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봤습니다! The Bridge는 지난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죠. 이 작품으로 전 북구 형사물에 빠져들었습니다. 차갑고 파란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춥고 고독한 느낌, 머릿속 북유럽의 그것과 잘 어울렸습니다. 사건도 잔인하고 기괴해 더 그런 느낌을 들었습니다. 멋진 비주얼과 묘한 스토리 못지 않게 절 사로잡은 것은 주인공 Saga였습니다.
그녀는 엉뚱합니다. 좀 이상하다 싶었죠. 그 엉뚱함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셔츠를 훌러덩 벗어 던지고 갈아입죠. 새로 온 남자동료는 당황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 동요도 하지 않습니다. 저도 당황했죠. 이건 뭐지?
드라마 여기저기서 그녀의 자폐 스팩트럼 증상이 보입니다. 주로 남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것조차 인식 못하죠. 덕분에 주변 사람에게 실수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취조도중 애 엄마, 아빠 앞에서 이 애는 당신 애들이 아니다. 너희 둘 다 파란색 눈인데, 애는 브라운이다. 유전적으로 불가능하다. 덕분에 엄마가 바람핀게 드러나 난리가 났죠. 일상도 그렇습니다. 전화가 오건 어디건 그녀는 자신의 소속을 늘 밝힙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동료에게까지도 말이죠. 그럴 필요 없다는 동료의 핀잔에 왜 그런지 이해를 못하는 얼굴을 합니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 때 쯤 고백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감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죠. 저도 아차 싶었고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녀의 그런 실수(?)는 그녀의 순수함, 정직함에서 나옵니다. Saga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착한 거짓말, 둘러대는 말, 그런 것을 할 줄을 모릅니다. 그냥 다 사실대로 말하는거죠. 그게 당연한데 그런 자기를 비난하는 세상이 헷갈릴 수 밖에요. 그 비웃음과 비난은 거짓과 위선에 익숙한 스스로를 지키고자는 또다른 위선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순진함은 사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사건이 있고 해결하는게 당연하다. 그 단순함은 차가운 열정으로 나타나죠. 24시간 경찰이냐는 질문에도 당연하지않아는 듯, 왜 그런것을 물어보느냐는 듯 답하죠. 거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형사로서의 탁월한 능력도 더해집니다. 그 능력도 관습에 때묻지 않는 그녀의 마음에서 나오는게 아닐까요.
그러던 그녀가 시즌 3과 시즌 4에서 다른 동료를 만납니다. Saga의 능력과 순수함을 알아보고 사랑을 하게됩니다. 그녀의 마음도 움직이고요. 동시에 그녀의 마음을 그렇게 짓눌렀던 원인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죠. 그럴수록 극복할 산도 높아만지고요. 드라마 보면서 형사 하나를 이렇게까지 응원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녀가 잘 되기를, 모든 것을 극복하기를 너무너무 바라면서 한 회, 한 회를 봤습니다.
범죄 드라마이지만 사실 주인공의 성장기라고나 할까요. 그녀가 어떻게 됐을지, 어디서 무엇을 할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유럽을 가게되면 촬영지를 꼭 가보고 싶습니다.
내 추천: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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