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4-11-0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1032032245&code=990304민주체제에서의 정치가 권위주의체제의 것과 어떻게 다를까요? 민주체제는 공정하고 경쟁적인 선거를 통해 지도자들에게 주기적으로 불편함과 불확실성을 준다는 데에서 그 정치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치란 것이 끊임없는 경쟁과 투쟁이라는 것은 민주체제나 권위주의체제나 같죠.
민주체제에서는 정치엘리트 사이의 투쟁은 선거로 결판을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제도적 기제가 없는 권위주의체제에서는 무력을 동반한 암투가 흔하죠. 여기서는 정치엘리트와 인민의 정치투쟁도 폭압적이고 일방적입니다. 민주체제에서는 이런 수직적 정치투쟁도 상대적으로 평화적이고 덜 일방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일 뿐 힘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민주체제는 그 싸움을 조금이나마 균형 있게 하는 장치들을 허용하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독립적인 언론입니다.
정치엘리트와 민중 간의 수직적 정치투쟁은 미국에서도 일상적인 것이죠. 1971년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만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미정부는 이를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면서 보도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법정투쟁 끝에 대법원은 신문사들의 손을 들어주죠. 곧이어 닉슨 대통령과 신문들은 소위 워터게이트로 싸움을 벌였습니다. 결국 1974년 닉슨 대통령은 사임하죠. 이 두 사건은 미 행정부, 특히나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미국 사회 전체가 심각한 재고를 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이 역사적 승리 뒤에는 한 사람이 굳건히 서 있었습니다. 지난 10월21일 93세로 세상을 떠난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자 벤 브래들리였습니다. 그는 진실에 대한 끈질기고 열정적인 추구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했습니다.
브래들리의 진실에 대한 추구는 워싱턴 포스트를 권력자를 감시하고 민중에게 힘을 실어주는 민주체제의 파수꾼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일반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훈장을 그에게 수여하였습니다. 강력하고 독립적인 언론이 민주체제에서 그만큼 소중한 것임을 권력자조차 인정한 순간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력하고 독립적인 언론은 민과 권력자들의 정치투쟁에서 최소한의 지원군일 뿐입니다. 민중의 힘은 권력자의 그것에 한참을 못 미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시민들은 최소한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권력자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언론은 알아서 목소리를 낮추고 사정기관들은 민중의 감시에만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거리에 나서는 것마저 정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판에 조용히 하지 않으면 법에 걸리게 생겼죠. 박근혜 정부는 민주체제가 그나마 허용하는 민의 권력을 축소하는 데 열을 내고 있다고 짐작하게 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조롱도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고 대통령의 신임을 업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한국, 권위주의체제로의 미래가 그리 머지않아 보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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