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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anuary 29, 2019

미국 정치 이야기 #5, 미연방정부 셧다운 계산서

연방정부가 실질적으로 문을 연 오늘 (1월 29일) 상원 정보위에서는 흥미로운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FBI, CIA, 그리고 National Intelligence 국장들이 출석해 안보 위협에 관한 보고를 했죠. 이들은 북한과 이란의 위협을 진단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정권 안정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행정부 내에서 북핵 포기가 힘들거란 전망이 이렇게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최근에 드문 일이였습니다. 반대로 이란은 핵무기 포기에 관한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을 비난했죠. 트럼프 행정부는 협약을 박차고 나오며 이란이 핵무기를 계발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혔습니다. 반대로 김정은 위원장과는 밀월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즉 오늘의 청문회는 이들의 상관인 대통령의 평가를 공개적으로 뒤집은 셈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장악력이 흔들린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미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에게 치명적으로 보입니다. 2020년 대선전이 멀기는 하지만  그 시작이여서 부담이 될 수 밖에요. 그는 늘 '협상의 달인'이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죠. 하지만 이번 협상은 그가 겁박과 협박에 이은 구슬리기 말고는 아무 전략이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게다가 그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펠로시 의장이 여성이라는 면도 마초 성향의 지지자들에게는 감점요인일겁니다.  다양한 목소리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품은 민주당의 대오가 흐트러질만도 했지만 펠소시 의장의 지도력이 이를 막고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상대했대는 평가를 받습니다.

때마침 트럼프 골프장 등에서 이민자들을 불법으로 고용했었음이 밝혀졌죠. 트럼프가 욕했던 이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이민자들이 우리 취업자리를 뺏고 있다! 멕시코 국경 장벽로 이들을 막아야한다! 근데 정작 자기 사업체가 이들을 고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뮬러 특별 검사의 대통령 측근에 대한 조사가 점점 열기를 더해하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트럼프의 오랜 친구이자 참모인 로저 스톤이 체포됐죠. 곧 결과가 나오리나는 전망입니다. 그러면 정치적으로 트럼프에겐 큰 상처가 될겁니다.




한 여론 조사를 보면 지지율은 37%대로 내려갔고 반대한다는 의견이 58%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재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이들은 셧다운을 반대했었습니다. 트럼프의 국정 장악력이 더 떨어지면 당 내 반대의 목소리도 커질 겁니다.

그 순간이 오면 트럼프 행정부는 아무 일도 못하는 상태를 맞겠죠.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는 감이 드네요. 벌거벗은 임금님의 나체를 더 이상 외면하긴 힘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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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역시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론이 트윗으로 나왔습니다.

정보조직이 이란에 대해서 수동적이고 수동적이라고 꼬집고 학교로 돌아가 공부나 더 하라고 쏘아 붙혔습니다. 나중에 백악관으로 불러 수습을 하긴 했지만 중부를 휩쓸고 있는 북극발 추위만큼 그 사이가 얼어붙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서서히 트럼프의 명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포착됐죠. 없던 일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 파장은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합니다.



Friday, September 21, 2018

[세상읽기]콜롬비아의 복병, 한국의 복병

경향신문 (2018.09.20)

한국에서 콜롬비아는 커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남미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지난 6월 OECD에 37번째 가입했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물론 그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성장은 2016년 오랜 내전을 끝내고서야 가능했습니다. 내전은 폭력과 심해지는 빈부격차로 신음하던 농민들이 자위대를 구성하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초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으로 성장했죠. 길고 긴 내전이 이어졌고 20만명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휴전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무장해제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당연한 요구였지만 반군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무력은 이들을 정부가 심각하게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대로 만든 바로 그것이니까요. 무력해제 후 정부가 말을 바꿀 수 있으니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요.

콜롬비아의 산토스 정부는 혁명군에게 공간과 시간을 내줬습니다. 여기서 반군은 제한적 활동을 이어가며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동시에 반군이 콜롬비아 사회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졌죠. 이런 점진적 방식 덕에 2016년 평화협정이 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산토스 대통령의 후임자인 두케 대통령이었죠. 평화협상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대통령이 되자 옛 혁명군들은 들썩이기 시작했죠. 전 혁명군 지도자 몇몇은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전의 기운이 다시 꿈틀대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사정도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아주 다르지 않습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북한도 핵무기를 쉽게 내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는 이유가 북한 핵무기가 이제 미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그러니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북한은 대화 상대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핵화 이후의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요? 불안할 수밖에요. 협상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산토스 정부가 그랬듯이, 미국과 한국도 북한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을 줘야죠. 북한은 단계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한국과 미국도 이에 맞는 조치를 하나씩 취해나가야 합니다. 비핵화 이후에도 우리가 공존의 길을 함께 걸으리라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의미가 깊습니다.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다방면 협력 강화 조치와 비무장지대의 확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해상기동훈련 중지 등 군사 부문의 협약 모두 북한의 염려를 덜 수 있는 중요한 기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병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바로 자유한국당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에 발맞춰왔습니다. 평화와 안정보다는 북한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왔죠. 긴장 고조는 2017년 한반도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반북 멸공 이데올로기를 태생적 근간으로 하는 이들로서 사태 해결보다는 극한 대결을 추구한 결과였죠.

촛불정국에 꿇은 무릎도 잠시, 이들은 다시 2018년 평화 분위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 판문점 회담 당시 당대표는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적은 것” 등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속내를 내보였죠. 원내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도 단칼에 거절했고 이번에는 “평양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며 억지와 심술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답은 뻔합니다. 남북 인민이 다 같이 환영하는 오늘의 성과가 개성공단 닫히듯 황당하게 사라질 테죠. 우리는 다시 전쟁 위협과 외세 놀음에 휘둘리게 될 겁니다. 촛불혁명에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니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당장 항의 편지라도 써야 합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15일. 앞으로 570여일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