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9.08.22
자식을 키우며 세상에 쉬운 일이 없음을 간절히 느낍니다. 김성태 의원도 아버지로서 마음고생이 많지 않았을까요. 딸은 취업은 고사하고 취업 준비도 잘 안된 듯합니다. 서류전형 탈락, 면접 최하위권 등의 성적을 보면 말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KT에 딸을 채용하도록 청탁했고, 그 결과 정규직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김성태 본인은 이를 검찰의 무리한 기소, 정치보복이라는 주장 등을 하며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최종 법적 판단을 기다려 봐야겠죠. 문제는 김성태가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입니다.
헌법 46조는 국회의원의 청렴, 양심, 공익 추구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 책임이 단순히 도덕적인 것을 넘어 제도적, 정치적 근간임을 말해주는 것이죠. 공익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이고 사적일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개인이 더 이득을, 다른 누구는 손해를 보기는 합니다. 지역경제를 위해 도로를 건설해도 누구는 집값이 올라 이득을 챙기지만, 다른 누구는 소음과 먼지로 괴롭죠. 어떤 공공정책도 이런 양면성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의가 중요합니다. 전체를 위했다는 대의와 명분이 없으면 어떤 정책도 효과적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공익을, 대의를 추구한다는 대중의 신뢰는 민주사회 질서의 근본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갖는 ‘정치적’ 책임이 그만큼 엄중한 것이죠.
김성태는 그 정치적 책임을 저버린 셈이 됐습니다. 드러난 정황이 심각한 만큼 자리에서 물러나고 법적 다툼을 하는 게 맞죠. 하지만 눈물이 나오고 “피를 토할”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비슷한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당장 KT 채용 의혹만 봐도 다른 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의심을 받았습니다. 강원랜드 비리도 판박이 꼴이었죠. 채용비리뿐만도 아닙니다. 특활비를 줄였다지만 국회 예산을 빼돌리거나 주변에 몰아준 사례도 수없이 많습니다. 주식을 가진 회사를 위한 법안을 발의, 재산을 불리기도 하죠. 그렇다고 할 일은 제대로 하나요? 전 국민 앞에서 폭력과 폭행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파업마저 일삼습니다. 그사이 사회 곳곳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법안은 빛을 못 봤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도 제출된 지 100일이 되도록 버려져 있었죠.
반면 자기 목과 밥그릇 지키기에는 열심입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저지 폭행 조사를 원천무효, 정치공세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경찰 수사를 피하는 셈이죠. 이런 식의 방탄국회는 수도 없지만 개선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제 목에 방울 달기 싫은 겁니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국회는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서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을 뺐죠. 김영란 전 대법관 본인이 반쪽 법안이라고 꼬집은 이유입니다. 이를 올해 정부가 다시 추진하면서 ‘국회의원’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했지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회를 보고 있으면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하는 데 너무 익숙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다들 하니 나도 한다. 그래서 한 것뿐인데, 내가 누군데 처벌은 말도 안된다. 모두 이러는 사이 국회의원 질은 하향평준화됩니다. 게다가 시급한 현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국회가 신뢰도가 가장 낮은 국가사회기관 1등(올해 1.8%), 2등(2018년 2.4%)을 다투는 게 당연하죠. 국회의 정당성이 약해지면서 민주체제의 근간도 흔들립니다. 이런 자들이 만든 법에 믿음이 갈 턱이 없고, 지키자니 억울하고 벌 받아도 억울합니다. 특단의 조치를 위한 시민들의 지혜와 힘을 급히 모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돈 씀씀이도 줄이고 임기도 미국 하원처럼 2년으로 단축해야 합니다. 임기를 줄이는 게 당장 어려우면 4년에 한 번 있는 선거를 2년에 한 번씩, 의원 절반을 뽑는 것은 어떨까요. 공수처를 빨리 만들고 고위공직자들 죄는 일반인보다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민의를 듣고 법을 만드는 게, 거들먹거릴 일이 아닌 보통 업인 사회는 기다린다고 오는 것은 아닐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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