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민주당은 14억 달러를 장벽에 쓰라고 예산을 편성했죠. 트럼프는 마지못해 예산안에 서명했고 또다른 정부셧다운은 피했습니다. 대신 비상사태를 선포한거죠.
비상사태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에 대통령이 선포해왔습니다. 9/11 공격 뒤처럼 말이죠. 그 위기를 공감하는게 보통이여서 정치적 논란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죠.
첫째, 비상사태라고 할 만한 위기가 국경에 없습니다. 국경은 평화롭습니다. 밀입국자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죠. 트럼프가 말하는 테러리스트, 마약 등은 국경을 몰래 건너는 사람들이 아닌 합법적 경로를 통해 몰래 들어오는게 훨씬 많습니다. 즉 위기는 허상인거죠.
둘째, 그 허상 덕에 정작 중요한 위기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가짜라며 폄하하고 총기문제는 완전히 방치하고 있죠. 공화, 민주 모두가 찬성하는 인프라 구축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셋째, 트럼프 스스로도 이 조치가 당장 필요한게 아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장벽을 빨리 지으려고 선포한거다라고 했죠. 그것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그 자리(참 이상하고 기괴한 회견)에서 말입니다. 스스로 위기가 없음을 고백한 꼴이 됐습니다.
넷째, 그나마 트럼프가 하자는 대로 해도 그 장벽은 그가 말하던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굉장한 것이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경은 1954 마일. 그 중 654 마일 (맨 오른쪽 옅은 파란색)은 이미 장벽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통과한 예산 14억 달러로는 55마일쯤 (짙은 파란색) 새로 쌓을 수 있죠.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57억 달러(이 숫자도 한참 오락가락했죠)를 통과했어도 234마일 정도밖에 지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군비를 유용하니 정작 써야될 때 예산이 모자랄 수 있어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특유의 쌩깜을 시전했죠. "학교? 국경이 안전한게 학생들에게도 나아."
다섯째, 헌법상 명확한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조치입니다. 정부 지갑은 의회 고유 권한입니다. 그런데 의회가 돈을 안 쓰니 내가 알아서 쓰겠다는 셈인것이죠. 긴급조치 등 유신정권이나 독재국가에서 흔히 보는 수법입니다. 그래서 미국 정계는 당황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측도 나중에 민주당 대통령이 비슷하게 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죠.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민주당은 두 갈래 대응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의회 차원의 대응입니다. 의회에서 비상사태를 거부하는 안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이 몇명이나 동참할 것인가가 관건이죠. 이게 극복이 되도 문제는 남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의회안을 대통령이 서명해야합니다. 이를 거부하면 의회의 2/3가 찬성해야 합니다. 쉽지 않죠. 두번째, 법원(어느 쪽으로 판결 내던 힘든 결정이 될 전망입니다)을 통해 소송전을 펼지는 겁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죠. 민주당이 직접 할 수도 있고, 텍사스 등 땅을 빼앗길 주민이 할 수도 있습니다. 어째 되건 최종 판결은 대법원까지 갈테고, 많은 시간이 흐를 겁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르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새로운 것도 아니죠. 이런 상황은 쭉 계속돼왔습니다. 지지율도 35%를 왔다갔다 하며 유지하고 있고요. 뭘해도 끄떡없는 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에도 장벽은 시작도 못 했지만 시작했다, 끝을 내자며 정치전을 벌이고 지지자는 환호하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층에게는 잘 먹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화당이죠. 당장 이 년 후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대통령을 따르자니 중도층 표를 잃을 걱정. 거스르자니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충성 후보에 밀릴 수 있는 걱정. 계산이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허풍과 억압으로 정계를 휩쓸고 있는 대통령. 하지만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죠. 그게 뭘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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