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1, 2014

수능과 개헌

학력고사를 보고 난 이후가 생각납니다. 물론 기말고사가 남아있었지만 인고의 세월을 보낸 피끓는 학생들의 해방감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죠. 세월은 흘러 학력고사는 수능으로 바뀌고 입시도 복잡해지긴 했지만 수능 다음날의 상황은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수능이 또 끝났습니다. 정답논의가 또 일어났듯, 수험생 사정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한쪽에서는 이곳저곳을 몰려다니며 못다한 유흥을 이어나고 다른쪽에서는 여행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겠죠. 등교를 해도 잠을 자거나 멍하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지친 것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측도 단축수업이나 각종 변칙운영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학부모들도 애들을 학교에 굳이 보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때입니다. 교육청에서 아무리 공문을 내려보내고 대응책을 마련해도,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죠.

수능이라는 커다란 시험을 향해 달려온 모든이들에게는 더 이상 학업에 매달릴 여력도 없거니와 그럴 이유도 없는것이 사실입니다. 시험이 없는 학생이 공부할 리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이들의 탈선을 묵인해 주는 것 일테죠. 돌아보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군대 가기전 휴학생, 전역을 코앞에 둔 말년병장, 은퇴를 오늘내일하는 직장인 등이 있죠. 모두들 일을 열심히 할 뚜렷한 이유가 없고, 그걸 주변에서도 알고 있다는 것이 비슷합니다.

여기에 추가할 또 하나의 부류가 있습니다. 바로 ‘선거 없는 정치인’입니다. 공부를 아무리 잘 하고 성실한 학생이여도 시험이 있어야 공부하는 것처럼 아무리 착한 정치인이라도 선거가 있어야 유권자들에게 몸을 낮추는 것입니다. 수능이 끝나면 공부할 의욕도,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 학생이듯, 선거가 없으면 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의욕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 정치인이죠. 그러니 아무리 민을 향해 도도하고 권위적이여도 다음 선거가 없으면 유권자들로서는 답답할지만 딱히 어쩔 수가 없는 것이죠. 한국엔 제도적으로 그런 정치인이 딱 하나 있습니다. 한번의 임기로 끝이 나는, 재선이 없는 대통령이죠.



민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낮추려고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도 치를 선거가 없으면 점점 민에서 멀어지기 쉽습니다.애초에 그럴 생각조차 없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다면 그것이 더 빨리, 더 염치없게, 더 확실하게 오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바로 대통령에게 시험을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선거 이전의 겸손을 되찾게 또는 애초에 잃지 않도록 강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죠. 답은 개헌입니다. 4년 중임제면 중간고사가있는 셈이여 낫고, 내각제이면 시험의 불안이 항시 있어 더 좋겠죠.

개헌논의가 정국을 혼란케 하니 논의를할 수 없다는 말은 수능을 마친 학생이 할일도 많은데 학기말 시험이 왠말이냐고 불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 나와도 정국의 핵이 될 개헌논의는 이를 수록 좋고 시험이 많은 방향으로 끝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기왕이면 박정희가 파괴한 제이공화국의 의원내각제를 박근혜의 손으로 복원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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