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3, 2014

[기고]백악관 문서 유출과 청와대 문건 유출


정부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망신거리가 되자 대통령은 언론인들과 이들을 접촉한 정부 내 인사의 엄벌을 지시한다. 그리고 그 정부 인사는 정부 문건을 탈취했을 뿐 아니라 안보를 위협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한다.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추악한 미국의 면모를 담은 ‘펜타곤 보고서’가 1971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공개되면서 보인 닉슨 대통령의 반응이다.

펜타곤 보고서는 원래 베트남전 정책에 대한 분석을 위해 국방부가 비밀리에 준비한 것이었고 극비문서였지만 전쟁을 반대한 대니얼 엘스버그라는 군사분석가가 언론에 유출하는 덕에 공개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전쟁이라는 끔찍한 일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 정책들이 미국 국민과 의회에 대한 거짓말에 기초하고 있다는 자각에서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정부는 남베트남의 고 딘 디엠 정권을 몰아내고, 디엠을 살해한 쿠데타에 직접 관여했고, 북베트남을 의도적으로 자극해 확전을 도모했으며 북베트남뿐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이웃 나라에도 공습을 가하는 등 수많은, 추악한 일들을 비밀리에 감행했다.

베트남전의 치부가 드러나자 미국 정부는 이들을 법정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미국의 법원은 언론과 엘스버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보도로 인해 국가안보가 크게 위협받은 것도 명확지 않고, 언론의 자유 또한 국가의 안보라는 이유에서였다. 유출 그 자체가 문제냐, 문서가 담은 그 내용이 문제냐 하는 갈림길에서 후자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2014년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정윤회씨 등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문건을 “근거 없는 루머” “흔들기”라면서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췄다. “국기문란” “적폐”라고 비난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었으니 대통령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유출 그 자체에 있는 것이냐 그 내용이냐에 대한 판단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으로서는 바쁜 와중에 이런 일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문제일 것이다. 체면도 말이 아니다. 그러니 유출 그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문건이 밝히는 대로 정부가 선거에 바탕을 둔 권력이 아닌 비선 실세에 의해서 좌지우지된다면, 사안은 심각해진다. 선거를 통한 국민과 정권의 정당한 관계가 위협을 받는 셈이니까.

그렇다면 유출 내용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 많은 국민은 유출된 문건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밝혀서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민주체제를 옹호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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