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25, 2018

[세상읽기]트럼프의 ‘승인’ 발언에 대한 씁쓸한 반응

경향신문 2018.10.18

2013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직접 관여를 했습니다. 보잉사 F-15SE로 거의 기울었던 결정을 뒤엎었죠. 경쟁 기종보다 기술 이전, 가격 면에서 모두 뒤진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정무적 결정”이라며 록히드 마틴사의 F-35A를 밀어붙였습니다. 7조원이나 쓸 사업을 이렇게 가볍게 처리해도 되나 싶었죠. 그 의문은 올해 조금 풀렸습니다. 김관진이 록히드마틴사와 연관된 로비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게 드러났죠. 무기 사업은 역시 복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복마전의 정말 큰손은 미국입니다. 유럽 전투기는 유독 한국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미국 주요 동맹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유럽산 전투기와 미국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죠. 우린 사실상 100% 미국에 의존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미국 무기 쏠림은 전투기뿐 아닙니다. 액수로만 따지면 90%를 미국에서 사들이고 있죠. 기술 이전은 미미하고 품질 시비도 심심하면 터져 나와도 말입니다.

이 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여럿이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주술은 한·미동맹입니다. 미군과 전략적 공조를 이루어야 하니 미국 무기를 쓰는 게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다른 미 동맹국은 그렇지 않은데 왜 한국만 그럴까.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말이 동맹이지 한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질질 끌려다니는 게 현실입니다. 군사를 부리는 권한은 한 국가의 고유 권한이자 국가라는 개념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전권은 이미 1950년 미국으로 넘겼고 전쟁이 끝나도 찾아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1994년, 겨우 반만 돌려받았죠. 하지만 전쟁이 나면 한국군은 아직도 미군 지휘를 받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논란에도 미국 무기를 묵묵히 사대고,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조용히 내보내는 게 오히려 당연하죠. 온전한 국가는 아닌 셈입니다.

그래서 트럼프의 승인 논란이 더욱 씁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거푸 강조했습니다. 트럼프의 평소 태도를 보면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난리가 났죠. 그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한편에서는 미국 심기를 건드렸다며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발언은 외교적 결례지만,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며 화살을 미국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로 돌렸죠. 한국당 의원들은 비슷한 성토를 토해냈습니다. 보수당이라면 한 나라의 전통과 민족주의를 중요시하는 게 보통이죠. 그런 정당이라면 성조기를 흔드는 대신 트럼프 발언에 분노를 표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그 정체성이 극우와 종미 사이를 오가니 그런 반응이 무리였다고 할까요.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승인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데 초점을 모았습니다. “부적절했다”(심재권 의원), “적절치 않다”(송영길 의원). 정의당 대표 이정미 의원은 “국민에 대한 모욕” “외교적 갑질”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죠. 하지만 이들도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아무도 미국이 한국 외교, 군사, 안보에 비정상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을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에 대한 모욕은 트럼프가 어떤 단어를 써서가 아니라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현실임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습니다. 그 현실을 바꾸려 시도조차 않는 자신들 행태가 더 큰 모독임을 감히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문제든 해결의 시작은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의 꼬인 외교를 푸는 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주권국가라면 할 수 있는 게 우리에겐 너무 모자란, 차가운 현실이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사태를 바닥으로 몰고 간 것도, 그것 말고는 별로 할 게 없어서인 측면이 크죠. 사태를 호전시킬 방도가 마땅치 않으니 호통치고 겁박할 수밖에요. 그만큼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 전력투구입니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 노력에 행운이 곁들여져 결실이 하루빨리 나길 고대합니다. 그래서 정상 국가로 한 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 걸음에 딴지를 거는 목소리가 한국 안에서만큼은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선옥 작가, '나의 아저씨'가 여혐이라고?

이선옥 작가의 식견이 잘 들어나는 팟방입니다. 정치적 올바름, (작가가 PC주의, politically correct ism로 부르는)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를 휘두르는, 지적 폭력을 진단합니다. 내가 옳다는 확신으로 어떤 타협도 거부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는, 이를 지적만해도 적으로 돌리고 처단하는 이 폭력에 맞서기가 쉽지 않죠.



저도 최근 '나의 아저씨'를 울고 웃으며 보다 그 논란을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의아했습니다. 이게 여혐이라니?!! 도데체 뭘 보고? 여러 폐단이 있지만 이 폭력은 오히려 사람들을 지치게해 더 극단적 선택을 하게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트럼프 당선이 예라는 지적에도 상당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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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태가 나면 이들의 도덕적 우월감은 더더욱 강고해지고, 어떤 면에선 더 신나할 가능성도 있죠. 그럼 이들의 지적 자위행위더 더 강고해질 수 있습니다. 사회는 더 양분화되고 토론과 합의는 자리를 잃을겁니다.

가치의 진보를 멈출 수는 없지만 그 가치를 담을 그릇마저 깨부셔야 되겠습니까. 부시고 다시 만들자고 할지도 모르겠군요..



Friday, September 21, 2018

[세상읽기]콜롬비아의 복병, 한국의 복병

경향신문 (2018.09.20)

한국에서 콜롬비아는 커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남미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지난 6월 OECD에 37번째 가입했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물론 그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성장은 2016년 오랜 내전을 끝내고서야 가능했습니다. 내전은 폭력과 심해지는 빈부격차로 신음하던 농민들이 자위대를 구성하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초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으로 성장했죠. 길고 긴 내전이 이어졌고 20만명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휴전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무장해제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당연한 요구였지만 반군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무력은 이들을 정부가 심각하게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대로 만든 바로 그것이니까요. 무력해제 후 정부가 말을 바꿀 수 있으니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요.

콜롬비아의 산토스 정부는 혁명군에게 공간과 시간을 내줬습니다. 여기서 반군은 제한적 활동을 이어가며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동시에 반군이 콜롬비아 사회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졌죠. 이런 점진적 방식 덕에 2016년 평화협정이 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산토스 대통령의 후임자인 두케 대통령이었죠. 평화협상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대통령이 되자 옛 혁명군들은 들썩이기 시작했죠. 전 혁명군 지도자 몇몇은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전의 기운이 다시 꿈틀대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사정도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아주 다르지 않습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북한도 핵무기를 쉽게 내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는 이유가 북한 핵무기가 이제 미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그러니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북한은 대화 상대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핵화 이후의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요? 불안할 수밖에요. 협상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산토스 정부가 그랬듯이, 미국과 한국도 북한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을 줘야죠. 북한은 단계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한국과 미국도 이에 맞는 조치를 하나씩 취해나가야 합니다. 비핵화 이후에도 우리가 공존의 길을 함께 걸으리라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의미가 깊습니다.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다방면 협력 강화 조치와 비무장지대의 확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해상기동훈련 중지 등 군사 부문의 협약 모두 북한의 염려를 덜 수 있는 중요한 기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병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바로 자유한국당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에 발맞춰왔습니다. 평화와 안정보다는 북한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왔죠. 긴장 고조는 2017년 한반도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반북 멸공 이데올로기를 태생적 근간으로 하는 이들로서 사태 해결보다는 극한 대결을 추구한 결과였죠.

촛불정국에 꿇은 무릎도 잠시, 이들은 다시 2018년 평화 분위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 판문점 회담 당시 당대표는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적은 것” 등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속내를 내보였죠. 원내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도 단칼에 거절했고 이번에는 “평양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며 억지와 심술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답은 뻔합니다. 남북 인민이 다 같이 환영하는 오늘의 성과가 개성공단 닫히듯 황당하게 사라질 테죠. 우리는 다시 전쟁 위협과 외세 놀음에 휘둘리게 될 겁니다. 촛불혁명에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니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당장 항의 편지라도 써야 합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2020년 4월15일. 앞으로 570여일 남았습니다.

Wednesday, August 29,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8 - Secret City 와 Happy Valley

최근 참 다른 두 드라마를 재밌게 봤습니다.

먼저 Secret City (프랑스어 광고)는 호주 드라마로 수도 캔버라에서 벌어지는 정치/스릴러 물입니다. 정치부 기자가 시체를 건지는 장면을 우연히 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이 사건에 정보기관과 정부가 끼여들고 게다가 중국 공작기관도 등장하면서 스케일이 점점 커집니다. 뭐랄까요 그런 면에서 좀 전형적인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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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주인공 기자(안나 토르 분: Mindhunter라는 미국드라마에서 아주 차갑고 이성적인 범죄심리학 전문가로 등장합니다), 야심찬 장관, 중국 보스 등 (사진에 보이듯) 주요 인물이 모두 여자인 점이 눈에 띄였죠. 더군다나 여성으로 성전환한, 주인공의 전 남편인 정보분석관 까지 등장합니다. 뭐랄까요.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있는 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훌륭한 쇼였습니다. 연기도, 가 본적 없는 낯선, 아름다운 도시도 볼 만했습니다. 게다가 태평양, 특히 호주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을 반영한 면에서도 흥미로왔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살짝 아쉬운 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국회 보좌관으로 등장하는 시즌 투가 안 기다려진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이어 본 드라마는 Happy Valley. 영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룹니다. 별 생각없이 홧김에 시작한 범죄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구성은 명작 Fargo랑 굉장히 비슷합니다 (교훈: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 없다; 그럼 다 잘 살게). 덕분에 이른 나이에 할머니가 된, 몸도 잘 듣지 않는 경찰의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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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은 아픔과, 손자, 가족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저 나오면서 우울증도 심각해지는 모습에 너무너무 공감이 가게 됩니다. 너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Happy Valley죠.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면서 주인공은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 미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세상에 그렇게 가슴 아프고 괴로운 일이, 일상이 없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일상을 견디며 살고. 또 그렇게 넘기고. 그게 사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래도 Happy Valley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되는 따뜻한 드라마입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Friday, August 24, 2018

[세상읽기]미래는 이미 도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경향신문 (2018.08.23)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말레이시아 프로축구리그의 이름입니다. 2017년 통계를 보면 총관중이 87만2108명이었습니다. 경기당 평균 6607명이 관람한 셈이죠. 2014년부터 우승을 휩쓸어온 조호르 다룰 탁짐(JDT)의 수치를 보면 작년 총관중이 18만7557명으로 경기당 1만7051명의 관중을 불러모았습니다. 비슷한 팀이 한국에도 있습니다. FC서울로 총관중 수 31만61명, 경기당 평균 1만6319명이었죠. 흥행이 비슷하다 싶지만 속사정은 너무 다릅니다.

서울 인구는 990만명, 수도권까지 합치면 2500만명입니다. JDT의 근거지 조호르바루 인구는 160만명, 조호르주는 300만명 정도입니다. 광역인구를 비교해 보면 서울이 8배 큰 셈이죠. 한국과 말레이시아 축구 열기가 비슷하다면 서울 평균 관중 수가 지금의 8배여야 맞습니다. 즉 13만명이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한국 축구 열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반대로 말레이시아의 축구 열기를 상상해 볼 수 있죠. 한국대표팀이 말레이시아에 진 것이 놀랍지만 예상할 수 있었던 미래가 온 셈이죠.

사실 텅 빈 축구장과 꽉 찬 골프장을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점입니다. 축구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축구 관중 수가 급감하는 것이 이상할 게 하나 없죠. 오히려 이상한 것은 축구 열기입니다. 월드컵 때만 되면 광장이 들어차고 ‘치맥’이 동이 납니다. 평소에 축구에 전혀 관심 없고, 심지어 규칙도 모르는 이조차 온몸을 빨갛게 물들이고 소리를 지릅니다. 축구에 대한 애정은 이미 식었으니 그 열기의 뿌리는 아마도 축구는 아닐 테죠.

이는 민족주의입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동질감,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다는 우월감을 근간으로 하는 민족주의가 그 뿌리입니다. 일제 치하에서는 긍정적 에너지였을지 모르지만 21세기 한국에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민족주의는 우리가 특별하다는 환상을 만들어주는 증거를 필요로 합니다. 양궁, 태권도, 한글, 김치, 첨성대, 직지심체요절, 삼성. 세계 최고, 동양 최고라는 자부심에 감격합니다. 사실 세계 어디를 가도 자랑스러운 유물과 전통 없는 나라는 없죠. 다들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즉 아무도 최고는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은 중요치 않죠.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고인 것만 자랑스러워할 뿐 그 배경인 고려말 불교의 망국적 행태는 논하지 않습니다. 당시 구시대의 유물이었던 직지심체요절과는 반대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유럽 전체의 사회적, 정치적 변혁을 일으켰죠. 하지만 ‘우리가 더 빨랐다’는 데에만 만족해할 뿐입니다.

민족주의는 남을 비하해서 우월감을 충족시켜주기도 합니다. 똑같은 동포라도 미국에서 오면 교포고, 중국에서 오면 조선족이 됩니다.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인이 아니면 누구라도 낮게 보죠. 심지어 미국인도 흑인은 ‘깜둥이’라고 비하해 부릅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는 무자비합니다. 선장은 선원을 바다에 빠뜨리고, 농장주는 노동자 가슴팍에 니킥을 날립니다. 성추행도 다반사고, 다치면 버려집니다. 휴일·휴식도 제때 보장하지 않고 임금체불도 흔하죠. 심지어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권력기관에 의한 폭행과 불법감금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가게에서 나가라고 고함치기도 하고, ‘쟤들은 뭐야’라는 빈정거림은 너무나 일상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집단을 향한 공공연한 증오발언·폭행 등 이른바 혐오범죄를 규제할 법조차 없습니다. 상식과 인권의 차원은 물론 실질적 이유에서도 이래서는 안됩니다. 2013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25만여명. 매해 2만건이 넘는 국제결혼으로 2017년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의 비중은 7.7%. 다문화 학생은 2017년 10만명을 돌파해 5년 사이 2배 증가. 이런 수치만 보더라도 한국은 이민자 없이는 지탱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고갈도 마찬가지죠.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근본적 해결책은 젊은 노동력의 증가이고, 여기에 이민 문호 확대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이민 확대, 이민자 보호, 전반적 노동권 확대 등 정부가 할 일이 산적합니다. 게다가 민족주의적 반대와 두려움과도 다퉈야 할 겁니다. 정책을 마련하고 사회 인식을 바꾸는 노력에도 공을 들여야 하죠. 비정부기관의 활동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국민연금 위기 같은 근본적 위기가 폭발할 한국의 미래는 이미 문 앞에 와있으니까요.

Saturday, August 18,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7 - The Break 그리고 The Forest

우연히 프랑스어로 된 작품을 연이어 보았습니다

The Break (La Trêve) 는 처음 보는 벨기에 작품 (최근 뜨고 있는 벨기에 티브이 시리즈를 다룬 가디언 기사: 시장이 작고 그나마도 여러 언어를 쓰는 사정으로 제한이 많았는데 오히려 그런 점을 독특한 색깔로 승화시켰다는 지적) 이였죠.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보통 시리즈를 보면 형사가 용의자를 찾고 막 추적하다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죠. 반전의 묘미인데요. 이 작품에서는 거의 매 회 그런 반전이 이루어 집니다. 중반 이후로 가면서 이거 어떻게 수습을 하려나 걱정이 될 정도였죠. 조그마한 마을 하나가 다 탈탈 털리는 지경이 되니까요.

아프리카 난민인 희생자가 백인 마을에서 겪는 일을 통해 사회적 모습도 조용히 들어납니다. 하지만 전형적이지는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두 가지가 눈에 띄는데요. 하나는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전 회가 끝날 무렵에 강조된 인물의 꿈이나 환상으로 시작하죠. 거기선 늘 희생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죄책감이 들어나면서 희생자와 어떤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죠. 어? 이사람도? 이런 생각이 들며 흥미를 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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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주인공 형사의 번민입니다. 개인적으로 형사의 내적 갈등이 들어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선악이 딱 구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정말 딱할 정도로 망가지는 형사를 봅니다. 그 고통이 주인공 얼굴에 잘 들어나죠.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가리는 무뚝뚝함으로 마지막에는 터져나오는 고통을 수습해보려는 절규로요. 그 연기(Yoann Blanc: 위키페이지도 제대로 없는, 미국에선 무명인)가 참 인상적입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The Forest (La Forêt)는 벨기에 국경의 프랑스 시골을 배경으로 합니다. 작품 자체는 뭐랄까 그냥 평균작이랄까요. 그런데 이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게 있는데요. 한 등장 인물입니다. 선생님(Alexia Barlier 분)이 등장하는데 범인도 아니고 희생자도 아니고 목격자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참 애매한 위치에 있죠. 그런데 뭔가 있다는 느낌을 처음부터 지울수가 없는, 참 특이한 인물입니다. 은근히 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새롭고 인상적이였죠. 묘하게 매력적인 그 인물이 어떤 과거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한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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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ugust 7, 2018

범죄 드라마 리뷰 6 - The Sinner

아주 신선한 드라마를 봤습니다, <The Sinner>. 보통 범죄 드라마는 누가 범인이냐를 놓고 이야기가 펼쳐지죠. 이 드라마에서는 전혀 아닙니다. 첫회, 시작하자마자 누가 범인인지 다 까발립니다. 전혀 여지가 없죠. 시청자 뿐 아니라, 극중에서도 비슷합니다. 살인은 강가 공원에서 사람들이 보는 대낮에 일어납니다. 범인도 자기가 했음을 곧 인정하고요.

문제는 범인도 동기를 모른다는 것이죠. 평범한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들과 수영하러 와서, 아들에게 사과를 깍아주던 채로 갑자기 그 과도로 사람을 죽입니다. 왜?

제목과 첫회에서 곧 들어나듯 종교가 한 몫을 했겠다 싶은 느낌도 들죠. 하지만 충분하지 못합니다. 궁금하죠.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시즌으로 끝나는 형태고 이야기의 전개도 빠릅니다. 너무 산만하지도 않아서 즐기기에 딱입니다. 여자 주인공 Jessica Biel는 좀 낯설더군요. 그런데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하던지! 알고보니 이 쇼의 제작자이기도!!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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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도 참 특이합니다. 결혼의 괴로움과 이를 달래는 방법이 참 ... 독특하죠. 감정이 얼굴에 잘 들어나는 좋은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시즌 2가 방송을 막 시작했으니 어디 뜰러면 한참 기다려야 할듯 합니다 ㅜㅜ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