각하듯 반듯하고 온전한 정치로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염치없고 강도 같은 정치인이 거들먹거리는 꼴은 뉴스에서 끊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정치개혁은 더 멀고 깊은 곳을 향해야 합니다.


20세기 한국 정치는 배척을 기반으로 했죠. 남과 북은 전쟁을 벌였고 영남 정권은 호남을 배척했습니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짓눌렀고 대기업은 동네가게마저 거덜 냈습니다. 남자는 여자 위에, 이성애자는 동성애자 위에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찍어누르며 달려온 사회는 지옥철, 입시지옥, 헬조선으로 조롱당하는 지옥이 됐죠. 올라선 자는 더는 올라가기 힘들고 깔린 이도 힘들어 무너지는 아비규환 형국입니다. 다 같이 망하지 않으려면 새 길이 필요합니다. 정치개혁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21세기 한국 정치는 포용을 지향해야 합니다. 포용은 통합이 아닙니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남자와 여자가 통합될 수 없습니다. 유치원 원장과 학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통합이란 말은 애초에 억지 환상일 뿐이죠. 하지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는 있습니다. 조금은 참아주고 조금씩 양보할 수는 있죠. 그러나 정치적 포용은 일방적 선의나 영웅에 기대서는 안됩니다. 힘과 권력을 나눠 가졌을 때, 어느 정도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야 가능합니다. 정치개혁은 힘과 권력을 나누어 진정하고 지속 가능한 정치적 포용이 가능케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선거법 개정은 그 시작입니다. 현 제도에서는 선거구에 1등한 후보만 승자가 됩니다. 지난 총선 성동 을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불과 38% 득표율로 2등(36%), 3등(24%)을 물리치고 당선됐습니다. 사실 6할이 넘는 유권자가 반대하는 이가 당선된 겁니다. 6할의 표가 사표가 된 셈이죠. 이런 제도 덕분에 새누리당은 33.5%의 전국 득표율로 40.7%의 의석을, 더불어민주당은 25.5%의 득표율로 41%의 의석을 가져갔습니다. 두 거대정당이 전체 표의 56%로 82%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공정하지도, 민의를 반영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민의를 반영하려면 이 지역구에 다섯 석을 배정해서 새누리당 두 석(전체 의석수의 40%), 민주당도 두 석(40%), 국민의당에 한 석(20%)을 주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공정하고, 유권자도 작은 정당에 사표 걱정 없이 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이런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작은 정당이 생기고 커갈 수 있죠. 그래야 배척당했던 이들이 힘을 키우고 당당하게 포용의 길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정당이 이미 공감을 표시한 사안입니다. 이마저도 개혁의 걸음을 못 뗀다면 정치지도자로서 내가 뭘 하고 있나 물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궁색한 변명일 뿐임은 본인이 잘 알 테죠.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일갈이 저 멀리 맴도는 차가운 계절입니다.

Thursday, November 8, 2018

미국정치 이야기 #1, Voice of America - 중간선거 분석

2018년 중간선거 분석 인터뷰 - Voice of America

행정부의 큰 기조는 변화는 없을 듯.
특히 외교정책은 원래 행정부 소관이고 의회의 간섭 여지가 적다.
트럼프가 북핵 해결을 대선용으로 소비할 듯. 그렇다면 2018년처럼 급진전하지는 않을 수도.
국내정치에서는 이제 대선국면으로 갈 듯. 민주당도 벼르고 있었으니 하원에서 목소리를 올릴테고, 트럼프도 그런 대결 국면을 정치적으로, 개인적으로 즐길듯.
혹자는 민주당의 성과를 과소평가하기도 하나 이는 실수. 제리맨더링, 치솟는 경제, 이 모든 것이 공화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음. 이를 극복한게 민주당 지도부.

Friday, September 21, 2018

[세상읽기]콜롬비아의 복병, 한국의 복병

경향신문 (2018.09.20)

한국에서 콜롬비아는 커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남미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지난 6월 OECD에 37번째 가입했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물론 그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성장은 2016년 오랜 내전을 끝내고서야 가능했습니다. 내전은 폭력과 심해지는 빈부격차로 신음하던 농민들이 자위대를 구성하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초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으로 성장했죠. 길고 긴 내전이 이어졌고 20만명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휴전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무장해제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당연한 요구였지만 반군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무력은 이들을 정부가 심각하게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대로 만든 바로 그것이니까요. 무력해제 후 정부가 말을 바꿀 수 있으니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요.

콜롬비아의 산토스 정부는 혁명군에게 공간과 시간을 내줬습니다. 여기서 반군은 제한적 활동을 이어가며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동시에 반군이 콜롬비아 사회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졌죠. 이런 점진적 방식 덕에 2016년 평화협정이 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산토스 대통령의 후임자인 두케 대통령이었죠. 평화협상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대통령이 되자 옛 혁명군들은 들썩이기 시작했죠. 전 혁명군 지도자 몇몇은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전의 기운이 다시 꿈틀대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사정도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아주 다르지 않습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북한도 핵무기를 쉽게 내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는 이유가 북한 핵무기가 이제 미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그러니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북한은 대화 상대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핵화 이후의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요? 불안할 수밖에요. 협상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산토스 정부가 그랬듯이, 미국과 한국도 북한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을 줘야죠. 북한은 단계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한국과 미국도 이에 맞는 조치를 하나씩 취해나가야 합니다. 비핵화 이후에도 우리가 공존의 길을 함께 걸으리라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의미가 깊습니다.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다방면 협력 강화 조치와 비무장지대의 확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해상기동훈련 중지 등 군사 부문의 협약 모두 북한의 염려를 덜 수 있는 중요한 기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병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바로 자유한국당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에 발맞춰왔습니다. 평화와 안정보다는 북한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왔죠. 긴장 고조는 2017년 한반도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반북 멸공 이데올로기를 태생적 근간으로 하는 이들로서 사태 해결보다는 극한 대결을 추구한 결과였죠.

촛불정국에 꿇은 무릎도 잠시, 이들은 다시 2018년 평화 분위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 판문점 회담 당시 당대표는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적은 것” 등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속내를 내보였죠. 원내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도 단칼에 거절했고 이번에는 “평양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며 억지와 심술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답은 뻔합니다. 남북 인민이 다 같이 환영하는 오늘의 성과가 개성공단 닫히듯 황당하게 사라질 테죠. 우리는 다시 전쟁 위협과 외세 놀음에 휘둘리게 될 겁니다. 촛불혁명에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니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당장 항의 편지라도 써야 합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15일. 앞으로 570여일 남았습니다.

Thursday, April 20, 2017

파파이스 <더 플랜> 초간단 정리

파파이스 <더 플랜> https://www.youtube.com/watch?v=aGGikPMNn2w&t=1269s
일단 영화 관람을 강력히 권한다. 친절한 해석과 뛰어난 그래프로 이해가 아주 쉽다. 

전희경, 현화신, 김현승, 김어준, “A Master Plan 1.5 Using Optical Scan Counters: An Analysis of the 2012 Presidential Election Data in South Korea.” MPSA 2017.   


중심 주장은 '미분류'가된 표에 있다. 
일단 의심은 미분류표가 너무 많다는 것. 미분류표 비율 3.6%, 너무 높다. 보통은 1%정도. 그러니 정상이 아니다. 

여기서 시작된 의구심은 미분류표의 차이를 향한다. 아무 문제, 간섭, 이유가 없다면 정상표에서의 차이와 같아야된다. 하지만 분류표 득표율은 두 후간간 차이가 3.32%인데 비분류표 득표율에선 그 차이가 무려 17.2%로 커진다. 


박근혜 분류표 득표 51.48 - 문재인 분류표 득표 48.16 = 3.32
박근혜 미분류표 득표 52.79 - 문재인 미분류표 득표 35.77 = 17.02

이걸 돌려서 이게 얼마나 다른가를 측정하기 위한 공식을 만들었다:

박 미분류표/문 미분류표
박 분류표/문 분류표


정상이라면 이 수치는 1이여야 맞다. 분자(미분류표의 비율)와 분모(분류표의 비율)이 같아야 하니까.

그러나 251개 개표소를 보니 1.5에 수렴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 


즉 어떤 강제나 간섭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 한두군데도 아니고 보편적으로 일어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이다. 여기서 선거에 어떤 강제나 간섭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데 영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개표기가 어떤 조정에 의해 특정 수치만큼 읽기도 하고 안 읽기도 했다는 (분류표로 보내고 미분류표로 보냈다는) 추측을 한다.

읽을 수 있는 (분류표가 됐어야 했을) 표를 미분류표로 지정하고 ... 


저 빈자리는 무효표로 몰래 채웠다. 그리고 해당 후보의 분류표로 둔갑했다는 것.
    
연구자들은 이 가정을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돌려봤다. 그리고 거의 실제와 맞는 결과를 얻었다. 즉 이들의 가정이 맞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 뒤에 기계를 가지고 헤커가 시연을 해보이기도. 



학자로서 몇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하지만 일단 멋진, 용감한 작업을 했다는데 큰 박수를 보낸다. 













































Tuesday, April 11, 2017

안철수의 새정치는 언제쯤?

우연히 보게된 옛 글. 안철수에 관한 글이 있었다. 딱 삼년 전에 썼는데 그 때 그 의문은 (놀랍게)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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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그 고집이 보여주는 새 정치의 폭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 훌륭합니다. 정치인들이 쉽게 약속을 어기는 마당에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 것, 새롭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인가요? 과연 그가 말한 그의 새 정치는 무엇일까요?
그가 내놓은 대선 공약집을 보면 국민을 섬기는 정부, 공공기관의 혁신 등에서 교육, 문화로 이어지는 그의 비젼은 매력적이지만 과연 이게 새 정치인가하는 의문을 없애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강령/정강 정책을 들여다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근사한 말은 있지만 그것뿐입니다. 사람들도 비슷합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곧 새로운 정치일까요?
참신한 아이디어는 새 정치에 필요한 부분이지만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이들의 말을 잠시 내려놓고 하는 ‘정치’를 보면 새 정치와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입니다. 안철수가 한 정치라는 것은, 선거의 승리라는 아주 전형적인 목표를 위해 통합이라는 아주 전형적인 방법으로 양당구조라는 전형적인 지형을 구축한 것이죠. 즉 안철수의 정치는 아주 구태의연하며 전형적이고 전혀 새롭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비극이 이런 실망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비극은 안철수는 아직도 자신이 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고, 우리는 그냥 막연히나마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죠. 더 큰 비극은 정치인들이 짜놓은 그 좁디좁은 새 정치의 틀에 갇혀 어떤 것이 새 정치일 수 있는지, 그 상상의 나래마저 꺾여버린 우리의 처지일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새 정치는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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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새로운 정당을 꾸렸다. 양당 구조를 깨는 과감한 선택이었고 성공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는 지역구도에 기댄 선거였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이걸 새정치라고 말할 수는 없을테고... 지금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만 봐도 새정치를 구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긴 이미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나만 궁금해하고 있나보다. 

Friday, January 27, 2017

[세상읽기]트럼프 시대와 남북 평화

경향신문 2017.01.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더 요란했습니다. 미국 전역(토요일 워싱턴DC에서만 50만명)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퍼져나갔고 최저의 지지율(37%)로 취임하는 기록도 갖게 됐죠. 트럼프는 캠페인 내내 여성,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를 조롱했고 인종차별주의 언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무역 정책이 가장 걱정스러운 주제인 듯합니다. 보호무역을 공언했기 때문이죠. 높은 관세로 국내 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고 큰소리도 쳐왔습니다. 실제로 첫 업무날인 지난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명령했습니다. 기존 국제 무역질서를 흔들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역 의존이 심각한 한국으로서는 큰일이죠. 하지만 이것이 발등의 불이라면 머리에 붙은 불길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적개심이 그것입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를 중국의 사기라고 말해서 비웃음을 샀지만 여기서 그의 중국관이 비쳤죠. 선거전 내내 중국 환율정책을 걸고넘어지며 무역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1979년 미·중 외교 정상화 이후 처음 있던 일이죠.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해왔고, 이는 대만은 반란 상태에 있는 중국 영토라는 중국의 시각을 수용해왔던 겁니다. 그러니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였었죠. 게다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 불공정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경고도 보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걱정스러운 것은 중·미 간 긴장이 이미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중국의 힘은 나날이 커져 왔습니다. 경제적 성장은 군사적 팽창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 중 하나는 항공모함 랴오닝입니다. 이달 초 랴오닝 함대는 태평양에 진출해 대만해협을 통과했죠. 대만과 미국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외교력 성장도 눈부십니다. 특히 필리핀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남중국해 영토분쟁 상대국들의 연합전선을 무력화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가만히 있을 미국이 아닙니다. 작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12월 화답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의 외교적 춤사위는 미·일 군사 협력 강화라는 장단에 맞춘 겁니다.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조응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했습니다. 자위대는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지스함, F-15 등 최첨단 무기를 갖추었고 일본 방위비 지출은 세계 6위로 성장했죠. 게다가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을 통해 아프리카에 파견된 일본 자위대가 적극적으로 무기를 사용해 전투를 벌일 수 있게 했습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긴장이 높아만 가리라는 전망은 각국의 국내 사정을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아베와 우파는 숙원이던 정상국가화의 꿈이 중국, 북한과의 대립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직감했죠.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저물어 가는 미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입니다. 서로의 국익이 맞아 떨어지죠. 중국도 물러설 자리는 넓지 않습니다. 중국 공산주의는 민족주의로 빠르게 대체돼왔습니다. 특히 시진핑 정권에서 그 경향은 더 짙어졌습니다. 중국의 부활은 곧 외세의 배척과 이어져 있죠. 미국의 간섭과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좌시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 시점에 하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겁니다.

양측의 대결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멀리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 가까이는 한국전쟁, 군사독재까지 고래 싸움에 배와 등이 다 터져본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고민이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가 고래가 될 수는 없죠. 하지만 새우로 남을 수도 없습니다. 어느 쪽에도 빌미를 주지 않을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한편에서는 사드도 재고하고 주한미군도 위축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발 위협도 누그러뜨려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모두에게 간섭할 이유를 주지 않을 수 있죠. 그 시작은 남북 간 평화이고 그것만이 우리에게 남은 절박한 길입니다.

곧 다가올 대선, 정치인들의 입을 지켜봐야겠습니다.

Wednesday, September 28, 2016

[시론]‘백인우월주의’와 미국의 현실


경향신문 (2016.09.28)


지난 26일 오는 11월8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분수령으로 평가됐던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1차 TV 토론이 열렸다. 토론 때마다 억지와 호통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며 공화당 주자들을 무장 해제시켰던 트럼프가 백전노장 클린턴을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을까 걱정과 기대가 넘쳤다. 덕택에 미국의 가정과 직장, 학교에서는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TV를 지켜봤다. 승패는 곧 갈렸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클린턴은 사안마다 구체적 사례와 통계, 관련자들의 이름을 제시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정치인과 관료로서의 오랜 관록이 묻어나왔다. 트럼프는 그의 장기라고 여겨지는 임기응변조차 발휘하지 못하고 어물쩍대고, 토론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클린턴의 발언 시간에 사사건건 끼어들 뿐 아니라, 난데없이 “아닌데” “틀렸어”라며 김을 빼다가, 나중에는 “내가 대통령이 될 기질이 있다”며 소리쳤다. 그 덕택에 트럼프는 ‘대통령 자질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며, 토론을 지켜보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황당한 웃음을 선사했다.

TV 토론이 끝나고 나온 CNN 여론조사에서도 60%가 넘는 응답자가 클린턴의 승리였다고 답했다. 이 판정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압도적 승리에도 클린턴은 고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도 신뢰의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덕택에 많은 잠재적 민주당표가 제3후보에게 가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TV 토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클린턴으로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무리 트럼프가 횡설수설에 억지, 거짓, 무능력을 보여줬어도, 그를 향한 지지자들의 믿음은 굳건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화당 지도자와 당원마저 지지를 포기한 트럼프가 이렇게 선전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공유하는 ‘백인우월주의’ 덕분이다. 클린턴이 토론에서 지적한 대로 사업가 트럼프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출생을 문제 삼으면서였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시민이 아니므로 오바마의 대통령직은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트럼프는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국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그는 곧바로 이민자 문제에 집중했다. 멕시코에서 범죄자, 강간범들이 몰려온다고 주장하고, 이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다. 게다가 국경 수비를 위한 비용도 멕시코 정부가 부담하게 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지난 26일 열린 1차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법과 질서’를 되풀이한 것도 이런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민정책 말고는 별다른 정책이 없는 것이 트럼프 캠프의 현실이기도 하다.

‘백인우월주의’라는 괴물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눈앞에 놓인 미국의 현실 때문이다. 이민자가 늘면서 이들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고 있고, 향후 30년, 불과 한 세대 후에는 어쩌면 백인이 소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근거 없는 불안에 휩싸인 일부 백인들은 과거 좋았던 시절, 즉 백인이 절대다수이고 우대받던 시절을 내심 그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히니 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미국인들의 마음을 트럼프가 파고든 것이다. 덕택에 이들은 공화당 지명자라는 정당성 뒤에 숨어 이제껏 발산하지 못했던 ‘뒤틀린 욕망’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일그러진 정치이데올로기가 한 사회를 망가뜨린 것은 나치 독일뿐만이 아니다. 트럼프의 등장을 보며 우리네 괴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Sunday, July 3, 2016

브렉시트의 정치적 의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명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 국민투표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해리포터의 작가 롤링 등 영국 유명 인사들과 주류 정치인들 사이에서 통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유럽연합 잔류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젊은 층도 분노했습니다. 스코트랜드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독립을 다시 추진해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기도 했죠. 설마 했던 금융시장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미국 달러와 엔화 강세를 걱정하는 국내 분석가들도 심각합니다. 영국 여행을 가야하는데 파운드를 지금 사야할까 고민하는 이도 있고 한국 수출이 덕을 보겠지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투자가 미국, 일본으로 쏠리리라는 걱정도 큽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면 지금 누리는 경제적 특혜--유럽연합 내 무관세 무역, 자유로운 인적, 자본의 이동 등--가 없어지고 금융시장에서 누리는 리더십도 독일이나 프랑스로 넘어갈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새로 꾸려질 영국 정부가 유럽 연합에 신청을 하고 나서 2년이 지나고서 일어날 일들입니다. 그 동안 유럽과 영국은 각종 타협과 조약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테죠. 한국이 유럽연합과 각종 교류와 무역을 하는 것과 비슷해질 겁니다. 장기적으로 지금의 충격은 상당 부분 흡수되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빠르게 회복될 것입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정치적 변화입니다. 브렉시트는 갈수록 경제격자가 벌어지는 현실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비롯한 이방인들과 금융계, 정치적 기득권층에 분노를 표현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수당의 존슨 전 런던시장은 늘어만 가는 이민자들을 통제할 주권을 되찾아야한다며 브렉시트 찬성을 이끌었습니다. 영국 공산당과 사회당 등 좌파 세력의 일부도 구조조정의 압박, 신자유주의 강화에 저항하며 브렉시트를 찬성했죠.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찬성진영의 주류는 아무래도 이민을 걱정하는 극우 정서였습니다. 비슷한 세력이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주자로 만들어 놨죠. 

극우파의 성장은 단지 미국과 영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이들은 많은 유럽 국가의 의회에 진출해 있고 일부는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지역선거에서 선전해 다가올 대선을 눈독 들이고 있고 극우파 후보인 호퍼는 5월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49.7% 득표로 거의 당선될 뻔 했습니다. 헝가리 극우 정당 연합은 총선에서 두번이나 승리했고 폴란드도 2015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39%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죠. 덴마크, 필란드, 스위스, 그리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유럽연합에 대한 불신입니다. 영국의 그것과 통하기도 하죠.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도 극우파들은 영국을 따라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연합을 떠나자며 자국 정부를 압박해서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민투표로 가지는 않더라도 반유럽연합 정치공세만으로도 이들은 큰 정치적 승리를 쟁취할 수 있죠. 

유럽 각국에서 극우 세력이 커갈 수록 유럽연합은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 질서는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법, 그 합의를 자꾸 되묻고 따질수록 유럽연합이라는 질서는 흔들리게 되죠. 가장 큰 문제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월등한 일등이고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죠. 위치도 유럽의 딱 중앙입니다. 인구도 많고 교육수준도 높습니다. 자부심도 강해 민족의식도 강하죠. 이런 이유로 독일은 전쟁의 주역이였습니다. 프랑스와 되풀이 되는 전쟁은 결국 세계 일차 대전, 이차 대전으로 이어져 전 유럽을 파괴했죠. 2차대전이 끝난후 이런 독일을 길들이기 위해 독일을 유럽 경제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바로 1952년 시작한 유럽석탄철강연합이 그것이였습니다. 이후 1957년 유럽경제공동제가 출발해 성장을 거듭했고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정치, 사회적 연합인 유럽공동체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유럽연합이 출범했죠. 

독일은 유럽 통합의 주역으로서 정치적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의 통합이 뜨거워 질수록 전쟁의 화마는 차갑게 식어갔죠. 잔존해 있는 신나찌 세력의 부활을 누를 수 있었던 여러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유럽연합의 발전이였습니다. 독일의 전쟁 망령을 봉하는 부적인 셈이였죠. 그 봉인을 전쟁 피해 당사자인 영국이 브렉시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1차대전후 유럽국가들이 고립주의를 선택하고 이민자들을 공격하며 민족주의 찬가를 불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브렉시트가 걱정스런 진짜 이유입니다.  

Saturday, February 13, 2016

[updated] 박근혜 대북조치 비판

북한이 4차핵실험(2016년 1월 6일)을 강행하고 곧이어 위성발사(2월 7일)도 성공적으로 마치자 박근혜 정부는 대북 초강경 조치(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협상; 개성공단 폐쇄)를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전망이다.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없나?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 THAAD·사드는 대기권 안밖에서 상대방의 미사일을 요격해서 인구밀집 지역이나 주요 시설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을 통칭한다.   
  • 왜? 
  • 효과 
    • 대북억지력이 전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다면 미사일을 쏠 일이 없다. 쏴도 단거리 미사일이고, 가장 큰 위협을 휴전선 이북의 포대이다. 그런데 사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미군이 버젓이 중무장하고 기다리고 있는 남한을 북한이 선재공격할 일도 없다.   
    • 그럴 일도 없지만 북한이 쏜다 치자. 안 쏜다니까. 북한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는 있기나 할까? 미국 전문가도 북한 미사일에 무용지물이라고 단정한다 [한겨레, 북 로켓추진체 폭파 기술에 사드 무용지물]. 추진체가 이번 실험때 처럼 자폭하면 그 파편들과 탄두가 구분이 불가능. 여러 문제를 뻔히 아는 미국장군들이 사드를 요구하는것 자체가 충격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 문제 
  • 얼떨결에 권력을 얻은후 한편으로는 "아, 몰라, 몰라"를 외치며 내정을 내버리고 또한편으론 사대주의를 철저히 따랐던 인조. 덕택에 호란을 두번이나 겪어야했던 조선백성. 인조와 너무나 비슷한 박근혜에게 한명기의 병자호란을 읽어보길 권한다.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51회 - 한명기: '병자호란'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 집에 책이 없다던데?

  • 개성공단 
    • 2004년 문을 연 공단에서는 약 5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한국 공장에서 근무를 하며 신발, 속옷 등 소비재를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2월 10일 아무 경고도 없이 가동을 중단했고, 북한은 이에 맞서 군사지역으로 선포, 군대가 공단을 접수해버렸다. 
  • 왜 닫았나? 
    • 북한 핵실험, 위성발사 등에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서방은 이미 경제봉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응을 못찾고 있는 상황.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중국-북한 무역과 개성공단. 전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후자를 통해 북한을 벌주고자하는 기류가 있었다. 
    • 이런 국제정세에 반응한 것일 수 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고 한창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나 공화당 쪽에서는 북한, 중국 등에 맞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선두주자 트럼프는 김정은을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헛소리까지 하고 있으니 [Daily Mail, Donald Trump vows to make North Korean leader Kim Jong-un 'disappear' and says the 'bad dude' dictator will face a fate worse than assassination], 온건책을 내면 매국노로 몰리는 분위기다.  
    • 하지만 이런 국제 정세보다는 국내정치를 고려한 측면이 강할 듯 하다. 우선 총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 왔으니 보수층을 결집시켜야 하고 여기엔 북풍만한게 없다. 문제를 할 수 있는 게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 확성기도 있잖아. 하나 남은 고리가 개성공단이였고 결국 마지막 카드를 써버린 것. 
  • 효과
    •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한다는 면에서는 일관성이 있다. 미국으로서야 이란과의 핵협상도 끝나고 쿠바와의 외교관계도 재개된 마당에 이제 남은 골치덩어리는 북한과 이슬람세력이다. 미국의회도 최대의 경제제재조치를 호기롭게 통과시켰지만 그 효과가 신통치 않을 것임은 자신들도 안다. 뻘춤하던 차에  남한의 조처가 반가울 수 밖에. 당장 케리 국무장관이 환영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연합뉴스, 한미 외교장관 대북압박 공조가속…케리 "개성공단 중단 지지"]  
    • 하지만 북한이 타격을 입을까? 온갖 제재조치 속에서 수십년간을 버틴 북한정권이 개성공단 닫는다고 충격에 빠지지는 않을 듯 하다. 한 리포트를 보면 "지난 10년간 남한에게는 32.6억 달러의 내수 진작 효과를, 북한에게는 3.8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가져다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개성공단 가동 10년 평과와 발전 방안]. 결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없어도 핵계발을 못하거나, 정권이 붕괴되고 막 그런 돈은 아니다. 북한의 2014년 무역규모는 76억 달러. 대부분이 중국과의 무역이니 [코트라, 보도자료] 이를 막지 않는 경제 제재는 무의미하다. 
    • 게다가 북한 근로자에게 지불되는 대부분의 돈이 공단내 마트에서 소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마트의 주인은 호주동포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처럼 노동당 자금으로 흘러갔다는 말은 억측에 불과하다. 국회연설에서 나온 이 주장이 억측임은 증거가 없다고 고백한 통일부장관 입에서 확인할 수 있다 [SBS, 비디오머그] 그러니까 개성공단 자금이 미사일 개발에…어떻게 된거죠?].   
 

  • 문제 
  • 효과도 없는 정책을 심각한 논의도 없이 정치적 계산에서 즉흥적으로 해치운 듯하다. 물론 보수층을 집결시키고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종북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다. 선거의 여왕답다. 
  • 한가지 걱정스런 것은 이런 일련의 경제제재 조치가 이어지고 북한이 강경대응으로 이어가면 긴장이 높하지고 미국의 무력조치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1994년에도 폭격 코앞까지 간 경험이 있고, 2003년 이라크 침략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피혜는 고스란히 남과 북의 인민의 몫인데, 지도자들은 상관치 않는다.  

Friday, December 18, 2015

정치인의 거짓말

뉴욕타임즈에서 아주 재밌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All Politicians Lie. Some Lie More Than Others. - The New York Times

정치인들이 거짓말 하는 것은 뭐 새삼스러울 것이 없죠. 하지만 여기서는 이들의 거짓말을 정도를 비교해 놓은 것이죠. 이렇게 해놓으니 재밌는 결과가 나왔네요. 밑의 표는 2007년 이후 대선 후보들의 거짓/진실 비교를 보표로 나타낸 것입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맨 위의 두 정치인들 이름입니다. 현재 미국 공화당 대선 유력 주자인 벤 칼슨과 도날드 트럼프는 거의 입만 열면 거짓말(각각 84%; 76%)을 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 중 진실된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각각 4%, 7%). 인터뷰 어디를 틀어보아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꽉차 있는 사람들이니 놀랄 것이 하나도 없죠. 뒤를 이어 테드 크루즈, 딕 체니 등 공화당 후보들이 그 뒤를 쭉 잇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민주당 후보들의 스코어입니다. 꽤 진실에 충실에 보이려는 노력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한참 밑으로 가야 조셉 바이든 현부통령이 나오면서 민주당 사람들 이름이 보이니까요. 클린턴 부부는 반은 대체로 진실을 이야기한 것으로 평가받네요. 빌 클린턴은 거짓말 비율이 24%로 이들 중 가장 진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민주당 정치인이 진솔하고 공화당 사람들이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일반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즘 공화당의 토론을 보고 있으면 정말 구리다 하는 느낌이 나는데 그 느낌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라는 증거는 되겠죠.

다만 트럼프처럼 뻔히 거짓말을 하고, 말도 안되는 억지에, 인종차별 발언을 뻔뻔히 해도 그 지지율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것은 생각해 보아야겠죠.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 중하층 백인 남성의 분노일 것입니다. 유색인종이 싫은데 흑인 대통령이 나오고, 테러에 화나는데 정부는 당장 쳐들어 갈 생각은 안 하고,  자기 주머니 사정은 좋지않은데 정부는 돈을 펑펑 쓰는 것 같고. 말은 못하고 끙끙 속으로 앓고 있다가 트럼프처럼 부자에 똑똑한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니 신이 날 수 밖에요.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도 없죠. 일단 속이 시원하니까요.

정치지도자가 속이 시원한 말을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 집단을, 아무 근거도 없이 공격함으로써 통쾌함을 준다면 이는 한 나라를 이끌 정치지도자가 할 소리는 아니죠. 사실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당장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그런 정치인을 경계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입니다.



Friday, May 16, 2014

선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심판 나타날까?


선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심판 나타날까? - 남태현

인사이트 2014-05-16


http://insight.co.kr/content.php?Idx=2805&Code1=001




6·4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오는 15~16일 이틀간 진행됩니다. 본격적인 선거전의 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죠. 지방자치의 수장을 뽑는 일이니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재정을 바닥내는 자치단체장도 있고 반면에 여러 정책으로 지방정부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이도 있으니 살펴볼 것이 많죠.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아무래도 세월호의 여파를 피하지 못할 듯합니다. 당연한 것이겠죠.

이미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며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과 승객들을 살려내지 못한 책임을 가리는 일은 정부에서 자유로운 특검이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바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당으로서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세월호 여론을 선거 때까지 끌고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생각이고, 야당의 책임이라고 할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지방선거와 겹치는 시기이니 이러한 요구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이 “사고 수습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역풍에 휘말리자 이를 덮으려는 듯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비겁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청와대를 엄호한 것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반응이었습니다. 사고수습을 강조함으로 해서 세월호 사태와 지방선거를 할 수 있는 만큼 분리해 역풍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 또한 여당으로서는 당연한 바람입니다.

정략적 이용


또한편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2일 새누리당 당원 등에게 대량 발송한 문자에서 “지금 박 대통령께서는 세월호 참사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힘들어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찬바람 속에서 언 발 동동 구르며 만들었던 박 대통령을 저희가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심을 역설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론으로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박 대통령을 감싸거나 그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자연히 보이는, 낯익은 풍경입니다.

세월호로 분노한 국민들은 이러한 정치인들의 정치놀음에 지레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여야 모두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양비론을 들이댈 수도 있죠. 정치는 정치고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번 세월호 사태는 어느 특정 지방 행정의 수장이 책임질 일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월호 침몰이 처참한 일이긴 하지만 지방선거와는 별도의 일이라고 억울한 하소연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소리입니다. 세월호 사태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었던 청와대,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 등 중앙국가 기관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서울 시장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 그 후보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이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얼핏 보면 불합리할 수도 있는 이런 현실은 우리 정치체제의 현실과 맞물려 있습니다.

한국의 유권자는 중앙국가 기관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기관의 수장 즉 장관이나 대통령의 잘못은 물을 수가 없죠. 장관이야 여론을 통해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지만 이미 선거를 이긴 상황에 재선의 걱정이 없는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책임을 묻게 하는 방법은 전무합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듯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국정운영에 큰 실망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철옹성 같던 지지율도 40%대로 떨어졌죠. 세월호 침몰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과 비슷한 40대 유권자들에선 더 큰 폭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침몰 후 사태 파악에도 미숙했고 관료들뿐 아니라 내각의 장악력도 희미했음을 들어냈습니다. 구조, 원인 조사, 피해자 가족 관리 등 당장 해야 할 정부의 과업뿐 아니라 민심을 달래야 할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의무도 하지 못하는 낯뜨거운 장면만 연출했죠.

정치 참여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못을 하고 무능한 것으로 드러나도 대통령은 헌법이 규정한 임기를 보장받게 되어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까요? 설사 내각이 총사퇴를 한다 해도 그것은 내각의 사퇴이지 박근혜 대통령 본인의 위치와 권력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연히 이러한 한국의 정치체제하에서 유권자들이 불만을 표시할 다른 방도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시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정치의 참여는 거리뿐 아니라 투표소에서도 진행됩니다. 바로 다음 달의 지방선거가 그 예일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 새누리당이 크게 패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달라지도 않을 테죠. 이번 세월호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적폐’가 사라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성난 민심을 보여주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많지 않은 정치참여의 중요한 통로이자 바로 민주체제의 근간입니다. 선거를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성난 민심이 드러나고 이는 정권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만약 이번 사태에서 이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체제 그 자체의 정당성을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이죠.

정부와 여당은 이 심각성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Wednesday, March 5, 2014

安 비판마라, 걱정할 일 따로 있다

安 비판마라, 걱정할 일 따로 있다 - 남태현
Insight 2014-3-5

http://insight.co.kr/content.php?Idx=858&Code1=001


지난 3월 2일을 시작으로 한국 정치 뉴스는 거의 한 가지 소식만 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김한길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의 통합이 그것이었죠.

당장 있는 지방선거와 다가올 총선,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막고 새 정치를 구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워낙에 갑작스레 있는 일이어서였는지 논란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논란들을 살펴보고 한국정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논해보로록 하겠습니다.

안철수‧김한길, 밀실정치 구태 답습?


일단은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조선일보(2014.3.3)가 말하듯 ‘구(舊)정치에 대한 새 정치의 백기 투항’이라는 비아냥이 그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안철수와 그의 세력은 민주당을 싸잡아 낡은 정치세력이라고 비난했더랬죠.

그러더니 며칠 사이 그 낡은 정치 세력과 통합이라니 놀랄만한 일입니다. 이러한 비난은 한나라당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진영에서도 들립니다. 정의당은 3월 2일 논평에서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양당기득권 독점체제를 깨고 '새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열망이 좌초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은 그동안 누차 양당독점체제를 허무는 새로운 정치를 주창해 왔으나 결국 스스로가 기득권 독점체제에 편승한 결과를 낳았다”고 했고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이 … 혁신 대상인 양당 기득권 체제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새정치) 명분은 상실됐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합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들어난 밀실정치의 구태를 비판합니다. 공적인 정치세력의 합당이란 것이 가벼운 일일 수 없고 최소한 그 조직 내에서만이라도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바람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밀실통합이었죠. 민주당의 김광진 의원은 "아니! 언제부터 민주당이 당대표 1인에게 당해산, 합당, 신당 창당의 권한을 줬냐"며 "이런 중대차한 일을 당원, 의원단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기자회견 5분 전에 '미리 상의하지 못해 양해를 구한다'는 문자하나 달랑 보내고 끝낼 수 있습니까"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새정치연합 윤여준 의장도 합당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2일 오전까지도 신당 창당 결정을 통보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주체제의 핵심, 선거의 승리


이러한 비난과 실망의 목소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민주체제의 핵심을 간과한 비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체제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양당기득권의 독점체제를 깨는 것인가요? ‘새정치’를 구현하는 것인가요? 밀실정치를 타파하는 것인가요? 물론 이들 모두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민주체제의 핵심일까요?

민주체제의 핵심은 다른 것이 아닌 선거의 승리입니다. 왕정체제에서도 당파정치를 깨는 것이 중요했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밀실정치를 욕하는 목소리도 있었죠.

하지만 이는 나라를 운영하는 이들의 숙제이었지 체제를 안정시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왕위의 계승과 유지였습니다. 소위 민주국가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이런 저런 과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 나라가 추구해야할 숙제이지 체제의 정체성은 아닌 것이죠.

민주체제의 정체성은 선거에서 나오고 권력은 선거의 승리에서 나옵니다. 숙제는 그 후에나 할 수 있는 것이죠. 즉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민주체제라는 것입니다. 이 당위를 곱씹어 본다면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망을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는 학생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고 뭐라 하는 것과 똑 같은 것이죠.

그런 면에서 합당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선거에 고전할 것이라 예견되었었고 합당은 두 당 모두에게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책인 것이었던거죠. 그런 면에서 합당의 목표나 대의가 불문명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감정적인 반응일 뿐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자신의 정치적 취향에 따라 야합, 정치공학, 구국의 결단 등으로 불리는) 합당은 늘 있어왔던 일입니다. 1990년 노태우의 민주정의당과 제2야당이던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을 해 거대 여당을 만들어 정권을 재창출했습니다.

1997년의 대통령 레이스에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과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손을 잡고 신한국당의 이회창을 간신히 이겼습니다. 2002년엔 민주당의 노무현은 국민통합21의 정몽준과 과감하게 손을 잡으면서 이회창을 역전했죠. 합당 또는 그에 준하는 연합이 선거에 힘을 발하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예입니다.

신당창당, 6‧4 지방선거에 활력


당장에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던 야당의 지방선거에도 활력이 띄고 있습니다. “두 세력이 통합하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할 여지가 많았고, 견제도 협력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관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경향신문 사설 3.2)가 있고 실제로 야당의 지지율도 치솟았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신당 지지율은 30%로 2월 21~22일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나온 민주당 10.3%, 새정치연합 13.7%를 단순 합산한 24.0%와 비교할 때 지지율이 6%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율은 39.9%에서 39.3%로 0.6%포인트 줄어 별다른 변화가 없었죠. 새누리당에서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야권이 민주당과 안철수 지지세력, 진보세력으로 갈갈이 나누어져 쉬운 싸움이 예상되었던 새누리당으로선 황당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왜 이렇게 정치판이 돌아가냐는 것입니다. 왜 계속 합당 또는 야합이 나타날까요? 이를 구태적인 정치라고 욕하던 이들도 합당을 하게 만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고질적인 병폐인 양당기득권 독점체제를 깨기’가 이렇게 힘든 것은 왜일까요? 질문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실 대답은 하나입니다. 바로 우리의 선거제도 때문이죠 (남태현 2014 <왜 정치는 우리는 배신하는가>).

우리의 선거제는 각 선거구에서 최대의 득표를 한 후보만이 승리하는 제도입니다. 당연히 승자는 한 명일 뿐이죠. 그 선거구에서 노태우 후보처럼 36.6%의 득표를 하건 박근혜 후보처럼 과반수를 넘건 일등만 하면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거꾸로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명만 이기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솔직한 지지보다는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정당에 투표하고 싶어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그나마 조금 더 비슷한 민주당에 투표하게 되는 것이죠.

‘새누리당보다는 낫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건 아니건 우리의 선거제도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투표형태는 결과적으로 양당제를 공고하게 만듭니다.

한국의 양당제, 안철수 혼자 바꿀 수 없다


좌건 우건 이념의 잣대에 가운데에 서있는 두 정당 말고는 살아남기 힘든 것이죠. 노동정당의 지지가 민주당에 흡수되는 것처럼, 극우정당의 지지도 새누리당으로 흡수되어 살아남기 힘든 것은 이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양당이 무슨 기득권을 조작하고 독점하는 흉계를 꾸미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레 제도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죠. 거꾸로 양당제는 안철수 혼자 바꿀 수 있는 것도 애초에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실망을 하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기대를 한 면이 큽니다. 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판에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정당 둘이 사회의 다양성을 대변할 수는 없죠.

그러므로 다양한 정당이 정권을 다투는 건전한 민주체제를 이루는 길은 선거제도를, 그리고 더 나아가 헌법을 바꾸는데서 찾아야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합당을 보고 생각해봐야할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