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4, 2019
[세상읽기]국회에서 뭉개진 ‘합리적 의심’
청문회장, 의원들 말투는 거칠고 언성은 높습니다. 긴 연설과 장황한 훈계 사이로 질문과 답변은 고춧가루처럼 뿌려질 뿐이죠. 위장 전입, 논문 표절, 탈세,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등이 드러나면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잘 몰랐다, 배우자가 했다며 머리를 조아립니다. 공수는 바뀌지만, 내용은 같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욕하고 책임지라는 요구도 전형적입니다. 인재풀이 적다는 비판도 빠지질 않죠. 이렇게 식상한 연속극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청와대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그냥 한국 지도층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아닐까요.
문재인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명망과 전문성을 고루 갖췄다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의혹을 받았죠. 다운계약서 작성, 아파트 분양권 전매, 부동산 차명 거래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후보자는 처제 탓으로 돌렸고 송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막말 논란이 더해졌습니다. 한 예로 2016년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박근혜가 씹다 버린 껌”이라 했다고 논란이 됐죠.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문제 됐습니다. 이제 와서 북한 소행이라고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추궁이 있었습니다. “편향적 인식”, “친북주의자”, “북한 대변인”, “북한 통일전선부장 후보감” 등 야당 의원들의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김 후보자는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공격을 받아 침몰당했다는 것은 일관적인 입장이었다”고 해명했죠.
사실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침몰 직후부터 나왔던 의혹 중 시원하게 풀린 게 거의 없죠. 우선 북한 어뢰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는 정부 설명은 너무 미흡합니다. 배 밑에 긁힌 자국, 깨끗한 절단면, 생존자들에게 고막 파열, 화상 등이 전무한 점 등은 폭발이 있었다면 설명하기 힘듭니다. 정부가 제시한 증거도 미덥지 않습니다. 기껏 찾은, 유일한 증거인 어뢰추진체에는 그 유명한 ‘1번’이라는 글씨가 선명해 논란이 됐죠. 여기서 나온, 폭발 과정에서 생겼다는 알루미늄 산화물은 침전으로 생긴 알루미늄 수화물임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억지로 공개한 CCTV 화면도 조작이고, TOD 화면에 나온 물체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즉 어뢰폭발이 있었는지, 그 증거는 있는지, 다른 원인은 없었는지, 아무 대답도 없는 게 정부의 설명 아닌 설명인 겁니다.
북한 어뢰가 아니면 뭐라는 소리냐고 짜증 낼 수도 있지만, 그 답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아닌, 정부가 내놓아야 합니다. 정부가 설마 거짓말을 했겠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크고 작은 범죄를 돌아보면 이는 그냥 희망 사항일 뿐임을 쉽게 알 수 있죠. 그 반대입니다. 그 많은 거짓과 전횡을 언제 다 되돌아볼까 오히려 걱정입니다. 물론 천안함 침몰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으로 46명의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최소한의 의심을 갖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더군다나 정치 엘리트들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청문회에서 그런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을 밝히고 거짓을 점검하는 대신 야유와 선동으로 일관했습니다. 그것도 색깔 공세를 펴가며 말이죠. 김 후보자도 자신의 의심이 합리적이었음을 주장하기보다 꼬리를 내리며 이에 동조한 셈이 됐죠.
우리 사회는 반공이 국교인 듯합니다. 일부 목회자들은 북한이 범인이라는 믿음을 퍼뜨리고 입맛에 맞는 증거만 축복합니다. 반론과 의심은 불경이라며 처단하죠. 신자들은 멸공의 노래를 부르며 안도합니다. 그 축복 덕택에 우리는 제주도, 광주의 학살에 눈을 감았고 독재를, 그들의 고문과 살인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렇게 피를 불러온 “빨갱이” 딱지를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는 게 21세기 한국입니다. 그러니 태극기부대가, 박근혜를 향한 그들의 애정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공산주의가 몰락한 게 1990년대 초이지만 여의도는 1950년대 초에 아직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그런 국회에 미래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은 그냥 국민의 생떼가 아닐까요. 그러면, 그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그 국회는 왜 있는 걸까요. 그 대답을 위해서라도 국회는, 정부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과거 정부의 대응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야 합니다.
Tuesday, January 29, 2019
미국 정치 이야기 #5, 미연방정부 셧다운 계산서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을 비난했죠. 트럼프 행정부는 협약을 박차고 나오며 이란이 핵무기를 계발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혔습니다. 반대로 김정은 위원장과는 밀월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즉 오늘의 청문회는 이들의 상관인 대통령의 평가를 공개적으로 뒤집은 셈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장악력이 흔들린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미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에게 치명적으로 보입니다. 2020년 대선전이 멀기는 하지만 그 시작이여서 부담이 될 수 밖에요. 그는 늘 '협상의 달인'이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죠. 하지만 이번 협상은 그가 겁박과 협박에 이은 구슬리기 말고는 아무 전략이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게다가 그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펠로시 의장이 여성이라는 면도 마초 성향의 지지자들에게는 감점요인일겁니다. 다양한 목소리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품은 민주당의 대오가 흐트러질만도 했지만 펠소시 의장의 지도력이 이를 막고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상대했대는 평가를 받습니다.
때마침 트럼프 골프장 등에서 이민자들을 불법으로 고용했었음이 밝혀졌죠. 트럼프가 욕했던 이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이민자들이 우리 취업자리를 뺏고 있다! 멕시코 국경 장벽로 이들을 막아야한다! 근데 정작 자기 사업체가 이들을 고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뮬러 특별 검사의 대통령 측근에 대한 조사가 점점 열기를 더해하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트럼프의 오랜 친구이자 참모인 로저 스톤이 체포됐죠. 곧 결과가 나오리나는 전망입니다. 그러면 정치적으로 트럼프에겐 큰 상처가 될겁니다.

한 여론 조사를 보면 지지율은 37%대로 내려갔고 반대한다는 의견이 58%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재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이들은 셧다운을 반대했었습니다. 트럼프의 국정 장악력이 더 떨어지면 당 내 반대의 목소리도 커질 겁니다.
그 순간이 오면 트럼프 행정부는 아무 일도 못하는 상태를 맞겠죠.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는 감이 드네요. 벌거벗은 임금님의 나체를 더 이상 외면하긴 힘들겁니다.

[업데이트]
역시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론이 트윗으로 나왔습니다.
정보조직이 이란에 대해서 수동적이고 수동적이라고 꼬집고 학교로 돌아가 공부나 더 하라고 쏘아 붙혔습니다. 나중에 백악관으로 불러 수습을 하긴 했지만 중부를 휩쓸고 있는 북극발 추위만큼 그 사이가 얼어붙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서서히 트럼프의 명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포착됐죠. 없던 일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 파장은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합니다.
Thursday, October 25, 2018
[세상읽기]트럼프의 ‘승인’ 발언에 대한 씁쓸한 반응
2013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직접 관여를 했습니다. 보잉사 F-15SE로 거의 기울었던 결정을 뒤엎었죠. 경쟁 기종보다 기술 이전, 가격 면에서 모두 뒤진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정무적 결정”이라며 록히드 마틴사의 F-35A를 밀어붙였습니다. 7조원이나 쓸 사업을 이렇게 가볍게 처리해도 되나 싶었죠. 그 의문은 올해 조금 풀렸습니다. 김관진이 록히드마틴사와 연관된 로비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게 드러났죠. 무기 사업은 역시 복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복마전의 정말 큰손은 미국입니다. 유럽 전투기는 유독 한국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미국 주요 동맹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유럽산 전투기와 미국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죠. 우린 사실상 100% 미국에 의존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미국 무기 쏠림은 전투기뿐 아닙니다. 액수로만 따지면 90%를 미국에서 사들이고 있죠. 기술 이전은 미미하고 품질 시비도 심심하면 터져 나와도 말입니다.
이 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여럿이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주술은 한·미동맹입니다. 미군과 전략적 공조를 이루어야 하니 미국 무기를 쓰는 게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다른 미 동맹국은 그렇지 않은데 왜 한국만 그럴까.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말이 동맹이지 한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질질 끌려다니는 게 현실입니다. 군사를 부리는 권한은 한 국가의 고유 권한이자 국가라는 개념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전권은 이미 1950년 미국으로 넘겼고 전쟁이 끝나도 찾아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1994년, 겨우 반만 돌려받았죠. 하지만 전쟁이 나면 한국군은 아직도 미군 지휘를 받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논란에도 미국 무기를 묵묵히 사대고,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조용히 내보내는 게 오히려 당연하죠. 온전한 국가는 아닌 셈입니다.
그래서 트럼프의 승인 논란이 더욱 씁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거푸 강조했습니다. 트럼프의 평소 태도를 보면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난리가 났죠. 그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한편에서는 미국 심기를 건드렸다며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발언은 외교적 결례지만,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며 화살을 미국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로 돌렸죠. 한국당 의원들은 비슷한 성토를 토해냈습니다. 보수당이라면 한 나라의 전통과 민족주의를 중요시하는 게 보통이죠. 그런 정당이라면 성조기를 흔드는 대신 트럼프 발언에 분노를 표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그 정체성이 극우와 종미 사이를 오가니 그런 반응이 무리였다고 할까요.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승인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데 초점을 모았습니다. “부적절했다”(심재권 의원), “적절치 않다”(송영길 의원). 정의당 대표 이정미 의원은 “국민에 대한 모욕” “외교적 갑질”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죠. 하지만 이들도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아무도 미국이 한국 외교, 군사, 안보에 비정상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을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에 대한 모욕은 트럼프가 어떤 단어를 써서가 아니라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현실임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습니다. 그 현실을 바꾸려 시도조차 않는 자신들 행태가 더 큰 모독임을 감히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문제든 해결의 시작은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의 꼬인 외교를 푸는 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주권국가라면 할 수 있는 게 우리에겐 너무 모자란, 차가운 현실이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사태를 바닥으로 몰고 간 것도, 그것 말고는 별로 할 게 없어서인 측면이 크죠. 사태를 호전시킬 방도가 마땅치 않으니 호통치고 겁박할 수밖에요. 그만큼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 전력투구입니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 노력에 행운이 곁들여져 결실이 하루빨리 나길 고대합니다. 그래서 정상 국가로 한 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 걸음에 딴지를 거는 목소리가 한국 안에서만큼은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Friday, September 21, 2018
[세상읽기]콜롬비아의 복병, 한국의 복병
한국에서 콜롬비아는 커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남미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지난 6월 OECD에 37번째 가입했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물론 그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성장은 2016년 오랜 내전을 끝내고서야 가능했습니다. 내전은 폭력과 심해지는 빈부격차로 신음하던 농민들이 자위대를 구성하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초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으로 성장했죠. 길고 긴 내전이 이어졌고 20만명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휴전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무장해제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당연한 요구였지만 반군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무력은 이들을 정부가 심각하게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대로 만든 바로 그것이니까요. 무력해제 후 정부가 말을 바꿀 수 있으니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요.
콜롬비아의 산토스 정부는 혁명군에게 공간과 시간을 내줬습니다. 여기서 반군은 제한적 활동을 이어가며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동시에 반군이 콜롬비아 사회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졌죠. 이런 점진적 방식 덕에 2016년 평화협정이 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산토스 대통령의 후임자인 두케 대통령이었죠. 평화협상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대통령이 되자 옛 혁명군들은 들썩이기 시작했죠. 전 혁명군 지도자 몇몇은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전의 기운이 다시 꿈틀대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사정도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아주 다르지 않습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북한도 핵무기를 쉽게 내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는 이유가 북한 핵무기가 이제 미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그러니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북한은 대화 상대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핵화 이후의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요? 불안할 수밖에요. 협상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산토스 정부가 그랬듯이, 미국과 한국도 북한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을 줘야죠. 북한은 단계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한국과 미국도 이에 맞는 조치를 하나씩 취해나가야 합니다. 비핵화 이후에도 우리가 공존의 길을 함께 걸으리라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의미가 깊습니다.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다방면 협력 강화 조치와 비무장지대의 확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해상기동훈련 중지 등 군사 부문의 협약 모두 북한의 염려를 덜 수 있는 중요한 기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병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바로 자유한국당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에 발맞춰왔습니다. 평화와 안정보다는 북한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왔죠. 긴장 고조는 2017년 한반도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반북 멸공 이데올로기를 태생적 근간으로 하는 이들로서 사태 해결보다는 극한 대결을 추구한 결과였죠.
촛불정국에 꿇은 무릎도 잠시, 이들은 다시 2018년 평화 분위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 판문점 회담 당시 당대표는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적은 것” 등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속내를 내보였죠. 원내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도 단칼에 거절했고 이번에는 “평양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며 억지와 심술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답은 뻔합니다. 남북 인민이 다 같이 환영하는 오늘의 성과가 개성공단 닫히듯 황당하게 사라질 테죠. 우리는 다시 전쟁 위협과 외세 놀음에 휘둘리게 될 겁니다. 촛불혁명에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니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당장 항의 편지라도 써야 합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15일. 앞으로 570여일 남았습니다.
Tuesday, September 12, 2017
[세상읽기]북한의 생존방식 인정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북한 6차 핵실험과 예상되는 추가적 도발에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핵·미사일 분야 기술을 더 이상 고도화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실제적이고 강력한 조처”를 다짐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미국과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죠. 이번 실험을 “고립무원 속에서 김정은의 광기 어린 핵무기 집착”쯤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태를 왜곡해 목청 높이기에만 좋을 뿐 해결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해결은 올바른 인식에서 시작합니다. 첫째, 그 동기입니다. 아직도 북한 의도에 의아함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무기에 불안감을 느낀다면 답을 이미 알고 있다 하겠습니다. 1990년대 초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때까지 북한은 코앞에서 미군 핵무기를 마주했었고 지금껏 인류 역사상 최강이라는 미군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태평양 전역을 둘러싸고 있고 실전 배치된 핵탄두만 1400여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거의 반을 쓰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북한 핵무기에 우리가 불안하다면 미국 군사력에 북한은 훨씬 불안한 겁니다.
미국은 북한 정권처럼 공격적이지 않다고요?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은 한때 미국 중동 정책 교두보였지만 2003년 미국 침공으로 후세인은 처형당했습니다. 이에 겁먹은 리비아의 지도자 카다피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서방과의 교류확대에 나섰죠. 하지만 내란이 일어나자 미국은 카다피 정권을 공격했습니다. 카다피도 처형당했습니다. 힘과 무력만이 정권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미국이 신봉하기도 하는, 현실주의 이론에 딱 들어맞죠.
북한 김씨 왕조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안 봐도 훤합니다.
둘째, 북핵에 대한 대응입니다. 정권 안정에 사활이 걸린 핵무기를 포기할 리가 없죠. 이런저런 경제 제재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 무용함은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미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북한 대외무역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정권 2기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을 흔들어 생길 실이 득보다 훨씬 큼을 알고 있죠. 설사 중국이 석유 금수 조치를 공세적으로 취하더라도 북한 인민만 괴롭히고 말 공산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 주도의 경제봉쇄는 탱크에 화염병 던지기로 끝날 겁니다.
무력행사는 득은 작고 불확실하지만 실은 혹독하고 명확합니다. 외과 수술하듯 핵시설만 도려내는 폭격은 성공할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성공해도 북한이 확전의 길로 갈 공산이 크죠. 폭격이 성공하고 확전이 안돼도 북한 내 혼돈, 중국 개입 등 그 결과는 한반도 일대의 혼란일 겁니다. 이제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말하건 핵보유국입니다. 게다가 미국 서부까지 사정권 안에 있죠. 무력행사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저기서 혼돈과 흥분에 가득 찬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말이라도 하지 못하면 체면이 떨어지니까요. 유권자들한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곧 미국은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겁니다. 벌써 미국은 주판알 튕기기를 시작했죠. 농산물 관세 철폐를 포함한 자유무역 협상을 재개하고 수십억달러어치 무기를 사라며 한반도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를 내주고 서울을 살릴 리 없는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앉을 테고 북한의 요구, 즉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인정을 상당 부분 들어주게 될 겁니다. 싫어도 대안이 없으니까요.
그 미래는 애써 부정해도 옵니다. 시간문제죠. 이는 한국에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겁니다. 중·미 수교에 완전 제외된 대만이 될 수도 있고, 통일을 주도한 독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발 벗고 나서서 정치적 해법을 준비해야 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생존, 통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미국을 설득해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북한의 불안도 완화되고 남북의 평화적 공존이 가능합니다. 싫어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Friday, August 18, 2017
[세상읽기]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6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안 2371호는 북한 총 수출액의 3분의 1가량 타격을 주리라 예상됩니다. 게다가 이달 중순부터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죠. 북한이 추가적 도발을 예고하면서 8월 위기설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 한·미 군사훈련, 북한의 반발, 위기설 증폭 등에도 불구하고 이후 진정국면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한국 시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구 언론에서 연일 뉴스로 다루고 있음에도, 이러한 평온함은 남북이 싸울 수 없는 한반도 현실을 반영한 겁니다.
이와 더불어 반세기 넘게 변하지 않는 현실은 미국의 지배적 영향력입니다. 사드 배치는 가장 최근의 예입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은 한국 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정적 요소는 아닙니다. 장사포 등 재래식 무기와 단거리 미사일이 주요 위협이죠. 사드는 이와 상관이 없는 무기체계입니다. 그나마 수도권은 성주 사드 방어권 밖에 있습니다. 사드가 한국 방어용이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안보와 사드를 연결하는 알쏭달쏭한 소리만 쏟아냈습니다. “사드 배치는 나날이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적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 조처”라거나 “잔여 사드 발사기의 조기 배치” 등을 통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시키고자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죠. 앞은 박근혜의 2016년 발언이고 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입니다. 이런 주장이 흐리고 있는 사실은 사드가 미국 방어용이라는 점, 한반도 안보의 정책은 미국 안보와 얽혀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마땅히 꺼낼 외교카드도 없어 보입니다. 금강산 관광은 잊힌 지 오래고 개성공단은 어처구니없게 문을 닫았습니다. 지원을 ‘퍼주기’로 매도하는 정치공세도 사납습니다. 외교라는 것이 줄 게 있어야 하는데 한국이 쥔 것이라고는 헛기침뿐이죠.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코리아 패싱’을 걱정합니다. 북한이 대화의 상대로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을 지목할 만합니다.
이번 ‘위기’가 일상적이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줄 ‘선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과의 평화죠. 북한은 크고 작은 도발로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릴 수도, 이를 유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 무대는 주로 한반도에 국한됐었죠. 이제 미국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굉장히 작은 가능성이지만 그 결과가 끔찍하기에 무시할 수 없죠. 거꾸로 평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핵과 미사일이 발전될수록 북한과 미국은 테이블에 앉을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오랫동안 원했던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미군의 철수입니다. 미국이 이를 당장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죠. 북핵이 현실적 위협이 되는 수준에 오르면 미국은 한국을 지킬 의지가 약해질 겁니다. 북·미 대립이 미국 본토로의 핵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을 지킬까요? 그러지 않을 공산이 있습니다. 북·미 간 타협으로 미군 감소나 철수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커져만 가는 중국 입김이 실리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죠.
설마 싶지만 1979년 중국과 국교 정상화가 되면서 하루아침에 대만을 버린 전력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50년 맥아더 장군이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부른 대만의 가치도 1979년 상황에서는 급락했듯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언제 폭락할지 알 수 없죠.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요? 미군이 없는 한국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만의 국방정책, 자주적 대북외교 프로그램, 지역안보를 넓게 보는 독자적 프레임을 짜야 합니다.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끊이지 않는 군내 인권유린, 만성화된 방산비리, 성조기를 휘두르는 극우. 그 미래를 준비하기는커녕 논의를 시작하기에도 벅차보이는 한국의 모습을 보며 드는 질문입니다.
Sunday, March 26, 2017
[세상읽기]미국을 향한 비극적 짝사랑
경향신문 (2017.03.23)
짝사랑은 누구나 한번은 하는 경험이지 않을까 싶네요. 새로 오신 선생님을, 이웃 학교 학생을, 이름 모를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성장기에 필요한 경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짝사랑은 비극입니다.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끙끙 앓다가 결국 저 사람은 내게 관심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 각성은 충격적입니다.
미국이 우리를 버리지 않을까, 관심이 적어지지 않을까 걱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5년 리퍼트 미국 대사 테러공격 이후 대응은 좋은 예입니다. 기괴한 부채춤 공연에서부터 엄마부대의 꽃바구니 시위 등 도가 지나친 반응이 이어졌죠. 정치인들의 병문안이 과도해 병원에서 이를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걱정을 넘어 버려짐에 대한 공포의 표출이었죠. 2017년 군가가 울려 퍼지는 태극기집회에서 엉뚱하게 등장한 성조기 또한 비슷한 원인에서 생긴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미국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이 동아시아를 지나가며 남긴 여파가 꼭 초특급 태풍 같습니다. 특히 한반도는 말이죠. 여기저기에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찬을 했지만 유독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는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틸러슨은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불렀지만,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로 지칭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때는 ‘핵심축’으로 불렸는데 말이죠. 결국 한국이 강등된 것은 아닌가, 트럼프 정부는 한·미동맹을 미·일동맹보다 더 낮게 보고 있지는 않나 걱정을 하고 있죠.
우리의 걱정은 온당한 것일까요?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버리거나 최소한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닐까요?
대답은 ‘아니다’입니다. 북한을 “큰 걱정거리”로 보며 “새로운 제재 등 중대한 추가 조치들”을 강조한 것은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죠. 중국과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되는 사드도 오바마 정부 주도로 시작했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한국을 ‘핵심축’으로 보았을 수 있지만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구상을 떠받드는 축이었죠. 중국의 전략적 위협을 견제하는 첨병으로 한국의 가치는 늘 비슷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부른 것은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 1994년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 한 것은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마음은 애초에 변한 것이 없으니 우리의 걱정은 온당치 않습니다.
그 걱정이 온당치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을 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앞날이죠. 미국이 우리의 앞날을 지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우리가 ‘믿음’을 가져도, 애원해도, 무기를 사줘도 말이죠. 사실 미국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습니다. 싸이가 잊혀 가면서 한국은 그냥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나라, 삼성과 현대의 나라 정도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안에 수천만의 사람들이 북한 포대에 인질로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미국이 위협적인 발언만 해도 정국이 흔들린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격변하는 세계 정세에서 한반도의 안전을 모색하는 일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죠.
놀라운 것은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한국 내 목소리입니다. 아무리 제한적 군사행동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큰 나라의 외교부 장관인 윤병세는 “군사적 억제방안”까지 언급했습니다. 미국의 시각이 한국 지도자들에게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죠. 문제는 이런 정치 지도자가 윤병세 장관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선주자들의 입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짝사랑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을 따라 해보기도 합니다. 비슷한 옷도 입어보고 그 사람 단골집도 가봅니다.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진 듯하고 그만큼 흐뭇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짝사랑은 여전히 짝사랑으로 남습니다. 게다가 그런 노력과 공을 많이 들일수록 짝사랑의 결말은 더욱 비참하죠. 하지만 이런 짝사랑의 진실을 마주하기 힘든 것은 청소년뿐만은 아닌 듯합니다.
Friday, January 27, 2017
[세상읽기]트럼프 시대와 남북 평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더 요란했습니다. 미국 전역(토요일 워싱턴DC에서만 50만명)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퍼져나갔고 최저의 지지율(37%)로 취임하는 기록도 갖게 됐죠. 트럼프는 캠페인 내내 여성,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를 조롱했고 인종차별주의 언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무역 정책이 가장 걱정스러운 주제인 듯합니다. 보호무역을 공언했기 때문이죠. 높은 관세로 국내 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고 큰소리도 쳐왔습니다. 실제로 첫 업무날인 지난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명령했습니다. 기존 국제 무역질서를 흔들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역 의존이 심각한 한국으로서는 큰일이죠. 하지만 이것이 발등의 불이라면 머리에 붙은 불길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적개심이 그것입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를 중국의 사기라고 말해서 비웃음을 샀지만 여기서 그의 중국관이 비쳤죠. 선거전 내내 중국 환율정책을 걸고넘어지며 무역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1979년 미·중 외교 정상화 이후 처음 있던 일이죠.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해왔고, 이는 대만은 반란 상태에 있는 중국 영토라는 중국의 시각을 수용해왔던 겁니다. 그러니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였었죠. 게다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 불공정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경고도 보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걱정스러운 것은 중·미 간 긴장이 이미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중국의 힘은 나날이 커져 왔습니다. 경제적 성장은 군사적 팽창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 중 하나는 항공모함 랴오닝입니다. 이달 초 랴오닝 함대는 태평양에 진출해 대만해협을 통과했죠. 대만과 미국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외교력 성장도 눈부십니다. 특히 필리핀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남중국해 영토분쟁 상대국들의 연합전선을 무력화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가만히 있을 미국이 아닙니다. 작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12월 화답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의 외교적 춤사위는 미·일 군사 협력 강화라는 장단에 맞춘 겁니다.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조응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했습니다. 자위대는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지스함, F-15 등 최첨단 무기를 갖추었고 일본 방위비 지출은 세계 6위로 성장했죠. 게다가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을 통해 아프리카에 파견된 일본 자위대가 적극적으로 무기를 사용해 전투를 벌일 수 있게 했습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긴장이 높아만 가리라는 전망은 각국의 국내 사정을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아베와 우파는 숙원이던 정상국가화의 꿈이 중국, 북한과의 대립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직감했죠.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저물어 가는 미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입니다. 서로의 국익이 맞아 떨어지죠. 중국도 물러설 자리는 넓지 않습니다. 중국 공산주의는 민족주의로 빠르게 대체돼왔습니다. 특히 시진핑 정권에서 그 경향은 더 짙어졌습니다. 중국의 부활은 곧 외세의 배척과 이어져 있죠. 미국의 간섭과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좌시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 시점에 하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겁니다.
양측의 대결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멀리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 가까이는 한국전쟁, 군사독재까지 고래 싸움에 배와 등이 다 터져본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고민이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가 고래가 될 수는 없죠. 하지만 새우로 남을 수도 없습니다. 어느 쪽에도 빌미를 주지 않을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한편에서는 사드도 재고하고 주한미군도 위축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발 위협도 누그러뜨려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모두에게 간섭할 이유를 주지 않을 수 있죠. 그 시작은 남북 간 평화이고 그것만이 우리에게 남은 절박한 길입니다.
Saturday, February 13, 2016
[updated] 박근혜 대북조치 비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 THAAD·사드는 대기권 안밖에서 상대방의 미사일을 요격해서 인구밀집 지역이나 주요 시설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을 통칭한다.
- 왜?
-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의 대중국 동아시아 구상의 한 일부다 [연합뉴스, 미국 CSIS, 한반도에 사드 배치 공개 권고…"지역MD 강화"]. 한국에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한국정부는 대중국 관계를 해치지 않기 위해 최근까지도 입장표명을 유보해왔었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로 분위기는 갑자기 달라졌다 [조선일보, 사드, 올 상반기 경북지역에 배치 검토]. 문제다.
- 효과
- 대북억지력이 전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다면 미사일을 쏠 일이 없다. 쏴도 단거리 미사일이고, 가장 큰 위협을 휴전선 이북의 포대이다. 그런데 사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미군이 버젓이 중무장하고 기다리고 있는 남한을 북한이 선재공격할 일도 없다.
- 그럴 일도 없지만 북한이 쏜다 치자.
안 쏜다니까. 북한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는 있기나 할까? 미국 전문가도 북한 미사일에 무용지물이라고 단정한다 [한겨레, 북 로켓추진체 폭파 기술에 사드 무용지물]. 추진체가 이번 실험때 처럼 자폭하면 그 파편들과 탄두가 구분이 불가능. 여러 문제를 뻔히 아는 미국장군들이 사드를 요구하는것 자체가 충격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 문제
- 주변국과의 관계악화는 큰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사드가 설치되면 그 의도가 북한이건 중국이건 상관없이 중국의 장거리 미사일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고 미래 어느 시점에 업그레이드가 되면 자연스레 중국을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발끈하는 것이 이상할게 하나 없다 [경향신문, 중국은 왜 한국 사드 배치에 반대하나?; 해럴드경제뉴스, 中 “韓, 사드 배치하면 무력대응, 전쟁도 불사...독립 잃게 될 것"].
- 결국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압박을 가할 공산이 커지고, 그게 현실화된다면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득이 하나도 없는데 위험은 너무 크다.
- 사드 레이다 시설의 전자기파는 근처 주민에게 심각한 화상과 내상을 유발하리라는 예측이 있다 [프레시안, 사드, 사람 잡는 레이더 오나?]. 게다가 그 설치비용또한 만만치 않고 부지, 시설, 운용비의 상당부분은 세금으로 나갈 것이다.
- 얼떨결에 권력을 얻은후 한편으로는 "아, 몰라, 몰라"를 외치며 내정을 내버리고 또한편으론 사대주의를 철저히 따랐던 인조. 덕택에 호란을 두번이나 겪어야했던 조선백성. 인조와 너무나 비슷한 박근혜에게 한명기의 병자호란을 읽어보길 권한다.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51회 - 한명기: '병자호란'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
집에 책이 없다던데?
- 개성공단
- 2004년 문을 연 공단에서는 약 5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한국 공장에서 근무를 하며 신발, 속옷 등 소비재를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2월 10일 아무 경고도 없이 가동을 중단했고, 북한은 이에 맞서 군사지역으로 선포, 군대가 공단을 접수해버렸다.
- 왜 닫았나?
- 북한 핵실험, 위성발사 등에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서방은 이미 경제봉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응을 못찾고 있는 상황.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중국-북한 무역과 개성공단. 전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후자를 통해 북한을 벌주고자하는 기류가 있었다.
- 이런 국제정세에 반응한 것일 수 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고 한창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나 공화당 쪽에서는 북한, 중국 등에 맞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선두주자 트럼프는 김정은을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헛소리까지 하고 있으니 [Daily Mail, Donald Trump vows to make North Korean leader Kim Jong-un 'disappear' and says the 'bad dude' dictator will face a fate worse than assassination], 온건책을 내면 매국노로 몰리는 분위기다.
- 하지만 이런 국제 정세보다는 국내정치를 고려한 측면이 강할 듯 하다. 우선 총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 왔으니 보수층을 결집시켜야 하고 여기엔 북풍만한게 없다. 문제를 할 수 있는 게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
확성기도 있잖아.하나 남은 고리가 개성공단이였고 결국 마지막 카드를 써버린 것. - 효과
-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한다는 면에서는 일관성이 있다. 미국으로서야 이란과의 핵협상도 끝나고 쿠바와의 외교관계도 재개된 마당에 이제 남은 골치덩어리는 북한과 이슬람세력이다. 미국의회도 최대의 경제제재조치를 호기롭게 통과시켰지만 그 효과가 신통치 않을 것임은 자신들도 안다. 뻘춤하던 차에 남한의 조처가 반가울 수 밖에. 당장 케리 국무장관이 환영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연합뉴스, 한미 외교장관 대북압박 공조가속…케리 "개성공단 중단 지지"]
- 하지만 북한이 타격을 입을까? 온갖 제재조치 속에서 수십년간을 버틴 북한정권이 개성공단 닫는다고 충격에 빠지지는 않을 듯 하다. 한 리포트를 보면 "지난 10년간 남한에게는 32.6억 달러의 내수 진작 효과를, 북한에게는 3.8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가져다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개성공단 가동 10년 평과와 발전 방안]. 결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없어도 핵계발을 못하거나, 정권이 붕괴되고 막 그런 돈은 아니다. 북한의 2014년 무역규모는 76억 달러. 대부분이 중국과의 무역이니 [코트라, 보도자료] 이를 막지 않는 경제 제재는 무의미하다.
- 게다가 북한 근로자에게 지불되는 대부분의 돈이 공단내 마트에서 소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마트의 주인은 호주동포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처럼 노동당 자금으로 흘러갔다는 말은 억측에 불과하다. 국회연설에서 나온 이 주장이 억측임은 증거가 없다고 고백한 통일부장관 입에서 확인할 수 있다 [SBS, 비디오머그] 그러니까 개성공단 자금이 미사일 개발에…어떻게 된거죠?].
- 문제
- 당장 공단에 있던 기업들의 손해가 막심하다. 생산자재, 시설, 생산품 모두 버리고 나와야 했다. 당장 비지니스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비지니스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겨레, “30억짜리 계약 취소…투자금 60억·재고 100억 허공에”].
- 국가안보. 개성공단이 지어지면서 북한군이 북쪽으로 물러났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군사행동 출발선을 뒤로 밀어 조기경보 기능을 24시간 이상 향상시켰다. 장사정포 역시 15㎞를 뒤로 물렸다. 2004년 8월에 럼스펠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이런 내용을 설명했더니, 핵심 반대파였던 미국 국방부가 개성공단 찬성으로 돌아섰다" [시사인, 개성공단의 가치는 전쟁 조기경보 기능] 이게 다 도로묵이 된 것이다.
-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다. 주무 부서인 통일부가 반대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이 제재 수단이 아니라고 했다가 점점 박근혜의 강경발언에 밀렸다. 결국 단계적 폐쇄를 통해 압박을 하자는 제안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무시당했다. [한겨레, 청와대, 통일부의 개성공단 ‘잠정중단론’ 묵살했다]. 소위 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란 수사는 불법인 박근혜의 결정을 정당화 하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박대통령 개성공단 중단조치는 헌법위반”].
- 효과도 없는 정책을 심각한 논의도 없이 정치적 계산에서 즉흥적으로 해치운 듯하다. 물론 보수층을 집결시키고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종북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다.
선거의 여왕답다. - 한가지 걱정스런 것은 이런 일련의 경제제재 조치가 이어지고 북한이 강경대응으로 이어가면 긴장이 높하지고 미국의 무력조치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1994년에도 폭격 코앞까지 간 경험이 있고, 2003년 이라크 침략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피혜는 고스란히 남과 북의 인민의 몫인데, 지도자들은 상관치 않는다.
Saturday, January 3, 2015
이번 주 뉴욕타임즈 - 울트라왕짱초수퍼 갑질
하나는 미국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제재입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계속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아랍국가입니다. 예전에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속한 곳이였으나 1967년 이스라엘의 6일전쟁이후 이스라엘의 불법적 군사 점령을 이어가고 있죠. 이 점령밑에 신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들을 대표하는 과도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에 회원국이 되기위한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Palestinians Set to Seek Redress in a World Court " (1/1/15) 이게 뭐 대단한 일이냐 할 수 도 있지만 알고보면 별일입니다.
회원이 된다면 그건 팔레스타인이 나라로 인정받는 일이 될테니까요. 이스라엘로서는 껄끄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 점령하의 조선이 국제기구에서 나라로 공인받는 다고 상상해보세요. 게다가 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원이 된다면 그 재판소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따질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더더욱 골치죠. 당연히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이런 움직임을 비생산적이고 "counterproductive" 긴장을 고조시키는 "escalatory" 것이라며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측의 경제 제재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떠들고 있죠. 예를 들어 이스라엘 정부가 제공하는 세금공제라던가 여행금지 또는 미국에선 연간 4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끊을 수도 있죠. 물론 회원국이 된다고 이들 뜻되로 되기엔 사실 너무나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Joining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Wouldn’t Guarantee Palestinians a War Crimes Case (1/1/15) 법정에서 다투기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케이스가 법리적으로 약할 수도 있고, 팔레스타쪽도 피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회원국이 아닌 관계로 재판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비난은 사실 답답한 것이죠. 팔레스타인들의 무력저항은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 국제사회의 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에 기대는 것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니까요. 팔레스타인은 가만히 엎드려 있어라는 소리인 것이죠. 팔레스타인들이 이를 받아들일리도 없고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이 갈 수록 고립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또다른 제재는 북한을 향한 것입니다. 소니 영화사의 김정은 암살을 다룬 문제의 영화 <인터뷰>가 사이버공격 이후 내부의 정보가 흘러나오자 상영이 취소되었죠. Sony Cyberattack, First a Nuisance, Swiftly Grew Into a Firestorm (12/30/14) 곧 미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소니를 비난했을 뿐 아니라 북한을 그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보통 조심스런 오바마 대통령인데 이렇게 직접 대놓고 나라를 지목하고 비난하는 이례적 제스쳐였죠. 게다가 제한적이고 상징적으로나마 경제 제제조치를 발표했습니다. US Slaps Sanctions on North Korea After Sony Hack (1/2/15) & More Sanctions on North Korea After Sony Case (1/2/15)
이것이 좀 찝찝한 이유는 사실 북한이 그 배후라는 확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방수사국은 북한을 지목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 증거가 너무나 빈약하다고 말합니다. 북한해커가 쓰는 아이피주소를 썼다, 그들의 코딩이 심어져 있었다고는게 주요 근거인데 다른 해커가 북한인척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한 권위있는 민간기구의 조사또한 이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북한이 그 배후가 맞냐는 의심이 커졌죠. 이들은 전직 소니 직원이 해고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구체적 아이디까지 제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오바마 정부의 제재조치가 발표된 것입니다. 오바마의 체면때문일 수도 있고 이래저래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던 차에 북한이나 한번 두드려보자는 심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신중치 못한 것이죠.
두 제재 모두 생뚱맞고 어이없지만 저항하기 힘들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죠. 미국이라는 제국의 울트라왕짱초수퍼 갑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Saturday, December 20, 2014
이번 주 뉴욕타임즈 - 러시아 경제위기, 미-쿠바 관계 정상화
첫번째는 계속되는 러시아의 경제 위기죠. 우크라이나 침공/내전으로 국제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유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오바마가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강화할 것을 명시했죠. U.S. Tightens Crimea Embargo to Pressure Russia (DEC. 16, 2014).
루블은 말그대로 반토막이 났고, 더 가치가 하락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현금을 물건으로 바꾸려고 발버둥치기도 하고요. "One Kazakh man was seen walking around a Jaguar dealership, which like several luxury brands had run out of cars, with a little rolling suitcase full of cash. Sales were up 50 percent this month, a manager said."
As the Ruble Swoons, Russians Desperately Shop (DEC. 16, 2014)
유명 칼럼니시트인 폴크루그먼 교수(최근에 플픽사진을 바꾼!!!)는 경제적 요인외에 정치적인 결과도 지적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주요 지지세력들에게 돈을 마구 쓸수 있게 했는데요. 이들의 과소비와 해외투자가 오일에서 나오던 것이고 이젠 그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Putin’s Bubble Bursts (DEC. 18, 2014)
두번째 주요토픽은 쿠바와의 관계정상화입니다. 전격적으로 드라마틱하게--두 대통령이 동시에 티브이 연설을!!--이루어진 것도 그렇지만 지난 50년간의 적대적 관계를 돌이켜 보면 정말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죠. 여기엔 지난 일년 반 동안의 캐나다와 바티칸 등에서 이루어진 비밀회동이 주요했죠. 게다가 교황 프란시스코의 개인적인 노력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Journey to Reconciliation Visited Worlds of Presidents, Popes and Spies (DEC. 17, 2014)
관심은 당연히 경제봉쇄가 풀리면 어떤 경제적 영향이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쿠바의 무역을 보기쉽게 해놓은 분석 What U.S. Companies Can Expect in Cuba (DEC. 19, 2014)
Monday, December 16, 2013
종북몰이, 한국의 마녀사냥
종북몰이, 한국의 마녀사냥 - 남태현
인사이트 2013-12
http://insight.co.kr/content.php?Idx=151&Code1=001토론을 중시하는 미국대학에서도 사실 학생들의 토론을 이끄는 것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닙니다. 여러 방법 중 제가 즐겨 쓰는 것 중 하나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것이죠. 가르치는 전공이 정치학이다 보니 정치적 내용이 묻어나는 영화를 보여주는데 그 중 제가 좋아하는 영화중에 <파리대왕>이 있습니다.
윌리암 골딩의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1963년과 1990년 두 번에 걸쳐 영화화 되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1963년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저에겐 다행이도 <정치와 영화>라는 과목을 가르칠 기회가 있어서 영화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다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실체 없는 공포, 정치판 조장
이 영화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갇힌 소년들이 재빠르게 정치사회를 구성해 서로 싸울 수밖에 없음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영화가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정치인으로 거듭납니다. 위와 아래의 질서를 확립하고 위에 선 아이들 즉 권력자들은 점점 더 커지는 권력에 심취합니다.
이 과정을 결정적으로 과속화한 것은 산꼭대기의 괴물의 존재였습니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지도자들은 스스로에게 군림을 허용하고 무리들의 복종을 요구했죠. 괴물은 오래된 시체로 밝혀지지만 그 목격자는 죽임을 당하고, 진실은 묻히게 됩니다. 결국 괴물의 공포만 살아남아 이를 이용한 권력자들의 정치세력만 번성합니다.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유대인들이 기독교로 개종을 진정으로 했는지 그냥 개종한 척만 하고 계속 유대교를 신봉하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유럽에서 크게 세 차례 그 조사가 있었는데, 그중 스페인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조사를 ‘스페니쉬 인퀴지션’이라고 합니다.
권력의 도구, ‘두려움’
당시 유대인들은 참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자신들이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고발당한 (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는 이유) 유대인들은 조사관들에게 종교적 진정성을 증명하고 싶어도 증명할 길이 없었죠.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이라는 것이 고백 말고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가 없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말을 해도 조사관들이 믿지 않기로 하면 이들로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문과 화형이 이들의 운명이었습니다. 이 해괴한 일이 당시에는 마녀와의 성전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유대교를 믿는 것이 뭐 어때서라고 비웃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 때는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죠.
오래된 시체가 됐든, 있지도 않은 마녀가 되었든 객관적 사실이나 증거는 누구에게도 중요치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포를 심어놓을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좋았을 것입니다. 무엇이 됐든 간에 그것(불구덩이, 친불주의, 숭불주의, 미제국주의자)에 대한 공포를 불어넣고 자신의 반대자들을 그 악의 일부로 지목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시키고자하는 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요.
덕택에 대중들은 있지도 않은 것과 싸우느라 정작 자신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권력자와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맹목적으로 따랐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이게 남들만의 모습일까요? 실체가 모호한 적에 대한 비이성적 공포를 키우고 그것을 이용해 반대를 억누르며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한국에선 없었을까요?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죠. 더욱 슬프게도 그런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종북인가
박근혜 정부의 첫해를 장식하고 있는 ‘종북몰이’가 그것입니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북한과 공조해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를 받고 9월 구속이 된 것을 시작으로 그 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반공의 굿판이 요란하게 시작했습니다. 법무부는 다음 달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뒤이었고 보수단체들은 통합진보당을 간첩소굴이라며 장단을 맞췄습니다.
통진당 뿐만이 아니죠. 한기총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심지어는 종교에까지 퍼져있는 종북주의자들, 단체 그리고 정당 등이 절대로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열변을 토해냈고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10일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 "종북, 친북세력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민들도 잘한다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며 남 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 등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했습니다.
11월 22일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를 통해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자 조선일보는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박 신부’마저 ‘종북구현’ 사제단이라고 비꼬았죠. 뒤이어 검찰은 ‘박 신부‘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 거의 모든 국민이 종북인 셈입니다.
정치적 궁지의 결과물, ‘종북’
그럼 이들이 말하는 종북세력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논란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이석기 의원의 경우도 재판을 기다려야 하고 설사 유죄 판결을 받더라하더라도 그들이 종북인지 무엇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도대체 종북이 무엇인가요? 김일성을 욕하지 않으면 종북일까요? 김일성 욕은 하지만 북한의 핵을 막연히 부러워하면 종북인가요? 김일성도 싫고 북핵도 싫지만 외국군대가 없는 나라를 꿈꾸면 종북입니까?
아무도 모릅니다. 북한의 사상이나 체제에 얼마나 동조를 해야 종북인지도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들의 사상이 무엇이건 이들과 “정치・경제・사회・문화 심지어는 종교에까지 퍼져있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 그리고 일반 시민을 묶어 하나의 세력으로 본다는 것은 억지 내지는 무지일 뿐입니다. 이들 간에는 조직적 연계나 행동의 연대도 전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상적 접점도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종북이라는 말도 세력이라는 말도 아무 실체가 없는 것을 가리키는 수사에 불과한 것이죠. 막연하게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자극하는 오래 전 죽은 시체나 마녀의 존재와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스페니쉬 인퀴지션’의 광풍이 잦아진 것은 이성의 발달이 몰아치면서 부터였습니다. 종북의 광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면에서 일부 정치인과 시민사회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이성을 촉구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거꾸로 많은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허황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정치적으로 몰려있는 궁지의 깊이와 어둠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Saturday, September 29, 2012
[시론] 미국의 동아시아 진출과 남북한의 미래 - 남태현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3530.html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일본, 중국,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하필 대만 바로 위에 있는 댜오위다오(센카쿠) 섬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주장으로 감정이 한창 고조될 때 이 지역을 찾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미국이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두 나라의 영토분쟁에 묘하게 끼어들게 됐다. 하지만 파네타의 일본 방문에서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미·일 양국은 파네타의 방문을 통해 레이더 설치에 합의했다. 혼슈 북쪽에 있는 기지에 이어 미사일 방어 레이더를 하나 더 설치하는 데 기본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이 ‘AN/TPY-2’로 불리는 레이더는 특히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으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포착할 수 있다. 파네타는 이 레이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레이더의 설치 목적은 미국의 일본방위력을 증가시키고… 미국 본토를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지키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을 의식한 듯 이미 중국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걱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겨냥한 이 레이더 설치를 두고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미·일 양국의 대북 인식이다. 계속되는 호전적 발언과 국지적 도발, 핵개발로 인해 두 나라는 북한이 ‘언제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위험한 국가’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는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 결과가 두 나라로 하여금 더더욱 안보를 걱정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야구방망이도 야구선수가 들고 있을 때와 검은 가죽점퍼에 험상궂은 얼굴을 한 이가 들고 있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조처는 파네타의 말대로 두 나라, 더 나아가 이 지역 안보를 위해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실제 힘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에 탄도미사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거듭된 실패에서 보이듯 아주 초보적인 수준임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면 미국엔 탄도미사일이 몇 개나 있을까? 냉전이 끝난 뒤 수천개에 이르던 것을 줄여 현재는 488개를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지상 탄도미사일만을 말하는 것이고, 잠수함 탄도미사일 288개와 핵폭격기 115대 등을 뺀 숫자다. 그리고 정작 미사일에 실을 내용물, 즉 핵탄두만도 미국은 5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10개 안쪽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초보적인 핵탄두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질 않는다.
이 많아야 10개 안쪽인, 그것도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핵폭탄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스스로 초토화될 것을 알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러니 이 새 레이더가 겨냥한 것은 북한만이 아닌 것이다. 정작 그 상대는 중국이라고 보는 게 맞다. 여기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설명을 쓰더라도 북한의 위협은 미국의 동아시아 진출에 좋은 구실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의 진출은 중국의 군비확장과 일본의 대응을 순차적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강대국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반도는 또 한번 격동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남북간의 긴장 완화가 절실함을 웅변하기도 한다. 새 대통령이 누가 되건 남북간의 긴장 완화는 정치적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Sunday, December 19, 2010
[주장] 남북통일, 해야 하나? 남태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94742
합동참모본부가 18-21일 연평도 일원에서 해상사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연평도에서 장병들이 해안 순찰을 하고 있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 장병들은 통일이라고 씌여 있는 노란띠를 철모에 두르고들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 젊은 장병들을 통해 정부가 말하고 있는 통일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없습니다.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통일은 최근들어 정부의 화두가 되는 듯 싶습니다. 말레지아를 방문중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통일이 어떤 것인지, 정당성이 있는지를 논하는 목소리는 정부 안팎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남북통일이 정당한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흐르도록 교육 받아온 탓일 겁니다. 통일이란 말이 언제나 가슴 벅차게 들리는 것은, 한민족으로서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갈라져서, 서로 총을 겨누웠고, 덕택에 남과 북, 모두 군사독제하에 허덕인 대중으로선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때문에 통일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선 진지한 토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크지 않습니다. 기껏 있는 토론도, 왜 젊은이들은 통일에 대한 의지가 점점 없어지는가 걱정이다, 왜이러는가, 정도로 머물러왔습니다. 하지만, 왜 통일을 해야하나요?
"외세에 의해 수백년간 지속되온 단일정치체제가 부당하게 남북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이 슬픈 역사는 물론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혼한 부부더러 한때같이 살았으므로 무조건 다시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혼하고 십년 이십년이 지난 부부가 합치는 것, 쉬울까요? 되려 생뚱맞지 않나요? 남과 북은 한때 한나라였지만, 이제는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는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둘은 너무나 다릅니다. 어휘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고, 듣는 음악도 다르며, 쉬는 날도 다르고, 즐기는 스포츠도 다릅니다. 한민족이라고 말하기에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우리는 저들의 주체사상이 우습고, 그들은 우리의 물질숭배가 한심합니다. 한때 한 나라였다는 역사의 기억이 있지만, 그 기억마저 이젠 개개인의 것이 아닌 교과서의 그것으로 남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옛기억으로만으로 합치기엔 남북은 너무나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통일은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많은 분들이 경제적 혜택을 말씀하십니다. 특히 군사비가 적게 들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통일이 됐다고 군지도자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군을 축소할까요?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위해서 군의 자주국방과 현대화를 최대한 방해한 주범들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통일된 나라건 아니건, 이들은 현재와 같이 낭비가 심한 거대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밥그릇과 직결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들에게는 북한이 아니더라도 좋은 변명 꺼리는 충분합니다.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팽창이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고, 다른 쪽에선 일본의 재무장이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통일된 한국이 평화를 추구하게 놔둘리가 만무합니다.
한국 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결국 북한의 싼 노동력을 남한의 자본이 착취하자라는 말입니다. 남한의 재벌들은 쾌재를 부르겠지요. 말도 통하는 양질의 노동자. 가까우니 물류비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남한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를 보면, 통일되 한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보이지 않나요? 갑자기 들어닥친 빈부격차로 인한 그들의 고통은 놀랍고도 뼈저린 것일 것입니다. 또한 남한의 노동자들도 북한 노동자들과 결국엔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질 것입니다. 결국 통일의 경제적 공헌이 있다면, 그것은 남북 민중의 것이기 힘들 것입니다.
"통일은 정치적, 군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특히나 연평도 사태 이후 통일을 더 절실히 원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긴장은 두 나라가 갈라저서 생긴것이 아닙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와 미국으로 갈라지고, 1812년 전쟁을 치루었죠. 하지만 이들은 지금 너무나 가까운 이웃입니다. 말레지아와 싱가포르가 나누어 ?어도 군사적 긴장은 높지 않습니다. 즉, 나라가 나뉘였다는 것이 바로 정치적,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두 나라간의 긴장은 두 나라 지도자들의 정치적 이해가 긴장을 원함으로 생긴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긴장의 완화를 정치적으로 추구하면 원하는 군사적 안정은 찾아집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좋은 예라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두 나라를 합치는 것, 즉 통일이 정치, 군사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희망은 희망일 뿐입니다.
통일은 반드시 평화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요? 되려, 내전으로 한쪽이 완전히 승리해서 상대방을 굴복시켜 통합하지 않는 한, 두 세력은 나누어져 있는 것이 또 다른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통일을 이룬 예맨은 다시 내전을 겪었고, 나눔을 선택한 아일랜드와 영국은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어떻게하면 잘 나눌까하는 문제로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면, 남북이 공존하고 있는 것은 부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돌아 보더라도 평화와 신뢰가 전무한 상태에서 통일의 논의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드리대게 하는 구실 노릇만 하고 있습니다. 북은 남의 흡수통일이 두려워서 전쟁을 준비하고, 남은 북의 적화통일이 두려워 전쟁을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는 곧 남북간 긴장을 높혔습니다. 즉, 통일에의 열망이 오히려 평화를 이룩하는데 방해가 된 셈입니다. 특히나, 천암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의 앙금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의 현정부의 통일에대한 희망어린 전망은 북측을 자극해서 남북간 긴장만 더 높히기 쉽습니다.
남북통일은 필요한가요? 남북통일이 남북간의 평화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요? 캐나다와 미국처럼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같이 번영하는 것, 오히려 더 값지고 더욱 실현 가능한 미래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대통령은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뒤로 하고, 북한을 자극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조롱하기보다는, 남북간 평화와 공영을 모색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