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18,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4 - Collateral

런던을 배경으로하는 형사물입니다. 네 편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리즈이지만 놀라운 작품입니다. 피자를 배달하는 한 청년의 죽음에서 시작하죠. 

우선 네 편밖에 안 되는데도 수 많은 인물이 복잡하게 연결될 뿐 아니라 이들의 감정과 고통, 분노, 슬픔이 잘 들어납니다. 나쁜 놈이 그냥 나쁘기만 할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또 드라마는 영국 사회 다양한 모습도 비춥니다. 이민, 난민, 이들을 바라보는 영국사회의 편견, 조직내 성폭력, 전쟁과 이를 치르는 이들의 비극 등, 현대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제들이 다루어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문제가 묘사되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곧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인과의 대립이 들어나죠. 그 대립도 입체적이여서 마지막에 탄성을 지르게 만듭니다.

David Hare이 각본을 썼습니다. 영화, 연극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 중 나찌 과거를 가진 여인의 사랑을 그린 2008년 영화 "The Reader"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주도하는 것또한 눈에 띄는 점입니다. 여성 형사물이 이젠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주인공 형사는 여자에 임신까지 했죠. 뭐랄까요. 남성들이 흔히 저지르는 폭력과 살인의 대척점에 서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축을 이루는 모든 인물들이 거의 다 여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 음악으로 나오는 팝송이 매번 다르고 그또한 참 위트있게 틀어댑니다. 장면이 넘어갈 때 쓰는 카메라도 잘 썼고요.

여러 모로 잘 즐길 수 있는 수작입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Sunday, March 11, 2018

[세상읽기]영화 ‘블랙 팬서’의 발랄한 상상력

경향신문 (2018.03.08)

영화 <블랙 팬서> 열기가 한국에서도 뜨겁습니다. 한 주요 장면이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배경으로 하니 한국 팬으로서 더욱 반가울 수밖에요. 만화를 기본으로 한 이 슈퍼히어로 영화는 가상의 아프리카 나라 와칸다 안팎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죠. 미국에 슈퍼히어로 영화가 많았지만, 흑인 영웅은 처음이니까요. 게다가 배우의 대부분이 흑인이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도 다수가 흑인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발랄한 상상력입니다. 영화 속 와칸다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유럽 제국주의에 희생당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밀 광물인 비브라니움 덕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전을 이뤘지만, 외부에는 숨기고 살죠. 뛰어난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최고 무사인 왕은 미남에 통찰력과 애타심을 겸비했습니다. 왕비는 우아함을, 공주는 재치와 비범함이 몸에 배어있죠. 천연자원이 풍부함에도 정치 혼란과 내전 등으로 힘겨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과 크게 다르죠. 대중매체에서 흔히 묘사하는 흑인들의 모습과도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백인들의 부정한 손을 타지 않았다면 오늘의 아프리카는, 흑인은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합니다. 강산과 전통을 짓밟고 살육과 노예화를 서슴지 않은 백인의 침략이 없었다면 아프리카는 훨씬 평화롭고 풍족한 땅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말입니다. 노예의 후예인 미국 흑인들도 훨씬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았겠죠. 미국 흑인 장년층이 애들도 없이 와서 보고 열광하는 이유죠. 빈민층 흑인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모금 운동이 큰 호응을 얻기까지 했습니다.

흑인들이 느낀 감동을 우리가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 테죠. 평창의 감동을 외부인이 짐작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미군 가족들 동향을 보며 안심해야 하는 우리였습니다. 하지만 북에서 내려온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손짓 하나하나에 우려는 조금씩 누그러져 갔죠. 그리고 우리는 상상했습니다. 1945년 8월10일 미군 대령 둘이서 38선 따라 줄을 긋지 않았더라면, 이 땅에 전쟁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그 비극에 기생하는 정치 권력이 민중을 짓밟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하고 말이죠.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상마저 하기 힘든 날이 얼마나 많았나요. 통일은 대박이라는 공허한 외침과 북을 처단하라는 고함 사이에서 우리네 마음은 움츠러들었습니다. 마음이 움츠러든 만큼 운신의 폭도 줄었죠. 우리는 스스로 그린 좁은 원 안에서 쪼그려 앉았고, 저들은 그 금밖에서 칼춤을 추었습니다. 이를 구경하며 전쟁의 찬가를 부르는 이마저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창은 우리를 그 금 안에서 일으켜 세웠습니다. 상상은, 마음은, 지지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평창에 선수단을 보내도 되냐며 걱정이었지만 이제 4월이면 정상회담까지 열립니다. 정상 간 핫라인도 설치됩니다. 앞으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겠죠. 안팎에서 딴지를 거는 이도 있을 겁니다. 사건, 사고도 있을 수 있죠. 누구는 당장 정상회담을 ‘정치 쇼’로 폄하했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잡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렇게까지 나온 이유는 핵무기를 통한 대미 억제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을 미국이 공격하기 힘들다는 자신감이 이들을 움직였죠. 대북 공격을 들먹이는 이들도 실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남은 길은 좋든 싫든 대화뿐입니다. 대화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서로 양보할 때 대화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영화 <블랙 팬서>는 비브라니움과 발전을 숨겼던 방침을 버리며 끝이 납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와칸다에 줄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면서 전 인류와 공존의 길을 걷습니다. 북은 남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죠.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태권도 시범단 뒤를 이어 경제 투자, 인적 교류, 정치 협력이 따르고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던 상상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범죄 드라마 리뷰 3 - Berlin Babylon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독일 드라마 <베를린 바빌론>은 나찌가 일어나기 직전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선 끄는 매력은 그 배경 자체입니다.



우선 독일영화하면 늘 나찌나 전쟁을 떠올리죠. 하지만 문화나 기술 면에서 최고의 수준이였던 사회 실상을 볼 기회는 많이 없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당시 최고의 도시 베를린을 구경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엘레베이터, 음악, 춤 등 신기할 뿐입니다.

전쟁이 끝났지만 아직도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극우와 군인들의 정서도 잘 들어나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작하는 정치불안정, 좌우의 극한 대립, 나찌의 성장도 이곳 저곳 잘 맞춰져있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두번째 재미는 단순하지 않고 계속 변하는 등장인물들입니다.

여주인공 샬롯떼의 발전을 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어려운 삶에서도 희망, 강인함, 재치를 잃지 않는 그녀가 어떻게 커가는지 아주 흥미롭습니다.



악역인 브르노가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정도 많고, 그가 품은 꿈이 그리 낯선 것만도 아니죠. 하긴 '악인'이라는 굴레가 너무 일반화시키는 거죠. 그래서 악인이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 주인공 게리온 또한 여러 면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볼 때 비로소 그의 공포를, 그의 슬픔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 외도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습니다. 우아한 자태와 멋진 노래를 부르던 여가수, 샬롯떼의 친구, 브르노의 아내 등을 포함해서 말이죠.

셋째는 물론 스토리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를 풀어가는게 전체 줄거리이긴 하지만 다양한 인물만큼이나 여러 이야기들이 얽혀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시원하게 풀어지지 않아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뭐 인생도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하고, 시즌이 또 나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주 인상적인, 흥미로운, 재밌는 형사 드라마의 발견이였습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