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14, 2019

범죄 드라마 리뷰 12 - Destroyer (2018)

니콜 키드먼의 디스트로이어. 주로 리뷰하는 티브이 형사물은 아니지만 한번 곱씹어 보고 싶네요. 키드먼은 외모와 사생활로 회자되곤 했습니다. 듀란듀란의 음악성이 외모에 가려진 듯, 키드먼도 연기가 좀 저평가되는 감이 있습니다. 영화 선택도 크게 도움을 준것 같지는 않고요. 출연작은 엄청 많지만, 대표작을 고르라면 딱히 좀 애매한 그런 느낌이 들죠.

이 영화가 그 대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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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한눈에도 지칠대로 지친 여형사를 마주합니다. 외모도 폭삭 늙어버렸고, 말도 겨우 이어가죠. 가족이라곤 하나 있는 딸도 완전 막 나가는 참 안쓰러운 형사. 그의 과거를 따라갑니다. 복수가 그려지고 그러면서 숨겨진 사정이 조금씩 밝혀지죠. 약간의 스마트한 반전이 있지만 무릎을 때릴 정도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매력은 키드먼이 그려내는 죄의식과 거기서 오는 고통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그러하듯 실수를 하죠. 큰 실수도 몇번 있습니다. 다행이도 보통 사람은 그래도 살아갑니다. 용서도 받고 잊기도 하죠. 보통 사람의 실수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니까요. 하지만 정말 용서하기 힘든 실수도 일어납니다. 그건 스스로 용서하기 힘든 실수죠. 그런 실수를 떠안고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어 스스로 내려놓고싶어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열연했던 영화 The Machinist 도 극단적 예를 잘 보여줬죠.

이 영화는 좀더 담담하게, 그 내면의 고통을 따라갑니다. 그런 절제된 표현이 (마지막 장면 포함) 매력입니다. 감정도, 음악도, 색깔도 조금 톤다운되서 조금 더 서글프다고 할까요.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한 인간이 나쁜 짓을 한 것일 뿐이다. 그런 사람이 뉘우치면 우리는 용서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자기 십자가를 내려놓고 싶어 괴로워하는 사람을 봅니다. 견딜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죠.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공감하고 같이 슬퍼하기도 하죠. 

정반대의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이 다 그 죄를 알아도 나 혼자 뻔뻔히 떳떳한 사람.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모르는 사람. 이 세상이 오해한다는 신념과 언젠가 자기 결백을 알아주리라는 믿음. 정말 저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마음이 편할까 싶은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그 속을 알 수는 없죠.

다만 내가 그런 괴물이 안 되길 간절히 기도할 수 밖에요.

그리고

잘 되야겠죠. 그런 사람들 보란 듯이 잘 되서 비웃어 주면 좀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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