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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y 9, 2019

책 <목호의 난: 1374 제주>

민족이란 틀에서 본 현실과 개인이 삶으로 겪은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개인의 삶은 아무리 아파도 쉽게 잊혀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거대담론이 채운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각색되고 잊혀진다. 그리고 남는 역사는 누구의 것인지.

고려인에게 '난'이었던 '오랑캐'의 삶과 싸움이 아름답게 그려진 책. 감사히 읽었다. 개인의 서사까지 담겨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해서 좋았다. 보았던 제주의 풍경도 생각나고. 그래서 더 마음이 짠하다.

제주는, 제주의 사람들은 어찌 이리 외지인의 발톱에 계속 뜯겨야 했는지. 안타깝다. 이재수의 난, 4-3항쟁. 이제는 경제/문화적 침공. 오키나와, 하와이, 대만. 비슷한 운명의 섬들도 생각나고.

꼭 한번 읽어 보시길.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180208430

경향의 책소개도 재미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 기자가 베네딕트 앤더슨을 언급한 것이 눈에 확 띄었다. 민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했던 책 의 저자.



Tuesday, May 1, 2018

[세상읽기]제1 야당의 ‘빨갱이 딱지’ 붙이기

경향신문(2018.04.05)

총기 살인은 미국 고질병입니다. 지난 2월 플로리다의 고등학교에서 한 범인이 쏜 총탄에 17명이 사망하며 충격을 줬지만, 그 충격이 무뎌지는 지경이죠. 네 명 이상이 희생되는 ‘총기 난사’가 거의 매일 일어납니다. 그런데도 총기 규제는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정치적으로 막강한 전국총기협회가 워싱턴 정가를 꽉 잡고 있는 게 주요 요인입니다. 총기 보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탓도 있죠. 총기에 익숙한 미국인의 정서도 한 요인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를 추가하자면 미국의 탄생 그 자체입니다. 미국 팽창은 원주민에 대한 폭력을 통해 이루어졌죠. 그 탓에 미국 전역에 퍼져있던 원주민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들의 피와 눈물이 뿌려지지 않은 곳이 없죠. 살인적 폭력이 미국을 가능케 한 것입니다. 승자인 백인들이 총을 사랑할 수밖에요. 총기 폭력은 미국의 원죄라 할 것입니다. 이 원죄를 씻지 않고서는 총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딱지 붙이기는 한국 고질병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추악하고 비열한 범죄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기가 막히되 놀랍지는 않습니다. 이명박 시장 때 이미 많은 이가 그의 저열함을 눈치챘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의심은 이미 ‘다스’를 향하고 있었죠. 그래도 우리는 이명박을 뽑았습니다. 입맛을 다시는 그의 등짝에 붙어있던 ‘현대건설 신화’라는 딱지와 ‘장로’라는 딱지 덕이었죠.


불행히도 한국 거리는 온통 딱지투성이입니다. 재벌을 옹호해도, 신자유주의를 추구해도 ‘진보’ 딱지는 민주당 이마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백인이면 ‘미국인’으로 떠받들고 흑인은 미국인이어도 ‘깜둥이’로 멸시하죠. 한국계 미국인은 ‘미국교포’이지만 한국계 중국인은 ‘조선족’입니다. 이 중 최고(?)의 딱지는 역시 ‘빨갱이’죠.


레드벨벳이 평양에서 공연한 2018년에도 제1야당은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를 만들고 앉아있습니다. 누구는 윤상 평양공연 예술단 음악감독을 친북인사들과 엮는 웃지 못할 비난도 했죠. 보수정권 때에는 야당을 “종북세력의 숙주” “종북 연대”라면서 조롱했고 “북한 지령에 따른다” “차라리 월북하라”며 규탄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통합진보당을 빨갱이로 몰아 해산시키며 그 광기의 정점을 찍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빨갱이가 아니냐는 의심에 내내 시달려야 했습니다.


모든 딱지는 이성을 메마르게 합니다. 그 때문에 한국 사회는 비극과 비극을 넘나들었죠. 빨갱이 선동에 열을 올리며 이명박, 박근혜는 정부를 노리개로 썼습니다. 그 와중에 세월호는 가라앉았죠. 신군부 독재 정부는 저항하는 시민을 빨갱이로 몰아 때리고, 감금하고, 고문했습니다. 안타깝게 죽어간 이는 박종철, 이한열만이 아니었죠. 그 독재 정권의 시작은 광주 학살이었습니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죠. 1975년 인혁당 사건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8명은 사형 확정 후 불과 18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명박이 수상해도 그냥 찍었듯, 우리는 쉬쉬하며 넘어갔습니다. 나의 안위가 당장 급했지만 그렇게라도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 조그마한 딱지라도 하나 있어야 했죠. 권력은 금방 눈치를 챘습니다. 딱지만 붙여놓으면 사람들은 딴 곳만 쳐다본다는 것을요. 그 시작은 1948년이었습니다.


그해 4월3일, 400여명의 좌익 무장봉기가 제주도를 흔들었고 미 군정과 한국 정부는 ‘빨갱이’를 소탕한다는 이름으로 초토화 작전을 벌였습니다. 3만여명을 학살했고 마을도 불살라버렸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민간인이었죠. 살아남은 이들도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감추고 침묵으로 버텼습니다. 이들의 피를 쏟고 태어난 대한민국 권력은 빨갱이 딱지에 중독됐죠. 그러니 제주의 피는 대한민국의 원죄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딴 곳만 쳐다보는 사이 뻔뻔한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 오늘까지 왔습니다. 제1야당 대표는 아직도 빨갱이 딱지 덧대기에 바쁩니다. 다행히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죠. 원죄를 씻지 않고서 우리는 온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명명백백히, 숨김없이 밝히는 일이 급합니다. 온전히 씻지 못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더 급한 숙제입니다.

Monday, January 11, 2016

[왜냐면] 10억엔에 나라 안위까지 팔아넘겼다



위안부 논쟁을 타결하면서 일본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예산은 10억엔, 한화로 약 100억원입니다. 일본이 매해 부담해온 유네스코 예산의 약 10%인 37억엔, 원래 800억엔으로 잡았다 2520억엔으로 커져 문제가 되고 있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정비예산과 비교해도 참 초라한 금액입니다. 일본은 헐값으로 230여명의 등록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한국 정부의 침묵을 사들인 셈이죠.

한국에서는 100억원으로 무엇을 할까요? 내년 예산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00억원이 국가보훈처의 유치원 안보교육 예산으로 배정됐습니다. 대전 서구 공영주차장 건설사업 총사업비로, 내년도 달 탐사 사업에, 부천시 인도 정비에, 내년 영농기까지 용수 부족이 예상되는 저수지 103곳의 정비 등에 각각 100억원이 잡혀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100억원에 팔아넘긴 것이 이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사 문제에 관한 한-일 외교분쟁의 타결은 미국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정치적·군사적 팽창은 태평양 세력의 지도국으로 남고 싶어하는 미국에 큰 도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수밖에요. 2013년 미-일 군사동맹 강화조약,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제주의 해군기지 건설은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한-미, 미-일 공조는 잘되지만 한-미-일 삼각 공조를 꿈꾸는 미국으로서는 답답한 것이 한-일 관계입니다. 역사 문제로 계속 삐거덕거리고 있으니까요.

이런 정세 판단에 미·일이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지난해 4월의 정상회담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동남아국가들의 분쟁을 지적하며, 중국은 대화가 아닌 무력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죠. 바로 이어서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과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0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중국이 국제법을 어기면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처럼 이를 비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협박 아닌 협박을 했죠. 이어 그는 한-일 간 역사 문제 타결이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리고 두달 만에, 몇십년이 지나도 안 되던 타결이 된 것이죠. 당장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식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며 치켜세웠습니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중국은 우리와 멀어질 수 없는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 이미 최대 교역국이고 북한과의 문제에서도 중국의 협조는 절대적이죠. 하지만 대놓고 중국과 각을 세우는 길로 접어드는 형국입니다. 덕택에 한국은 앞으로 펼쳐질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에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단돈 100억원에 팔아넘긴 것은 위안부 생존자들의 명예, 한국인들의 자존심만이 아닙니다. 나라의 안위까지 떨이로 넘긴 것입니다. 

위안부의 문제가 나라가 없어져서 생긴 일인데, 그 처리를 놓고 또 한번 불장난을 치는 정부가 야속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