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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7, 2019

범죄 드라마 추천 14 - Ordeal By Innocence (2018)

Argyll 집안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드라마, Ordeal By Innocence. 아마존 프라임에서 봤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을 극화한 2018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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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리더인 어머니가 살해되고 아들 중 하나가 범인으로 잡히면서 비극은 시작돼죠. 하지만 비극이란게 어디 번개치듯 한번에 벌어지나요. 집안 모든 이들 마음에 숨어있던 각자의 비극이 조금씩 춤을 추듯 들어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크리스티의 손끝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반전을 즐기게 됩니다.

어느 형사물에서 한 형사가 말하죠. "살인 동기는 셋중 하나야. 사랑, 돈, 마약." 형사 드라마를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작품도 비슷합니다. 다만 식구가 다들 얽혀있다는게 특이하죠. 이 가족의 배경과 그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면서 가족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 형제, 피로 엮인 관계.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다라는 것을 점점 더 알게 됐죠. 피가 섞였어도 남보다 못할 수 있고, 혈육이 아니어도 누구보다 가까울 수 있다는 것. 혈육은 단지 특별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관계일 뿐인걸 말이죠.

집안의 일이고 식구 중 하나가 범이이다 보니 극은 거의 집에서 벌어집니다. 집 자체도 뭔가를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죠. 커다란 공간은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마지막 반전에 공간도 한 몫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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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은 1958년 작입니다. 핵무기로 전쟁을 끝내고 그 공포로 냉전을 잉태하던 시대죠. 그 공포가 뭍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로움과 분노, 억제와 욕망이 뒤엉킨 사람들을 잘 그려낸 배우들 모두 훌륭했습니다. 그 중 어머니 역을 했던 Anna Theodora Chancellor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도 나왔던)가 가장 눈에 들었습니다. 분량은 크지 않지만 나올 때 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긴장을 끌어올리는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Monday, December 31,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9 - Body Guard, 그리고 Perfume

Bodyguard는 영국 BBC의 2018년 울트라 초대형 흥행작이였습니다.

전쟁, 전쟁으로 파괴된 개인, 전쟁으로 파괴된 사회.
정부 안의 암투와 범죄조직의 어두운 손길.
테러의 위협.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사랑이 할 수 있는 것, 가정이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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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불과 6회에 불과한 시리즈에 깔끔하게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인물들의 강렬한 감정이 절제된듯 아닌듯 잘 들어나서 흥미를 더하죠. 특히 내무부장관(?)의 격하고, 혼란스런 감정을 잘 소화한 Keeley Hawes 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흔히 갖는 남성/여성상을 되돌아보게하는 것은 보너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Perfume 독일 작품을 봤습니다.

근데 어휴 이건 어두워도 너무 어두워... 시종일관, 첨부터 끝까지, 틈도 없이 어두워.
눈을 자극할 요소가 꽤 있지만 그 어두움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사랑도 어둠에 묻힌다고 해야할까.
영상도 그 어두움을 짙게, 잘 찍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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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욕망은 누구나 있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주요 인물 모두가 그 욕망을 채우기위해 난리죠. 하지만 욕망도, 욕망의 채워짐도 향수처럼 일시적일 뿐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은 충격적입니다. 반전, 의외의 범인, 그런게 아닌 ... 그냥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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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18,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4 - Collateral

런던을 배경으로하는 형사물입니다. 네 편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리즈이지만 놀라운 작품입니다. 피자를 배달하는 한 청년의 죽음에서 시작하죠. 

우선 네 편밖에 안 되는데도 수 많은 인물이 복잡하게 연결될 뿐 아니라 이들의 감정과 고통, 분노, 슬픔이 잘 들어납니다. 나쁜 놈이 그냥 나쁘기만 할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또 드라마는 영국 사회 다양한 모습도 비춥니다. 이민, 난민, 이들을 바라보는 영국사회의 편견, 조직내 성폭력, 전쟁과 이를 치르는 이들의 비극 등, 현대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제들이 다루어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문제가 묘사되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곧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인과의 대립이 들어나죠. 그 대립도 입체적이여서 마지막에 탄성을 지르게 만듭니다.

David Hare이 각본을 썼습니다. 영화, 연극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 중 나찌 과거를 가진 여인의 사랑을 그린 2008년 영화 "The Reader"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주도하는 것또한 눈에 띄는 점입니다. 여성 형사물이 이젠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주인공 형사는 여자에 임신까지 했죠. 뭐랄까요. 남성들이 흔히 저지르는 폭력과 살인의 대척점에 서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축을 이루는 모든 인물들이 거의 다 여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 음악으로 나오는 팝송이 매번 다르고 그또한 참 위트있게 틀어댑니다. 장면이 넘어갈 때 쓰는 카메라도 잘 썼고요.

여러 모로 잘 즐길 수 있는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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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3, 2016

브렉시트의 정치적 의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명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 국민투표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해리포터의 작가 롤링 등 영국 유명 인사들과 주류 정치인들 사이에서 통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유럽연합 잔류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젊은 층도 분노했습니다. 스코트랜드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독립을 다시 추진해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기도 했죠. 설마 했던 금융시장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미국 달러와 엔화 강세를 걱정하는 국내 분석가들도 심각합니다. 영국 여행을 가야하는데 파운드를 지금 사야할까 고민하는 이도 있고 한국 수출이 덕을 보겠지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투자가 미국, 일본으로 쏠리리라는 걱정도 큽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면 지금 누리는 경제적 특혜--유럽연합 내 무관세 무역, 자유로운 인적, 자본의 이동 등--가 없어지고 금융시장에서 누리는 리더십도 독일이나 프랑스로 넘어갈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새로 꾸려질 영국 정부가 유럽 연합에 신청을 하고 나서 2년이 지나고서 일어날 일들입니다. 그 동안 유럽과 영국은 각종 타협과 조약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테죠. 한국이 유럽연합과 각종 교류와 무역을 하는 것과 비슷해질 겁니다. 장기적으로 지금의 충격은 상당 부분 흡수되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빠르게 회복될 것입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정치적 변화입니다. 브렉시트는 갈수록 경제격자가 벌어지는 현실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비롯한 이방인들과 금융계, 정치적 기득권층에 분노를 표현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수당의 존슨 전 런던시장은 늘어만 가는 이민자들을 통제할 주권을 되찾아야한다며 브렉시트 찬성을 이끌었습니다. 영국 공산당과 사회당 등 좌파 세력의 일부도 구조조정의 압박, 신자유주의 강화에 저항하며 브렉시트를 찬성했죠.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찬성진영의 주류는 아무래도 이민을 걱정하는 극우 정서였습니다. 비슷한 세력이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주자로 만들어 놨죠. 

극우파의 성장은 단지 미국과 영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이들은 많은 유럽 국가의 의회에 진출해 있고 일부는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지역선거에서 선전해 다가올 대선을 눈독 들이고 있고 극우파 후보인 호퍼는 5월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49.7% 득표로 거의 당선될 뻔 했습니다. 헝가리 극우 정당 연합은 총선에서 두번이나 승리했고 폴란드도 2015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39%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죠. 덴마크, 필란드, 스위스, 그리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유럽연합에 대한 불신입니다. 영국의 그것과 통하기도 하죠.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도 극우파들은 영국을 따라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연합을 떠나자며 자국 정부를 압박해서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민투표로 가지는 않더라도 반유럽연합 정치공세만으로도 이들은 큰 정치적 승리를 쟁취할 수 있죠. 

유럽 각국에서 극우 세력이 커갈 수록 유럽연합은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 질서는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법, 그 합의를 자꾸 되묻고 따질수록 유럽연합이라는 질서는 흔들리게 되죠. 가장 큰 문제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월등한 일등이고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죠. 위치도 유럽의 딱 중앙입니다. 인구도 많고 교육수준도 높습니다. 자부심도 강해 민족의식도 강하죠. 이런 이유로 독일은 전쟁의 주역이였습니다. 프랑스와 되풀이 되는 전쟁은 결국 세계 일차 대전, 이차 대전으로 이어져 전 유럽을 파괴했죠. 2차대전이 끝난후 이런 독일을 길들이기 위해 독일을 유럽 경제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바로 1952년 시작한 유럽석탄철강연합이 그것이였습니다. 이후 1957년 유럽경제공동제가 출발해 성장을 거듭했고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정치, 사회적 연합인 유럽공동체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유럽연합이 출범했죠. 

독일은 유럽 통합의 주역으로서 정치적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의 통합이 뜨거워 질수록 전쟁의 화마는 차갑게 식어갔죠. 잔존해 있는 신나찌 세력의 부활을 누를 수 있었던 여러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유럽연합의 발전이였습니다. 독일의 전쟁 망령을 봉하는 부적인 셈이였죠. 그 봉인을 전쟁 피해 당사자인 영국이 브렉시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1차대전후 유럽국가들이 고립주의를 선택하고 이민자들을 공격하며 민족주의 찬가를 불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브렉시트가 걱정스런 진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