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0/11/27
[왜냐면] 연평도 사태의 정치적 해결 / 남태현
국익을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무력의 대결을 마치고
정치의 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남쪽이 먼저 손내밀어야 합니다
연평도 사태에 대한 논의가 분분합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확전을 못한 것이 안타까워 언성을 높이고, 대통령도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들은 말뿐입니다. 입에서 침이 튀고, 얼굴은 분노로 벌게지지만, 그걸로 끝이죠. 정작 바쁜 것은 미국입니다. 미 항공모함이 올 예정입니다. 물론 이지스함, 구축함들이 따라옵니다. 그 화력은 웬만한 나라의 그것 이상이죠.
미국의 이러한 결정은 이번 사태를 진정시킬 수도, 확대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군사적, 정치적 변수입니다. 안타깝게도, 동시에 한국의 지도자들이나 국군은 또다시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군사적 사태로 치닫게 되면 우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국방을 입으로만 외치면서 정작 자주국방을 애써 회피한 군 지도자들과 현 정부 덕에, 위기 상황에 국군을 의지하기보다는 미 통치권자의 입을 바라보는 처지이기 때문이죠.
이번 사태는 수습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한-미 통상 문제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이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미국에 목소리를 내기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합니다. 우리의 국익을 정말 걱정한 지도자라면 하루 속히 이 상황을 정치 문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즉 말로 싸우고 말로 해결하는 상황이 와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이미 우리 모두 경험한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대북 정치력은 남북관계를 호전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의 입김을 제어하는 데도 큰 몫을 했습니다. 국민들은 북으로 피서를 갔고 출근을 했습니다. 이런 정치적 성공의 산물을 현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고, 덕분에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계속 더 꼬여만 갑니다.
어떻게 정치 문제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그 시작은 문제의 근원을 바라보는 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원지는 바로 남북간 영토분쟁에 있습니다. 전쟁은 끝이 났지만, 우리는 아직 영토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바로 서해가 그곳입니다. 연평도를 시작으로 서해 5도는 남북 모두가 자기 영토로 여기는 곳입니다. 전후, 합의가 아닌 미국의 일방적 선언으로 북방한계선이 그어졌고, 남쪽의 실질적 지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합의가 없었던 만큼 북쪽은 이를 부정해왔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1999년 서해 5도를 북에 포함시키는 해상군사경계선을 일방적으로 공표합니다. 결국 양쪽의 일방적인 주장들은 서해교전으로 이어지고 이번 사태를 불러왔습니다.
남한은 서해 5도의 이런 분쟁에 대해 별반 대책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실질적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현상 유지가 대책이어서겠지요. 아쉬운 쪽은 북한이고 우리가 알 바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대책을 논하는 사람은 현상 유지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곧 북한을 동조하는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이런 모순은 어느 영토분쟁에서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정착촌 내 유태인들은 정치적 해결을 원하는 다른 유태인들을 나라의 혼을 팔아먹는 사람으로 치부합니다. 덕택에 이스라엘은 점점 국제정치에서 고립되어 가고,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력이 부재한 자리는 폭력이 드셀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예입니다.
남과 북은 아무 답이 없는 무력의 대결을 마치고 정치의 장으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쉬울 것이 좀 덜한 남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서해 5도이어야겠습니다. 어떠한 형태로의 합의이건 두 나라의 통일보다는 쉽지 않을까요?
거창한 통일의 구호는 접고, 정치를 통한 평화만이라도 구축할 수 있는 지도력을 기대합니다.
남태현 미국 메릴랜드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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