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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25, 2015

홍준표와 우병우, 그리고 캡사이신

한 날에 두 신문의 다른 기사. 얼핏 보면 전혀 다른 기사이지만 한국의 속살을 보여준다는 데에는 한가지다. 그리고 같은 날 기사가 뜬 것또한 우연이라기보다는 너무 일상적이 된 한국의 슬픈 초상화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병우야”… 홍준표와 우병우는 ‘특수관계인’ : 정치일반 : 정치 : 뉴스 : 한겨레

‘세월호 집회’서 3일간 쓴 ‘캡사이신’ 경찰, 작년 1년간 총 살포량의 2.5배 - 경향신문

우병우 민정수석은 청와대 실세다. 그는 20세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초임을 서울지방검찰청에 발령받았을 정도로 성적도 우수했다. 검사 시절 특별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리며 동기 중 선두를 달렸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한 전직 검사로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 뿐 아니라 민정수석의 자리까지 올라가면서 검찰선배들의 머리위에 올라앉았다.

그는 또한 409억 2599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정부 고위 공직자 가운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낸 해에도 일등이였단다. 본인과 부인이 보유한 채권이 166억9000여만원, 예금이 166억7000여만원으로 일등이지만 부인이 지분을 보유한 기흥골프장의 1967억에 이르는 자산총액을 따져보먼 재산은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 지분은 전 주인인 이상달씨 즉 우병우의 장인이 우병우의 아내에게 준것이다. 우병우가 공직에 있으면서 수백억의 자산가가된 이유가 짐작이 된다.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도 최고로 잘 나가는 검사와 자본의 결합. 이것이 한국의 현실인 것이다. 드라마에서만 보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막연히 짐작만 하는 것도 아닌, 엄연한 사실인 것이다. 이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상달씨와의 관계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이상달씨와 또다른 잘나가는 검사, 홍준표의 관계에서도 알 수 있다. 1990년대 기흥골프장 인수를 놓고 검찰에 불려다니며 고생을 하던 이상달씨는 기흥골프장을 끝내 인수한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가 바로 당시 최고의 검사 홍준표였단다. 홍준표 자신의 입으로 떠들고 다녔으니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실제로 어떤 인간적 관계를 가졌는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자본가들이 권력을 사고 권력가들은 자본을 이용하면서 서로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가끔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아주 가끔씩 자본가들이 철창신세를 지는 것을 뉴스에서 보곤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일 뿐 일상적으로는 서로의 등을 긇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등긁어주는 사이가 아니면 낄틈이 없는 곳이 한국사회다. 지난 8일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하루 동안 경찰이 쏜 캡사이신(최루액) 분사액이 지난 한 해 총 사용량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근혜 정부 2년간 쓴 양의 75%를 이날 하루에 시위대를 향해 쐈다는 것이다. 80년대처럼 반정부 투쟁을 한 것도 아니고 자식을 잃은 부모와 이들과 연대하는 추모객들에게 이렇게 한 것이다. 정말 반정부 시위라도 하면 어떻게 할 까 두렵다.

서로는 그렇게 긁어주니 얼마나 시원하겠나 싶다. 그래서 너희도 좀 시원하라고 물대포를 쏘았던 것인가... 

Wednesday, February 25, 2015

[왜냐면] ‘차승원의 케첩 만들기’에 열광하는 우리들에 대해



한겨레 (2015.02.25)

케첩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미국에 와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것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라디오 음식방송에서 소개하는 것을 통해서야 알았다. 두어 세대 전만 해도 집집마다 토마토케첩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덕분에 김치가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 케첩도 제각각 전통의 맛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그런 집은 보기 드물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브랜드의 케첩을 다들 사 먹는다.

케첩이야 원래 서양 것이니 그렇다 쳐도 어묵도 만들어 먹는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음식이다. 부모님이 부산지역 분들이어서 어묵을 즐겨 먹었다. 슈퍼에서 사 먹고, 길거리에서 사 먹고, 심지어 유명한 부산지역의 어묵집에서 주문해서 먹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도 어묵을 만들어 먹어본 적은 없다. 그리고 어느 집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어묵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케첩과 어묵을 쓱쓱 만들어 내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콩나물국이나 매운탕을 맛있게 끓이는 것(물론 이것도 놀라운 장면이었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시청자가 나뿐이 아닌 듯하다. 주변의 반응도 비슷하고 그 인기는 높은 시청률로 나타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만히 돌이켜 보면 딱히 재미나는 사건이나 게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장소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주민의 삶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아주 기본적인 모습을, 그것도 요란하지 않게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왜일까?

나는 이 인기가 요리라는 기본적인 삶의 요소에서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를 소외시켰는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식품, 외식산업도 2002년부터 2012년 사이 두배로 성장을 했다고 한다. 둘러보면 들어서는 것은 음식집이나 마시는 곳이기 쉽다. 개업을 구상할 때도 다들 치킨집이다. 김치산업, 도시락산업, 반찬산업, 모두 산업화되고 있다. 그만큼 요리는 소비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정성스레 만들고 같이 먹는 것은 같이 먹는 입, 즉 식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즐거움이다. 공공보건의 관점에서도, 쓰레기 처리 관점에서도, 지구온난화 관점에서도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현실은 이렇다. 부모는 각각 직장에 나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어딘가에 맞겨져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피곤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음식을 준비하고 같이 즐겁게 먹는 것은 쉽지 않다. 주말이나 쉬는 날도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동환경에서 틈을 내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쉬울 리가 있나. 그만큼 요리는 최소한의 과정만 거치게 되고 대부분의 과정을 소비로 대체하는 것이다.

노동의 환경이 나은 이들도 사정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맛집을 찾아 차를 몰고 다니고 수입 와인을 맛보는 클럽에서 모임을 즐긴다. 더 비싼 음식, 더 비싼 와인을 찾게 되고, 더 많은 소비를 자랑스러워한다. 혀는 즐거울 테지만 결국 소비다.

밭에서 파를 뽑고, 토마토를 끓여 케첩을 만드는 것에 열광하는 우리는 그만큼 통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만큼 즐거운 것을 잃고 살고, 빼앗기고 살고 있는지 무의식중으로나마 확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Monday, December 15, 2014

그곳의 오늘

한쪽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지든 취해 살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엇하나 없어 목숨을 거는, 
그곳. 
그곳. 
그곳.



100억대 벼락부자가 유흥업소에서 난동을 피우고 경찰관까지 폭행, 폭언 "내가 10억만 쓰면 너희 옷 모두 벗긴다” 후 법정구속되고 버려진 그의 슈퍼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2151527011&code=940202




뉴욕발 비행기에서 땅콩을 빌미로 승무원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퍼붓고 비행기를 돌려 한 승무원을 내리게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no=2014121209548028566





복직을 요구하며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앞 천막에서 40일 째 단식농성 중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옮겨진  최일배 위원장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2670




수도권 최대 유선방송업체인 씨앤앰(C&M)에서 해고된 109명을 대표해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20m 높이의 광고판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 2명.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1691

Thursday, December 11, 2014

조현아의 '초능력',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후진시켜본 일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후진하자고 말했다간 욕만 실컷 먹기 딱 좋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뉴욕에서 버스도 아니고 대형항공기를 후진시키기도 한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말 한 마디에 뉴욕을 출발해 한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로 이동하다가 후진을 해 사무장을 내려놓았다. 견과류 서비스를 제대로 못한 승무원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덕택에 수백 명의 승객의 객실 서비스와 안전을 책임지는 사무장이 없는 상태로 비행기는 한국까지 날라왔다. 조현아의 고함은 일등석 뒤의 일반석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고 한다.

그런 일로 사람들 다 들리게 고함을 친 것이나 그 고함에 비행기를 '후진'한 것, 또 사무장이 없이 비행을 강행한 것 모두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자연히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슈퍼 갑질,' '진상 손님 조현아,' '이건 갑질을 초월해 법조차 무시' 등의 지탄이 따랐고 국토부조차 위법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해명은 이런 반응과 사뭇 달랐다. 회사측에 따르면, 사무장은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으며,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고, 회사는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고객 서비스 및 안전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승무원들만 혼난 것이다.

일반 대중들의 분노는 '너무 했다'는 느낌에 기초한 것이다. 너무 했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할 반응에 비교해 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조현아 부사장을 일반적인 대중의 잣대로 판단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제가 과연 옳은 것일까? 조현아 부사장은 보통 사람일까?

조현아는 거대 자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큰딸로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석사 취득 후 대한항공에 입사, 7년 만에 임원이 됐고 곧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계열사 '칼 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았고 한진관광 등기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생>을 봤건 대기업에서의 경험이 있건, 이런 승진이 보통 사람에게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시대에서 자본가들에게서나 일어나는 소설과도 같은 일이다. 그 소설에서는 자본가들은 고함으로 비행기도 후진시킬 초능력이 있는 것이다.

물론 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세상은 소설이길 바란다. 나와는 전혀 다른 그들, 그들의 숨막히는 지배와 초능력에 가까운 권력이 소설에서나 나오고, 실제에서는 모두가 비슷하고, 서로 아껴주는 훈훈한 곳이길 바란다. 물론 이 또한 망상인 것을 우리는 뿌연 연무 뒤의 치솟은 빌딩을 보듯 알고 있다. 조현아의 갑질은 그 연무를 걷어내, 우리가 보기 싫은, 검고 높디 높은 빌딩을, 차가운 현실을 온전히 보게 한다.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현아의 갑질이 우연히 우리 눈에 띄었을 뿐 사실 당연한 것이다. 착한 양반도 있었고, 악독한 양반도 있었지만 어짜피 양반은 양반이었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는 그 힘과 권위에서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대한항공의 반응, 조현아 부사장을 말그대로 윗어른으로 모시는 입장에서 나온 반응이 더 솔직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분노는 번짓수를 잘못 적은 것인지도 모른다. 조현아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체제에 대한 분노와 성찰이 더 급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