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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18, 2019

미국 정치 이야기 #3, 트럼트의 인종차별



미국은 인종 문제에 예민합니다. 건국 자체가 유럽 백인의 원주민 학살로 시작했죠. 거기에 흑인을 노예로 삼았고 이를 두고 내전까지 치렀습니다. 이민은 계속 되면서 그 때마다 논란과 논쟁이 계속 됐습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을 카톨릭 첩자로 봤고, 중국인 노동자에 대한 법적 차별도 있었죠. 지금은 그 대상이 중남미계 이민자입니다.

그 인종차별이란 어떤 것일까. 일단 그 기본은 한 무리가 같다고 보는 것이죠. 공통점이 있다는 것과 같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 말이죠. 이런 무지에서 한 발 더 나가면 인종적 다름(피부색, 머리결, 키)을 가지고 그 외의 것 (지능, 감수성, 생활습관)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흑인은 게을러." 
"백인은 정이 없어." 
"한국인은 정말 똑똑해."     
물론 똑똑하지 않은 한국인도 많죠. 똑똑한 한국인도 있습니다. 즉 인종 그 자체는 그 집단의 지능과는 무관합니다. (한 집단의 지능을 측정할 수 있지도 않죠. 한다면 뭘로 할까요? 대학 진학률? 한국 사람들이 제일 똑똑하겠네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 수치가 떨어질텐데 그럼 북한 사람들은 안 똑똑한 셈이겠죠. 하지만 인종적으로 한 민족 아니였던가요? 과학 부문 노벨상 수여자 숫자? 그럼 한국은 아프리카 나라들과 전혀 차이가 없을테죠.)

그리고 그런 선입관을 그 인종에 속한 개인에게 적용합니다. 그러면서 인종에 대한 선입관도 강화시키죠: 
"마이클 일은 않고 어딨어? 누가 흑인 아니랄까봐." 
"제인은 백인이라서 그런지 정이 없어." 
"영희 이번에 하버드 갔데요. 역시 한국사람들은 달라."

여기에 더해 가치 판단, 정책 입안 등 전형적 반응까지 더하기도 합니다:
"흑인은 게을러. 그러니까 가난하지. 마이클 봐. 사회보장을 줄여야되. 일도 안 하는 놈들을 왜 도와줘?" 
"제인은 정이 없어. 뭐 백인들 다 그렇지. 그래도 일은 잘 해. 잘 생겼고. 코 봤어? 어쩜 그렇게 오똑한지. 눈도 파랗고 너무 부럽더라. 나도 코 그렇게 해야겠어." 
"영희는 하버드 갔고 걔 언니도 이번에 의사됐지? 참 대단해. 우리 애라고 못할게 뭐야. 한국사람인데." 

미국 인종차별은 정서적 차별로 끝나는게 아니라 정책, 나라의 정체성 등 논란으로도 이어집니다. 돈과 힘을 겨루는 정치문제이죠. 60년대 흑인 주도의 Civil Rights Movement를 시작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 주류의 목소리가 됐습니다. 남부에 있던 백인전용 식당 등이 없어졌죠.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도 금기시하게 됐습니다.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죠. 덕택에 동양인 등 비백인 미국인의 지위도 덩달아 향상됐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인구가 백인의 앞지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죠. 일부 백인들이 불안을 느꼈고 저항심마저 느꼈습니다. 이를 이용한 세력이 여럿 있었죠. KKK나 Aryan Nation 같은 테러집단 등 변방에 머물렀던 백인우월주의는 점차 주류로 스며들었습니다. 심지어 공화당도 커가는 백인우월주의에 조금씩 익숙해졌죠. 완전히 외면할 수 없게된  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 이용/동참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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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변화는 트럼프를 낳았습니다. 사실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을 보려했는데 너무 서론이 길어졌네요. 너무 많아서 대통령이 된 후의 주요 사례만 살펴보겠습니다.

언제발언인종차별
2017-03흑인의원들과 만난 자리. 한 의원이 사회보장 축소로 자기 지역구 사람들이 피해볼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다 흑인이 아니다라고. 그러자 트럼프, "정말? 그럼 그 사람들은 누구인가?"라고 되물음.  사회보장 혜택 받는 사람은 다 흑인으로 착각 
2017-06이민자들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아이티 이민자들은 "모두 에이즈 있어." 나이지리아의 집은 다 "오두막이야."특정지역 사람 (흑인)은 다 문제가 있다는 착각 
2017-08버지니아 샬롯츠빌에서 니오나치주의자와 이에 반대하는 운동가 남부군 리 장군의 동상을 두고 충돌. 한 극우참가자가 차로 운동가들로 돌진해 한명 살해. 트럼는 "양쪽 다 잘못이 있다... 운동가측도 굉장히 폭력적이였다."백인이면 살인적 인종차별도 두둔  
2017-11워런 상원의워(원주민 피가 섞여있다고 주장; 나중에 DNA 테스트로 입증)을 (전설적 원주민으로 디즈니 만화영화로도 제작된) "포카혼타스"로 지칭  한 집단을 한 사람으로 축약 (동양인은 다 재키찬)
2018-01정보브리핑 중 동양계 분석가에게, "어디 출신이냐?" "뉴욕인데요." 그래도 계속 추궁하자 부모가 한국계라는 대답을 듣고서야 멈춤. 이후 "저 한국 여자"가 북한과 교섭에서 빠저있냐고 질문.  동양외모는 미국외모가 아니라는 편견 
2018-01이민에 관한 발언. 아이티 등 남미, 아프리카 나라들을 "시궁창 (Those shitholes)"으로 여러번 지칭하며 노르웨이나 아시아 이민을 늘려야한다고 주장. 특정지역 사람 (흑인)은 다 문제가 있다는 착각; 특정지역 사람(백인, 동양인)은 다 괜찮다는 착각





결론:
인종차별적 발언이 일상적이고 지속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다. 

관련 기사:
"Donald Trump’s Racism: The Definitive List" The New York Times (JAN. 15, 2018)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8/01/15/opinion/leonhardt-trump-racist.html

Thursday, November 15, 2018

[세상읽기]가짜뉴스에 기댄 그들


경향신문 (2018.11.15)


미국 중간선거를 곱씹어 보겠습니다. 대북정책의 미래가 큰 관심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위해 북·미관계 개선을 서둘러왔습니다. 선거가 끝났으니 진전이 이전만 할 순 없겠죠. 당장 고위급회담도 취소됐고 백악관에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했으니 국정운영 전반이 경색되고 북·미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도 있죠. 북·미 협상을 비판하던 빅터 차의 기관이 북한 ‘비밀’ 미사일 기지를 찾았다며 호들갑 떤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접근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미국 정치는 2020년 대선 국면을 맞습니다. 대결이 더 치열해지면서 트럼프는 의회 견제가 작은 영역, 즉 외교에 집중할 겁니다. 핵문제 해결이 정치적으로 더 중요해지면서 북한과는 대화하고, 이란과는 대결하며 성공이라 자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중요한 이슈도 있습니다. 이민 문제가 그중 하나죠. 이는 트럼프 정부 핵심 관심사입니다. 대선 캠페인 때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자고 해 재미를 봤죠. 올해는 ‘캐러밴’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수천명의 중미 난민이 미국으로 향하자 트럼프는 이를 침략으로 규정하고 군대마저 배치했죠. 덩달아 트럼프 지지자들은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민병대를 조직해 국경으로 향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난민 행렬을 안보 위협으로 믿고 있습니다. 난민에 범죄자가, 특히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다며 트럼프 선동에 환호하죠. 난민 수천명이 미국을 흔들 수 없습니다. 이미 1000만명이 넘는 불법 이민자가 일상의 일부가 돼 있는 마당에 몇만명이 와도 표도 안 날 겁니다. 게다가 군대로 막을 수 있는 국경도 아닙니다. 겁박과 생색일 뿐이죠.


이런 선동이 먹히는 데에는 뿌리 깊은 인종주의가 있습니다. 백인 땅에 유색인종이 몰려와 백인문화를 흐리고 그들만의 미국을 바꿔버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있죠. 트럼프는 자기 정치력을 위해 이를 교묘히 이용합니다. 각종 정책이나 발언을 통해 인종주의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킵니다. 이제껏 그런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이들은 대통령의 ‘재가’에 황송할 수밖에요. 여기에 각종 가짜뉴스가 이런 분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공공연한 폭력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유대교 회당에서 백인 총기 테러로 11명이 목숨을 잃었죠.


왜 우리가 미국 이민 문제에 주목해야 할까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예멘 난민 논란으로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잔인성은 비밀이 아니니까요. 나와 다른 이를 타자로 구분해 무조건 적대시하는 경향은 ‘외국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특정 종교 신자, 장애인, 정부 등 무차별적입니다. 가짜뉴스가 이들의 공포와 분노를 부추기고 있는 점도 미국과 비슷합니다.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이들의 선동과 극우행태도 폭력으로 이어졌죠. 미국 같은 극단적 사태가 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돌이켜 볼 점은 중간선거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미국 선거는 조금 복잡합니다. 상원의원 임기가 6년, 대통령은 4년, 하원의원은 2년이죠. 그러다 보니 2년마다 연방정부 선거가 있고 대선과 대선 중간의 선거, 즉 중간선거를 치릅니다. 덕택에 유권자들은 정부를 평가할 기회를 얻죠. 덕택에 트럼프 임기가 2년이나 남았지만 미국 유권자는 대통령과 공화당을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유권자도 그런 기회가 필요하지 않나요?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현재 112석으로 총 의석의 37%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20%에 불과하고 정책 대안은커녕 말도 안되는 생떼만 부리고 있죠. 이들 대부분은 박근혜 허깨비 정부에 조력, 방관하며 사또질을 해댔습니다. 처절한 반성도 모자랄 판에 가짜뉴스에 기대서 부활을 꿈꾸고 있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었던 게 불과 몇개월 전이었지만 이제 태극기세력은 우익의 근간이라며 들썩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다 같이 밀고 나가도 힘겨울 판에 귤상자마저 걷어차며 씩씩거리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2020년까지 꼼짝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민주주의라면 참 모자란 민주주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들의 고함에서 배웁니다.

Sunday, March 11, 2018

[세상읽기]영화 ‘블랙 팬서’의 발랄한 상상력

경향신문 (2018.03.08)

영화 <블랙 팬서> 열기가 한국에서도 뜨겁습니다. 한 주요 장면이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배경으로 하니 한국 팬으로서 더욱 반가울 수밖에요. 만화를 기본으로 한 이 슈퍼히어로 영화는 가상의 아프리카 나라 와칸다 안팎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죠. 미국에 슈퍼히어로 영화가 많았지만, 흑인 영웅은 처음이니까요. 게다가 배우의 대부분이 흑인이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도 다수가 흑인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발랄한 상상력입니다. 영화 속 와칸다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유럽 제국주의에 희생당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밀 광물인 비브라니움 덕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전을 이뤘지만, 외부에는 숨기고 살죠. 뛰어난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최고 무사인 왕은 미남에 통찰력과 애타심을 겸비했습니다. 왕비는 우아함을, 공주는 재치와 비범함이 몸에 배어있죠. 천연자원이 풍부함에도 정치 혼란과 내전 등으로 힘겨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과 크게 다르죠. 대중매체에서 흔히 묘사하는 흑인들의 모습과도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백인들의 부정한 손을 타지 않았다면 오늘의 아프리카는, 흑인은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합니다. 강산과 전통을 짓밟고 살육과 노예화를 서슴지 않은 백인의 침략이 없었다면 아프리카는 훨씬 평화롭고 풍족한 땅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말입니다. 노예의 후예인 미국 흑인들도 훨씬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았겠죠. 미국 흑인 장년층이 애들도 없이 와서 보고 열광하는 이유죠. 빈민층 흑인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모금 운동이 큰 호응을 얻기까지 했습니다.

흑인들이 느낀 감동을 우리가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 테죠. 평창의 감동을 외부인이 짐작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미군 가족들 동향을 보며 안심해야 하는 우리였습니다. 하지만 북에서 내려온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손짓 하나하나에 우려는 조금씩 누그러져 갔죠. 그리고 우리는 상상했습니다. 1945년 8월10일 미군 대령 둘이서 38선 따라 줄을 긋지 않았더라면, 이 땅에 전쟁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그 비극에 기생하는 정치 권력이 민중을 짓밟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하고 말이죠.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상마저 하기 힘든 날이 얼마나 많았나요. 통일은 대박이라는 공허한 외침과 북을 처단하라는 고함 사이에서 우리네 마음은 움츠러들었습니다. 마음이 움츠러든 만큼 운신의 폭도 줄었죠. 우리는 스스로 그린 좁은 원 안에서 쪼그려 앉았고, 저들은 그 금밖에서 칼춤을 추었습니다. 이를 구경하며 전쟁의 찬가를 부르는 이마저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창은 우리를 그 금 안에서 일으켜 세웠습니다. 상상은, 마음은, 지지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평창에 선수단을 보내도 되냐며 걱정이었지만 이제 4월이면 정상회담까지 열립니다. 정상 간 핫라인도 설치됩니다. 앞으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겠죠. 안팎에서 딴지를 거는 이도 있을 겁니다. 사건, 사고도 있을 수 있죠. 누구는 당장 정상회담을 ‘정치 쇼’로 폄하했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잡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렇게까지 나온 이유는 핵무기를 통한 대미 억제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을 미국이 공격하기 힘들다는 자신감이 이들을 움직였죠. 대북 공격을 들먹이는 이들도 실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남은 길은 좋든 싫든 대화뿐입니다. 대화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서로 양보할 때 대화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영화 <블랙 팬서>는 비브라니움과 발전을 숨겼던 방침을 버리며 끝이 납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와칸다에 줄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면서 전 인류와 공존의 길을 걷습니다. 북은 남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죠.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태권도 시범단 뒤를 이어 경제 투자, 인적 교류, 정치 협력이 따르고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던 상상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Tuesday, November 14, 2017

[세상읽기]‘잘못을 고치는 게 잘못’이라는 억지

경향신문(2017.10.12)

오래전 한 유명 스님의 말씀에 아주 혼란스러웠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나 싶었죠. 게다가 사람들이 심각하게 논하기까지 하니 이상할 수밖에요. 아직도 심오한 불교 철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만 산을 산이라, 물을 물이라 부르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알게 됐죠.

미국엔 지금 한창 역사 논란이 뜨겁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탓에 안 그래도 악화되던 인종차별 문제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인종차별 문제가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를 나누는 잣대와 겹쳐지며 정치 문제 전반에 떠올랐죠. 남부 연합군 장군들의 동상이 철거되는 것은 그 여파입니다. 철거 반대자는 트럼프 지지자와 많이 겹칩니다.

미국 남북전쟁은 노예제를 둘러싼 전쟁으로 남부 연합군이 패하며 노예제는 공식적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 남부의 정치,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흑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부활했죠. 백인우월주의도 당당히 돌아왔습니다. 큐 클럭스 클랜(KKK)이라는 백인 기독교 테러단체가 극성을 부리고 남부 연합군 장군들의 동상이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동상들이 남부의 역사를 기린다기보다는 부활하는 백인우월주의를 대표한다고 봐야 하는 이유죠. 자연 흑인과 인권단체들이 철거를 요구해왔고 요즘 들어 지방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하죠. 노예제는 좋은 일이 아니지만 남부는 노예제가 아니라 주정부 주권을 위해 싸웠다. 게다가 동상을 없애는 시도는 역사를 지우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이들이 말하는 주정부의 주권은 노예제를 지키기 위한 주권이었죠. 게다가 동상을 치운다고 그들이 말하듯 역사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원래 동상은 기억을 넘어 기리고 자랑스러워하라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동상을 지키자는 이들은 그 과거를 기리고 내심 그리워하는 셈입니다. 연방군의 승리, 노예제 폐지도 중요하지만, 남부의 전통도 중요하다는, 산은 산이지만 물도 산이라는 억지입니다.

산은 물이고 물은 산이라는 억지도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관제 데모에 동원할 목적으로 우파 단체를 지원한 정도가 아니라 직접 만들었던 정황이 파악됐습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죠. 그뿐인가요. 국정원, 군은 댓글부대를 조직해 여론을 조작했고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기관들은 공작과 음해로 민주체제의 근간을 손수 흔들었습니다. 부실 산업으로 수조원은 우습게 날렸고 블랙리스트로 언론과 개인의 자유마저 짓밟았습니다. 4대강사업을 통해 한반도 생명줄을 끊어놓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해 평화 기반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아직도 이어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한 속보에 탄식도 그치질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입니다. 거기에는 적폐청산에의 요구가 있죠.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개혁을 개악이라고도 했죠. “정치보복의 헌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이라며 적폐청산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특위까지 만들었습니다. 내 잘못은 잘한 것이고, 그 잘못을 고치려는 게 잘못이라는 파렴치한 억지입니다.

짐작하건대 그 적폐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일수록 목청을 높이겠죠. 그러니 쉽게 물러서지도 않을 겁니다. 어디 메모라도 해두고 선거 때 확인해야겠습니다. 항의 전화도 괜찮겠죠. 이번 가을엔 성철 스님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