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gyll 집안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드라마, Ordeal By Innocence. 아마존 프라임에서 봤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을 극화한 2018년 작품입니다.
집안의 리더인 어머니가 살해되고 아들 중 하나가 범인으로 잡히면서 비극은 시작돼죠. 하지만 비극이란게 어디 번개치듯 한번에 벌어지나요. 집안 모든 이들 마음에 숨어있던 각자의 비극이 조금씩 춤을 추듯 들어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크리스티의 손끝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반전을 즐기게 됩니다.
어느 형사물에서 한 형사가 말하죠. "살인 동기는 셋중 하나야. 사랑, 돈, 마약." 형사 드라마를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작품도 비슷합니다. 다만 식구가 다들 얽혀있다는게 특이하죠. 이 가족의 배경과 그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면서 가족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 형제, 피로 엮인 관계.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다라는 것을 점점 더 알게 됐죠. 피가 섞였어도 남보다 못할 수 있고, 혈육이 아니어도 누구보다 가까울 수 있다는 것. 혈육은 단지 특별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관계일 뿐인걸 말이죠.
집안의 일이고 식구 중 하나가 범이이다 보니 극은 거의 집에서 벌어집니다. 집 자체도 뭔가를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죠. 커다란 공간은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마지막 반전에 공간도 한 몫을 하죠.
원작 소설은 1958년 작입니다. 핵무기로 전쟁을 끝내고 그 공포로 냉전을 잉태하던 시대죠. 그 공포가 뭍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로움과 분노, 억제와 욕망이 뒤엉킨 사람들을 잘 그려낸 배우들 모두 훌륭했습니다. 그 중 어머니 역을 했던 Anna Theodora Chancellor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도 나왔던)가 가장 눈에 들었습니다. 분량은 크지 않지만 나올 때 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긴장을 끌어올리는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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