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29, 2020

범죄 드라마 리뷰/추천 22 - "In the Dark" 그리고 "A Confession"

  <In the Dark>

영국BBC의 2017년 작으로 네편의 짧은 시리즈입니다. 처음 두 에피소드에 한 사건이 해결이됐습니다. 그래서 아, 두 에피소드에 한 사건씩 가는 식인가보다 했죠. 완전히 틀린 추측은 아니었지만 온전히 맞지도 않았죠. 에피소드 3,4에서 새로운 사건이 나고 그게 해결은 됐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주인공 형사였습니다. 결국 한 시즌의 두 사건을 통해서 그 형사의 삶과 고통이 그려진다고 하는게 맞겠습니다. 



형사물에서 형사는 주인공이지만 시청자와 비슷합니다.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면에서 시청자와 입장이 비슷하죠. 사건의 진면목이 들어나고, 피해자와 범인의 사정을 알아가면서 괴로와하거나 하는 면에서 시청자의 대리인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에 형사의 내면을 나타내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즉 범인을 쫏기만 하는 적극적이지만 수동적 역을 넘어 자기 스토리를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거죠. 자기나 너무 많이 나오면 형사물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고, 형사 이야기가 너무 없으면 좀 평범해 집니다. 이 균형을 잘 맞는 작품이 전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아주 잘 됐습니다. 형사의 이야기가 조금 나오며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점점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마지막에는 이 주인공의 이야기가 사실은 중심이었음을 알게돼죠. 하지만 과하지도 않습니다.  

 네 개의 에피소드로는 조금 이야기를 덜 풀어낸 느낌이 나서 살짝 아쉽기는 합니다. 상을 받고 요란한 칭찬 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A Confession>

형사의 모습이 들어난, 그래서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는 면으로 이 작품은 밀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가 끌고가는 힘이 보통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물론 한국에도 (The Hobbit, Sherlock, Fargo 등을 통해) 익숙한 마틴프리먼이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두 피해자 가족의 엄마들 역을 한 두 배우의 공이 더 크다고 할까요. Siobhan Finneran과 Imelda Staunton 모두 연기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특히 후자는 해리포터를 영화로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였죠. 덕분에 사건, 범인 체포,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 법정 다툼 등 사건의 전체적 모습을 잘 담았습니다. 


2019년 영국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가 일찍부터 주목 받은 이유는 이런 화려한 배우들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있었던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덕도 있죠. 사건도 끔찍했고 논란도 많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드라마는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악한 놈은 이유없이 악하다. 경찰은 최선을 다한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법적 제약으로 손발이 묶여있다. 피해자 가족은 모든 것을 잃었다. 이런 전형적 전개여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Sunday, October 11, 2020

범죄 드라마 리뷰/추천 21 - Bay

 <Bay>

영국ITV의 2019년 작품을 소개합니다. 해변가 아름다운 마을에 쌍둥이 남매가 사라지면서 드라마가 시작합니다. 음 사실 시작은 남녀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짧은 만남을 가지면서죠. 그 남녀가 형사와 피해자 아버지로 다시 만나며 이야기가 꼬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정의 비밀이 하나 둘 들어나죠. 하지만 이 비밀이라는게 뭐 거대한게 아니고 누구나 살면서 맞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특히나 등장인물과 비슷한 나이또래를 가진 부모(필자를 포함)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할 것들이죠. 물론 실종과 사망은 부모들이 가질 최악의 악몽이긴 합니다. 



그 비밀들이 평범한 것들이어서 보는 내내 공감이 갔고 그만큼 안타깝고 괴로왔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십대들의 삶을 보며 나도 참 힘들게 보냈구나 싶었습니다. 부모가 된지 오래고 부모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며 청소년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괴로왔는지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게 아닌가 합니다. 일상의 고마움을 돌이켜보게 되는 드라마였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배경도 아름답습니다. 연기도 뛰어나고요. 특히 형사의 딸역을 한 Imogen King은 아직은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아무 내용도 없는 어리고 무명의 배우이지만 곧 어느 큰 영화에서 보리라 확신합니다. 연기도 안정적이고 저음 목소리가 꽤 특색있고 매력적입니다. 

시즌 2도 곧 촬영한다니 기대가 되네요.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Thursday, October 8, 2020

미국 정치 이야기 #7, 권위주의의 그림자

 11월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10% 가량 앞서고 있고 선거의 판을 가를 경합주의 대부분이 아닌 전부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이는 TV토론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토론을 완전히 망치고, 트럼프 본인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둑이 터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는 공화당 텃밭마저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조지아에서 바이든이 근소하게 앞서고, 텍사스에서도 동률입니다. 텍사스를 내어주면 역사적 선거가 될겁니다. 바이든의 승리가 아니라 앞도적 승리도 가능하죠. 

물론 2016년에도 전문가들이 이런 소리를 하다 큰 코 다쳤죠. 그래서 이번에는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저번만한 예측의 오류가 있다는 가정을 해도 바이든이 앞서고 있습니다. 코로나사태가 끝날 기미가 없고, 경제도 불안합니다. 그럴수록 트럼프의 언행도 더할수 없이 상스럽고 위협적이 되가고 있죠. 막 던지다 하나 걸려라는 식인데 그럴 수록 대중은 더 차가와지고 있습니다. 파국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선거 패배로만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트럼프는 갑니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말이죠. 하지만 트럼프가 바꿔놓은 정치지형은 한동안 지속될겁니다. 그는 극우를 정치무대 한가운데 올려놓았습니다. 그들이 쉽게 내려갈 턱이 없죠. 이들을 이용해 정치적 성공을 맛본 정치인들중 누군가는 트럼프 행태를 이어갈겁니다. 극단적이고 황당한 음모론자도 공화당 티켓을 땄죠. 아마 의회에 진출할 겁니다. 기존의 정치인들도 극우에 놀아나고 있죠. 

극우의 성장은 장외에서도 큰 골치거리입니다. 인권운동을 견제하기 위해 무장을 한채 거리를 활보하고 대통령과 경찰은 이들을 환영했습니다. 이런 무리 중 하나는 심지어 미시건주지사를 납치하려다 체포됐죠. 이들은 스스로 극우로 보지 않습니다. 상인들의 재산과 공공의 안녕을 지킨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죠. 이들의 의도가 무엇이건 그 결과는 뻔합니다. 국내정치의 혼란은 가중되고, 극우의 정치공간만 넓어지고 있죠. 

한국의 정치깡패, 무장집단들은 이승만을 도왔고 정치퇴행을 가져왔습니다. 공공연한 위협과 폭행 뿐 아니라 암살도 서슴치 않았죠. 서청처럼 대규모 군사작전에 참여해 학살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 여파는 작지만 아직도 느껴집니다. 

트럼프가 저질러 놓은 정치만행덕에 미국은 시험에 들었습니다. 11월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치워야할 똥이 너무 많고 그 악취는 너무 독합니다. 바이든 정부가 과연 얼마만큼 치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양분된 미국사회가 그 노력에 과연 동참할까요. 트럼프를 아직도 지지하는 40%의 유권자들은 이를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청소에 적극적이지 않을테죠. 그래서 그 그늘은 아주 길고 굉장히 어두울 듯 합니다. 트럼프가 보여준 것은 스스로의 기행뿐만 아니라 그 기행의 무대인 어두운 미국 사회의 맨얼굴이었습니다. 

Wednesday, September 30, 2020

범죄 드라마 리뷰/추천 20 - Young Wallander, Informer, Tunnel

 <Young Wallander>

<Wallander>은 대표적 유럽 형사물 중 하나로 영국, 스웨덴에서 각각 만들만큼 좋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젊은 왈렌더가 나왔죠. 어찌나 반가왔던지. 그런데 보면서 좀 헷갈렸습니다. 제목을 보면 당연히 주인공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리라 생각했죠. 젊고 초보 형사로 이름도 같지만 시대는 오늘 현대였습니다. 그 형사의 옛모습은 아닌 셈이죠. 하지만 그의 환생 정도로 봐도 될 듯합니다 (감독이 불교?). 여기에 실망한 비평가도 있지만 전 상관없던데요. 어짜피 허구의 인물인데 말이죠. 약간 어색하면서, 차갑지만 사건에의 열정은 깊은 그 모습 그대로라 좋았습니다. 

게다가 스토리도 스웨덴이라는 복지천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삶과 엮어지면서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나는 편견이 없을까. 있어도 고칠 수 있을까, 내내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범인을 알겠다 싶은 순간 뒤통수를 탁 치는 반전 덕에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사족: 이 포스터 뒤로 보이는 건물은 스웨덴의 말모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드라마 배경이죠. 하지만 이 도시는 사실 맨 밑에서 리뷰한 터널의 원작, 브릿지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보면 생소한 이 도시 이름을 알 수 밖에 없게 됩니다 ^^ )


<Informer>

이민자의 애환을 직접 다룬 작품입니다. 서구 형사물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소재죠. 그만큼 인민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할겁니다. 이 작품은 형사가 아닌 이민자 가족의 입장에서 사건을 따라갑니다. 엄마의 여권을 위해 형사의 끄나풀이 되면서 감당하기 힘든 범죄의 구렁텅이로 점점 더 빠집니다. 딱 봐도 끝이 좋을 수 없겠다 싶죠. 끝이 안 좋긴 한데, 뭐랄까, 참 슬프고 찝찝한. 그래서 더 현실감이 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 애정이 갈 수 밖에 없는 캐릭터 등, 즐기며 보기 딱 좋습니다.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Tunnel>

<Bridge>라는 걸출한 원작의 영국/프랑스 리메이크입니다.  저도 리뷰를 했었죠. 골수팬을 거느린 최고의 형사물입니다. 두 나라를 잇는 지점의 다리에서 벌어지는 범죄, 그래서 두 나라 형사가 공조를 나선다. 이런 신선한 아이디어가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판도 나왔었습니다. 미국, 멕시코 국경을 배경으로요. 

이 작품에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있는 터널을 그 배경으로 합니다. 원작을 워낙 좋아했었어서 별 관심을 안 가지다 보게됐죠.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두 인물입니다. 영국측의 중년 아저씨, 프랑스 측의 젊은 여자. 원작과 비슷한 설정이죠. 인물을 살린 연기로 원작을 능가한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남자형사의 재구성은 훌륭했습니다. 여주인공은 어디선가 본 듯 했는데 알고보니 해리포터에서 나왔더군요. 타학교 방문학생중 미녀 역으로 나왔었습니다. 성격 장애가 있는 인물을 잘 그렸습니다. 두 인물, 안 좋아할 수 없게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여주인공인 포르세 타는 것도 원작 설정 그대로! 

하지만 칭찬은 여기서 마쳐야 할 듯 합니다. 세 시즌으로 완결됐는데, 시즌1은 원작과 너무 비슷. 2는 좋습니다. 스토리도 신선하고 조연들도 훌륭합니다. 살짝이지만 강렬한 러브라인도 아주 흥미롭고요. 그러다 시즌3은 완전 실망. 범죄의 동기도 신빙성이 떨어지고, 그 행위자체도 너무 말도 안 되고. 게다가 결말은 ... 어 정말. 약간 화나는. 좋은 배우들 데리고 망한 안타까운 드라마의 계보(시카고 타자기)에 넣어도 좋을 듯 합니다. 

 내 추천: (시즌 1, 2)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내 추천: (시즌 3)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Sunday, August 30, 2020

의사 파업에 관하여

의사들의 파업이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는 와중에 진행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자는 방침을 내놓았고. 의사협의회는 의사 수가 충분하다며 맞선다. 내 눈에는 밥그릇 지키기로 보이는데... 잘 모르니 알아보자. #계속알아보는중 #완성된글아님 

우선 정부안이 뭐길래 이 난리인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연간 의대 정원을 400명씩 늘려 의사 4000명을 추가로 배출한다. 400명 가운데 300명은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로, 50명은 감염내과·소아외과·역학조사관 같은 특수·전문 분야 의사로, 50명은 바이오·제약 등의 분야에서 활동할 의과학자로 양성한다. 지역의사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는 대신 해당 지역의 필수의료 분야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장학금을 환수한다."  <시사저널>"  

의사협의회 주장은 도데체 뭔가?


1번. 한의와 분쟁은 캐캐묵은 것. 애초에 소비자가 결정할 일. 소비자를 무시한 밥그릇 지키기로 시작한 분쟁이고 여전히 그런 느낌. 

2번. 의대 정원이 왜 지역격차를 더 크게 한다는 거지? 이해 안 감. 의사가 모자라니 채우자는 게 정부 기본적 발상. 난 맞다고 보는데... 의사 부족,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의사 부족하지 않데. 시골 가도 어르신들 5분 기다리면 화낸다고. 문제는 의사 얼굴 못 보는게 아니라 수술 등 큰 일 해결 못하는 것 아니었나? 

의사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 많다. 부족하니 말도 안되는 노동을 하는게 아닌가. 서울은 몰라도 지방은 더 하다 (MBC 뉴스데스크). 지방의 여건이 안 좋으니 의사가 가기 싫어하고, 그러다 보니 더 여건은 악화된다. (시사저널

국내 의사 수(2018)는 인구 천 명당 2.4명(한의사 포함)(OECD평균 3.5명), 의대 졸업자 수는 인구 십만 명당 7.5명(OECD평균 13.5명)으로 각각 37개 회원국 중 34위로 의사 수가 적은 것은 사실. <일차의료연구회 2020년 8월 29일>

오히려 사립 의료 시설 인원 충원에 중심이 놓여있나는 비판도 (참여연대). 

참여연대의 반론

[손대지마세요] 20200825_카드뉴스_의사 정원 확대 왜 반대할까


3번. 공공의대 좋은 것 아닌가? 지역 치적 만들기? 그건 정치인이 다 하는 것이니 그 자체를 욕할 수는 없다. 그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냐에 논점이 가야. 하지만 정작 이 실질적 반대 이유는 없다. 이유없이 싫다는 건데, 그럼 그 이유를 솔직히 말 못한다는 고백처럼 들림. 

공공의대 때문에 의료질이 떨어질거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 있으면 좋겠는데. 

의사들 설명: A. 공공병원은 질이 떨어지는 의사를 배출할 것; B. 대신 의사의 이기심을 자극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공병원이 아닌, 시장에 맡기자; 돈이 되면 환자를 많이 보니 적은 수의 의사로도 의료 접근성을 높힐 수 있다); C. 공공병원 나오면 거주 자유도 없이 죄수처럼 살게된다; D. 공공의대생이 충원하는 과는 일반의대출신들이 더 안갈것; E.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일부 과는 병원에서 돈이 안되서 자리를 안 만든다. 그러니 의사가 지원을 안 하는 것. 심지어 전문의도 피부과 등 다른 과로 간다. 즉 사람은 이미 있다는 소리. 방법은 수가를 높여 돈이 되게 하면된다. F. 의사 하나 만드는 게 공장 찍어내듯 되는게 아니다.   

A. 공공의대에 더 투자를 하면 되지, 만들지 말라고 할 것 아닌듯 B. 접근성이야 높아지겠지만, 많이 보느라 대충대충 보겠지 C. 80년대냐  D. 당신 밥그릇 걱정하는 소리지 병원 반대의 좋은 이유는 아닌듯 E. 수가를 높여 돈이 되게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돈 더 달라는 소리. 하지만 병원 자체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하면 더 좋은거 아냐? 공공병원을 대폭 확대하고 사립대, 공공의대 사람들 고용하면 되잖아. 공공병원 반대로 좋은 이유 아닌듯. F. 이건 좀 말이 되는듯. 근데 정말 좋은, 큰 공공의대 만들면 되는 거 아냐? 공공의대 반대로 부족. 

4번. 원격의료도 예전에 반대했다고 지금도 반대해야하는 것은 아닐텐데. 이유가 있으면 방향을 바꾸는게 맞고. 그 이유는?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게 파업할 만큼 큰 일은 아닌 듯 한데.      

의협이 의사들을 대표하기는 하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기억해야할 듯. 병원은 정부안 찬성. 파업 찬성 수는 극소수일 뿐. 

정부 정책을 너무 밀어부쳤나?

그런 감이 없지 않지만, 논의를 했었어도, 논의가 아닌 의사협의회 영향력 행사로, 로비로 끝나지 않았을까? 의사지, 의료행정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들의 의견은 사익 주장에 그치기 쉽다. (시사저널


의사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방침은 맞지만 보완할 점이 있는 것일까? 

오히려 공공성을 덜 강조한게 문제가 아닐까? 공공의대 뿐 아니라 공공병원도 더 짓고 여기에 투자를 집중하면 지금 의사들이 말하는 문제도 해결하고 의료접근성도 높힐 수 있을 듯. 


Tuesday, August 11, 2020

범죄 드라마 추천 19 - Hidden & Deadwater Fell

오랫만에 영국 드라마 두 편 리뷰. 

<Hidden
2018, 19, 이렇게 두 시즌이 나왔습니다. 원래 웨일즈 드라마였는데 비비씨에서 방영이 되면서 더 많은 시청자가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즐기는 요소가 다 있습니다. 아름답지만 무거운 풍경을 잘 잡았습니다. 등장 인물처럼 느껴지죠. 특히 범인의 집은 범인만큼의 역할이 있는 듯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스포일러는 푸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으니까요. 범인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깊게 파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짐작할 정도만 말해주죠. 사건이 나고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가에 더 촛점이 맞춰저있습니다. 그래서 깊이 있지만 더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스토리 텔링 또한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가는 인물들이 여럿 나옵니다. 범인쪽, 형사쪽 모두에서 말이죠. 주인공 형사는 40을 바라보는 싱글로 도시에서 금방 귀향했습니다. 세 자매들간의 갈등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죠. 특히 이 둘째와 아빠와의 신뢰를 전 아름답게 봤습니다. 웨일즈 언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지 몰랐습니다. 영어와 웨일즈를 오고가는 묘한 문화를 즐기는 건 보너스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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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네 편의 미니시리즈 (2020). 데이비드 테넌트가 나와서 봤습니다. 역시 연기 잘 하더군요. 세 네개의 캐릭터를 섞어놓은 듯한 복잡한 연기. 감탄하며 봤죠. 죽음을 맞이한 가족과 그 이웃, 이렇게 두 가정의 깊숙한 내면을 아--주 무겁게 그립니다. 첫번째와는 다르게 범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심리드라마를 보는 느낌은 비슷합니다. 그 면에서 이 작품이 좀더 앞서다고 할까요. 하지만 형사물의 관점에서는 약간 떨어집니다 (애초에 형사물이 아니었을 수도). 범인의 동기가 마지막에 짧게 설명되는데 좀 설득이 덜 된 느낌... 
스코틀랜드의 강한 억양을 즐기며, 옛날 에딘버러에서 이게 영어인가 독일어인가 당황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Amazon.com: Watch Deadwater Fell - Series 1 | Prime Video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Friday, May 22, 2020

범죄 드라마 추천 18 -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한국 범죄드라마의 최고 수작.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먹힐만큼 발전했죠. 좋은 범죄드라마도 꽤 있습니다. 김혜수 주연 <시그널>은 시간여행(?)의 요소가 잘 섞여 독특한 재미를 줬죠. 조승우 주연 <비밀의 숲>도 범죄와 검찰이 얽히는 스토리를 잘 풀었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 검사, 독특한 캐릭터였죠. 최근 방영을 마친 <본대로 말하라>도 아쉬움(지나치게 잔인; 장갑좀껴)은 좀 있지만 괜찮았습니다. 천재 프로파일러, 한번 본 것은 그대로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형사, 이들을 이끄는 강렬한 여자 팀장, 캐릭터가 강렬했죠.
한국 범죄드라마는 본격 범죄 드라마가 아닌 뭔가 꼭 껴있는 (천재, 시간여행, 초능력) 한계가 있었습니다. 있을 법한 형사가 있을 법한 범죄를 다루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제껏 리뷰를 안 했었습니다.) 안타까웠죠. 티브이 드라마가 잘 발달했는데 왜 이럴까. 왜 정면도전을 못할까. 
아무도 모른다 : SBS

그러던 찰라, 봤습니다. <아무도 모른다>
차영진 팀장은 어릴적 상처가 있을 뿐, 보통 형사죠. 그 팀도 보통 형사들입니다. 적당히 질투도 하고, 의심도 하고, 열심히 일 하는 직장인. 이들 사이 가끔씩 나오는 유머는 긴장을 풀어줍니다. 하지만 지나치지 않죠. 경찰 뿐 아니라 범인도 과거가 있고 사정이 있었음을, 가볍지 않게 보여줍니다. 덕택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자연스레 끌어내죠. 형사들이 현장에서 장갑을 끼거나 그게 없으면 뭐라도 잡고 뒤지는 모습은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놓치는 점이었죠. 시점을 옮겨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처리도 세련됐습니다. 수십년전 과거 몇 달전, 몇 시간전 과거를 보여주며 흥미를 더했죠. 영국드라마에서 잘 볼 수 있는 기법이었습니다. 
김서형이 열연한 차영진 팀장은 보내기 아까운 인물이었습니다. 강하지만 슬픔과 분노도 쉽게 들어냈습니다. 뛰어난 리더십, 동료 둘을 구하는 무술실력 등등 시즌제로 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글과 같은 학교. 지옥과 같은 교회의 모습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설정이었습니다. 음악도 좋고 크레딧 처리도 좋았습니다. 
여러모로 잘 된 수작, 감사히 잘 봤습니다.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Saturday, September 14, 2019

범죄 드라마 추천 17 - Thirteen

2016년 BBC에서 방송된 Thirteen 은 독특합니다. 13년 전 사라졌던 소녀가 감금에서 탈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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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이런 사건이 가끔 보도됩니다. 그 자체도 끔찍하지만 다행이 탈출해도 그 뒤의 삶도 쉽지 않겠다 싶은 생각을 했죠. 이 드라마는 그 고통스런 과정을 조금이나마 보여줍니다. 모든 이들은 제 삶은 찾아가게된 세상, 갑자기 돌아온 이로서 혼란스러울 수 밖에요.

주인공은 주변인들의 관심과 미안해하는 마음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동시에 너무 외롭고 말이죠. 그래서 어찌 보면 이중적 모습을 보이지만 그게 더 안쓰럽죠. 이 조심스럽고 미묘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Jodie Comer는 딱 맞았습니다. 그녀의 말투, 묘한 표정, 강렬한 마스크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캐릭터의 복잡한 심정을 잘 그려냈죠. Killing Eve에서와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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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단 5회로 끝이 나서 범인의 등장과 결말이 너무 압축된 겁니다. 이 둘 사이의 대립을 좀 더 그려 한 두회 더 넣거나, 아니면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좀 더 처냈으면 좋았겠다 싶더군요.

내 추천: 꼭 봐 -- 재밌어*** -- 볼만 해 -- 그냥 그래

Wednesday, September 4, 2019

범죄 드라마 추천 16 - The Kettering Incident

The Kettering Incident, 일단 결론부터.

내 추천: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왜냐? 제가 형사물을 보다 대박 실망한 트라우마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형사물로 시작했다 괴물물로 확 뒤집힌 트라우마 (The Frankenstein Chronicles - 제목 보고 눈치 못챘냐). 또 하나는 시즌이 끝이 나는데 결론이 안 나, 걱정이 막 되,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 그러지, 근데 마지막회에서 끝이 막 안 나 (The Killing - 제목을 Neverending Story로 했어야).
근데 이 작품은 그걸 다 겸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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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작품으로 연기도 좋고, 숲의 마력도 흥미롭고, 풍경도 멋지고. 특히 주연 여배우의 서늘함은 꼭 옛날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느낌마저 들고. 뭔가 될듯 될듯 하다 안 된 느낌이 강렬.

시즌2가 만들다 말았다는 슬픈 전설까지.


Thursday, August 22, 2019

[세상읽기]국회의원 임기, 2년으로 줄이자

경향신문 2019.08.22

자식을 키우며 세상에 쉬운 일이 없음을 간절히 느낍니다. 김성태 의원도 아버지로서 마음고생이 많지 않았을까요. 딸은 취업은 고사하고 취업 준비도 잘 안된 듯합니다. 서류전형 탈락, 면접 최하위권 등의 성적을 보면 말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KT에 딸을 채용하도록 청탁했고, 그 결과 정규직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김성태 본인은 이를 검찰의 무리한 기소, 정치보복이라는 주장 등을 하며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최종 법적 판단을 기다려 봐야겠죠. 문제는 김성태가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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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46조는 국회의원의 청렴, 양심, 공익 추구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 책임이 단순히 도덕적인 것을 넘어 제도적, 정치적 근간임을 말해주는 것이죠. 공익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이고 사적일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개인이 더 이득을, 다른 누구는 손해를 보기는 합니다. 지역경제를 위해 도로를 건설해도 누구는 집값이 올라 이득을 챙기지만, 다른 누구는 소음과 먼지로 괴롭죠. 어떤 공공정책도 이런 양면성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의가 중요합니다. 전체를 위했다는 대의와 명분이 없으면 어떤 정책도 효과적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공익을, 대의를 추구한다는 대중의 신뢰는 민주사회 질서의 근본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갖는 ‘정치적’ 책임이 그만큼 엄중한 것이죠.

김성태는 그 정치적 책임을 저버린 셈이 됐습니다. 드러난 정황이 심각한 만큼 자리에서 물러나고 법적 다툼을 하는 게 맞죠. 하지만 눈물이 나오고 “피를 토할”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비슷한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당장 KT 채용 의혹만 봐도 다른 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의심을 받았습니다. 강원랜드 비리도 판박이 꼴이었죠. 채용비리뿐만도 아닙니다. 특활비를 줄였다지만 국회 예산을 빼돌리거나 주변에 몰아준 사례도 수없이 많습니다. 주식을 가진 회사를 위한 법안을 발의, 재산을 불리기도 하죠. 그렇다고 할 일은 제대로 하나요? 전 국민 앞에서 폭력과 폭행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파업마저 일삼습니다. 그사이 사회 곳곳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법안은 빛을 못 봤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도 제출된 지 100일이 되도록 버려져 있었죠.

반면 자기 목과 밥그릇 지키기에는 열심입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저지 폭행 조사를 원천무효, 정치공세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경찰 수사를 피하는 셈이죠. 이런 식의 방탄국회는 수도 없지만 개선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제 목에 방울 달기 싫은 겁니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국회는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서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을 뺐죠. 김영란 전 대법관 본인이 반쪽 법안이라고 꼬집은 이유입니다. 이를 올해 정부가 다시 추진하면서 ‘국회의원’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했지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회를 보고 있으면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하는 데 너무 익숙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다들 하니 나도 한다. 그래서 한 것뿐인데, 내가 누군데 처벌은 말도 안된다. 모두 이러는 사이 국회의원 질은 하향평준화됩니다. 게다가 시급한 현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국회가 신뢰도가 가장 낮은 국가사회기관 1등(올해 1.8%), 2등(2018년 2.4%)을 다투는 게 당연하죠. 국회의 정당성이 약해지면서 민주체제의 근간도 흔들립니다. 이런 자들이 만든 법에 믿음이 갈 턱이 없고, 지키자니 억울하고 벌 받아도 억울합니다. 특단의 조치를 위한 시민들의 지혜와 힘을 급히 모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돈 씀씀이도 줄이고 임기도 미국 하원처럼 2년으로 단축해야 합니다. 임기를 줄이는 게 당장 어려우면 4년에 한 번 있는 선거를 2년에 한 번씩, 의원 절반을 뽑는 것은 어떨까요. 공수처를 빨리 만들고 고위공직자들 죄는 일반인보다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민의를 듣고 법을 만드는 게, 거들먹거릴 일이 아닌 보통 업인 사회는 기다린다고 오는 것은 아닐 테지요.

Saturday, August 10, 2019

범죄 드라마 추천 15 - The Bridge (season 3 & 4)

드디어 다 봤습니다! The Bridge지난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죠. 이 작품으로 전 북구 형사물에 빠져들었습니다. 차갑고 파란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춥고 고독한 느낌, 머릿속 북유럽의 그것과 잘 어울렸습니다. 사건도 잔인하고 기괴해 더 그런 느낌을 들었습니다. 멋진 비주얼과 묘한 스토리 못지 않게 절 사로잡은 것은 주인공 Saga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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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엉뚱합니다. 좀 이상하다 싶었죠. 그 엉뚱함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셔츠를 훌러덩 벗어 던지고 갈아입죠. 새로 온 남자동료는 당황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 동요도 하지 않습니다. 저도 당황했죠. 이건 뭐지?

드라마 여기저기서 그녀의 자폐 스팩트럼 증상이 보입니다. 주로 남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것조차 인식 못하죠. 덕분에 주변 사람에게 실수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취조도중 애 엄마, 아빠 앞에서 이 애는 당신 애들이 아니다. 너희 둘 다 파란색 눈인데, 애는 브라운이다. 유전적으로 불가능하다. 덕분에 엄마가 바람핀게 드러나 난리가 났죠. 일상도 그렇습니다. 전화가 오건 어디건 그녀는 자신의 소속을 늘 밝힙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동료에게까지도 말이죠. 그럴 필요 없다는 동료의 핀잔에 왜 그런지 이해를 못하는 얼굴을 합니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 때 쯤 고백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감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죠. 저도 아차 싶었고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녀의 그런 실수(?)는 그녀의 순수함, 정직함에서 나옵니다. Saga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착한 거짓말, 둘러대는 말, 그런 것을 할 줄을 모릅니다. 그냥 다 사실대로 말하는거죠. 그게 당연한데 그런 자기를 비난하는 세상이 헷갈릴 수 밖에요. 그 비웃음과 비난은 거짓과 위선에 익숙한 스스로를 지키고자는 또다른 위선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순진함은 사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사건이 있고 해결하는게 당연하다. 그 단순함은 차가운 열정으로 나타나죠. 24시간 경찰이냐는 질문에도 당연하지않아는 듯, 왜 그런것을 물어보느냐는 듯 답하죠. 거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형사로서의 탁월한 능력도 더해집니다. 그 능력도 관습에 때묻지 않는 그녀의 마음에서 나오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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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녀가 시즌 3시즌 4에서 다른 동료를 만납니다. Saga의 능력과 순수함을 알아보고 사랑을 하게됩니다. 그녀의 마음도 움직이고요. 동시에 그녀의 마음을 그렇게 짓눌렀던 원인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죠. 그럴수록 극복할 산도 높아만지고요. 드라마 보면서 형사 하나를 이렇게까지 응원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녀가 잘 되기를, 모든 것을 극복하기를 너무너무 바라면서 한 회, 한 회를 봤습니다.

범죄 드라마이지만 사실 주인공의 성장기라고나 할까요. 그녀가 어떻게 됐을지, 어디서 무엇을 할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유럽을 가게되면 촬영지를 꼭 가보고 싶습니다.



내 추천: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Thursday, July 25, 2019

[세상읽기]참의원 선거가 보여준 세 가지 일본

경향신문 2019.07.25

지난주 어느 더운 오후 아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랑>을 골랐죠. 내친김에 다음날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키라>를 봤습니다. 한국뉴스에 아베 총리가 나와 한·일관계에 대해 설명을 해준 뒤였습니다. 한편으로 일본에 비판적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는 아빠의 모습에 아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식민지 역사 해석을 두고 시작한 갈등은 결국 양국 간 무역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정부 사이 거친 말이 오가고, 감정도 격해졌습니다. 덕분에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 한국 사회의 관심이 이례적으로 뜨거웠죠. 실권 있는 중의원 선거도 아니고, 일본 유권자의 참여도 시들했지만 말이죠. 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논의가 좀 덜 된 부분 세 가지만 돌아보겠습니다.

첫째, 무역분쟁 원인으로서의 선거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에칭가스 등 세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포문을 열었죠. 당황스러웠고 그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곧 그럴듯한 설명 하나가 나왔습니다. 바로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한국을 때려 반한 감정을 자극, 우파표 모아 의석 3분의 2를 차지, 평화헌법을 개헌해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 건설. 아베의 잘 알려진 숙원을 고려할 때 앞뒤가 딱 맞아 보였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선거용이었던 수출규제는 끝나야겠죠. 하지만 그럴 기미는 안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무역규제 뒤에 선거 말고 다른 그 무엇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그것에 대한 탐구와 토론이 당장 있어야겠죠. 그래야 더 명확한 사태 이해, 더 효과적 대응이 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기존의 주장이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일본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선거였습니다. 일본 사회는 획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은 집단에 희생하고 그 안에서 비슷하게 살려는 구심력이 강합니다. 태평양전쟁에서 보여준 전투력, 남을 배려하는 공공질서 준수, 외국인에 대한 차별 등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죠. 그 반작용일까요. 의외로 놀라울 정도의 다양성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말이죠.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는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후 당선됐습니다. 루게릭병을 앓는 후나고 야스히코, 뇌성마비 장애인인 기무라 에이코도 당선됐죠.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소수자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게 현대사회의 척도라면 이번 선거는 일본의 위상을 돋보이게 한 것이죠.

셋째, 일본 정치구조도 잘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일본 선거, 정당구조는 한국과 아주 다릅니다. 어디가 더 낫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죠. 하지만 눈에 확 띄는 장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입니다. 우리는 일본 공산당의 존재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7석을 얻어 13석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한 석 줄어들기는 했지만, 전체 의석의 5%를 차지하고 있죠. 중의원에서도 12석(전체의석의 2.5%)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침은 있지만, 공산당이 의석 획득에 실패한 경우는 전후 딱 한 번밖에 없습니다. 한국에는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유는 많지만, 그중 하나는 국가보안법 때문임에 이견이 없을 겁니다. 국가보안법의 모델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이었습니다. 공산주의, 민주주의 등에 맞서 ‘천황제’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대표적 악법이었죠. 전후 일본에서는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마저 일본이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죠.

결국 일본은 크고 복잡한 나라입니다. 아베 정부가 주요 세력이지만 거대 사회의 일부일 뿐이죠. 뜨거운 ‘전쟁’의 대상인 일본은 게이, 한인, 공산주의자, 평화주의자, 방탄소년단 팬 등을 포함합니다. 서방 경제 제재가 북한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 데서 볼 수 있듯, 경제 제재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수출규제도, 불매운동도 마찬가지죠. 유연한 사고와 깊은 성찰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성찰은 우리가 어떤 모습인가를 돌아보는 데도 미쳐야 합니다. 우리의 발전이 저들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니 말이죠.




Sunday, July 7, 2019

[세상읽기]‘무서운 중2’ 뺨치는 한국당

경향신문 (2019.06.27)

“밥 안 먹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별별 생떼를 다 듣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그렇게 사랑스럽던 아이는 떠나고 괴물이 눈을 비비며 마루로 나오죠. 이제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억지. 잘못은 전부 남의 탓. 귀찮다, 내버려 두라는 고함. 부모가 아닌 원수를 바라보는 눈빛. 잘못은 아이가 했지만, 그 애한테 미안하다는 말도 해야 합니다. 밥 안 먹겠다는 말은 실소마저 나오죠. 화나죠. 슬프고 답답합니다. 한심해 실망스럽기도 하죠. 배 속에 다시 넣고 싶기도 하고,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당황한 부모는 책도 읽고 강연도 듣습니다. 여러 조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하고 크게 새롭지도 않죠. 신뢰와 사랑도 보여주어야 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말라는 충고도 빠지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보면 딱 그런 사춘기 아이 같습니다. 생떼와 투정이 무서운 중2를 뺨치는 듯합니다. 국회 가출을 한 게 지난 4월. 거의 석 달이 다 되도록 아무 일도 안 하지만 목청과 기상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기 당 의원조차 설득시키지 못한 채 “소외정치, 야합의 정치로 제1야당을 찍어 내리려 한다면 이제 국회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민망함을 감추려 하고 있습니다. 민망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논란의 원인 제공도 자유한국당이 했기 때문이죠. 국회가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바로 그 패스트트랙을 막고자, 즉 국회를 멈추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폭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서 국회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되자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는 자기에게 불리할 선거법 개정을 막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좌파독재”라며 억지를 이어가고 있죠. 딱 사춘기 시작한 애들 꼴입니다.



 중앙일보 "대통령·국회의원도 수사 대상" 靑, 공수처법 홍보 정은혜 기자  - 중앙일보 2019.04.25. 21:29



아이들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버릴 수 없듯 자유한국당도 버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치의 엄연한 한 축이니까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오냐오냐하며 내버려 둘 수도 없죠. 애들처럼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대화가 필요합니다. 정치권 내의 대화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원내대표 간 합의는 좌초됐고 청와대 회동도 무산됐죠. 자유한국당에 다른 정당과 청와대는 행패의 대상일 뿐 대화 상대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니 유권자가 나서야 합니다. 유권자의 목소리는 선거개혁을 통해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은 충분치 않습니다. 비례대표의 의석수를 늘리고 비례성도 강화해야 합니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유권자 목소리를 대변할 여러 정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합니다. 4년에 한 번 있는 국회의원 선거도 2년에 한 번씩, 의원 절반을 뽑아야 합니다. 선거가 자주 있어야 유권자 눈치를 더 볼 테니까요. 중앙당 공천이란 구시대적 제도도 끝을 내야 합니다. 후보도 당원과 시민 손으로 뽑아야죠.

동시에 단호해야 합니다. 대화를 원치 않는 아이들을 붙잡고 사정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합니다. 규칙을 정했으면 지키라고 요구하고 어기면 벌도 내려야죠.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법은 그간 국회폭력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과 전통을 뻔뻔하게 파괴했습니다.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정치권의 고소·고발 사건은 엄격하게 판단하고 죄가 드러나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우습게 아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적폐를 놔두고 과거의 적폐청산은 불가능합니다. 힘, 돈, 연줄로 법 위에 군림한 이들을 끌어내려 우리와 같은 곳에 세워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갖가지 특권도 모두 공개하고 대폭 줄여야 합니다.

지난 몇 년 삼권분립의 두 축인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 개혁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그 시작조차 없었죠. 여기엔 자유한국당의 분탕질이 큰 몫을 했습니다. 이제 자유한국당이 사춘기 정치를 멈추고 성숙할 수 있도록 검찰, 법원, 유권자 모두가 힘을 합쳐 도와야겠습니다. 밥 안 먹겠다는 아이, 밥 주지 맙시다.

범죄 드라마 추천 14 - Ordeal By Innocence (2018)

Argyll 집안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드라마, Ordeal By Innocence. 아마존 프라임에서 봤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을 극화한 2018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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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리더인 어머니가 살해되고 아들 중 하나가 범인으로 잡히면서 비극은 시작돼죠. 하지만 비극이란게 어디 번개치듯 한번에 벌어지나요. 집안 모든 이들 마음에 숨어있던 각자의 비극이 조금씩 춤을 추듯 들어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크리스티의 손끝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반전을 즐기게 됩니다.

어느 형사물에서 한 형사가 말하죠. "살인 동기는 셋중 하나야. 사랑, 돈, 마약." 형사 드라마를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작품도 비슷합니다. 다만 식구가 다들 얽혀있다는게 특이하죠. 이 가족의 배경과 그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면서 가족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 형제, 피로 엮인 관계.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다라는 것을 점점 더 알게 됐죠. 피가 섞였어도 남보다 못할 수 있고, 혈육이 아니어도 누구보다 가까울 수 있다는 것. 혈육은 단지 특별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관계일 뿐인걸 말이죠.

집안의 일이고 식구 중 하나가 범이이다 보니 극은 거의 집에서 벌어집니다. 집 자체도 뭔가를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죠. 커다란 공간은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마지막 반전에 공간도 한 몫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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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은 1958년 작입니다. 핵무기로 전쟁을 끝내고 그 공포로 냉전을 잉태하던 시대죠. 그 공포가 뭍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로움과 분노, 억제와 욕망이 뒤엉킨 사람들을 잘 그려낸 배우들 모두 훌륭했습니다. 그 중 어머니 역을 했던 Anna Theodora Chancellor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도 나왔던)가 가장 눈에 들었습니다. 분량은 크지 않지만 나올 때 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긴장을 끌어올리는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Sunday, June 2, 2019

[세상읽기]‘공당 대표’ 황교안을 위한 기도

경향신문 (2019.05.30)

한 사람의 내면은 치열한 싸움 속에서 드러납니다. 그 싸움은 어딘가를 엄숙하게 향하기도 하죠.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던 고상돈이나 모두가 꺼리던 소록도를 향하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의 싸움이 그랬습니다. 때로는 무엇인가를 반대하기 위한 싸움도 합니다. 하얼빈 역에서 방아쇠를 당기던 안중근의 손길, 1987년 종로 한 골목길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소녀의 눈물, 뻔히 질 것을 알며 부산으로 내려가던 한 정치인의 발길에는 아무 말 없어도 그 사람의 진심이 보입니다. 그래서 자연히 고개를 숙이게 되죠.

황교안도 진심을 솔직히 드러냈습니다.

5월1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한다 …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며 교육을 통해 동성애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했죠. 정체성 이슈인 동성애를 선택의 문제로 본 그릇된 시각보다 그 배경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의 반대, 그의 싸움이 어디 있는가. 바로 성경입니다.

2017년 한 기독교 강연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놀랄 일은 아니죠. 황교안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50년 동안 주일 예배를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독실한 기독교 전도사입니다. 검사 시절에도 부임하는 곳마다 예배 모임을 만들어 ‘검찰 복음화’를 외쳤죠. 가난하고 공부도 못했던 자기가 관직에 오른 것도, 총리 시절 가뭄을 극복한 것도, 법안 통과도 예수 덕이라며 자기 믿음을 자랑했다죠. 다른 종교를 어떻게 보는지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한 절을 찾은 황교안은 합장도, 예법에 따른 반배도, 의식 참여도 거부했죠. 내 신만 정당하고 그의 가르침 그대로, 온전히 따르며 세상과의 타협을 반대한다는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시각을 기독교 근본주의라고 하죠.

어떤 종교건 근본주의가 활개를 칠 때는 정치적 이유가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 왕가처럼 권력을 유지하고 공고히 하는 데 쓰곤 하죠. 정부가 역할을 못하면 그 공백을 채우기도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그런 경우죠. 정책으로 승부가 안되니 종교를 동원해 표를 모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인도 모디 총리가 그랬고 미국의 공화당도 그랬습니다. 미국 공화당은 기독교 세력을 교묘하게 이용했습니다. 낙태, 동성애 등 가치 이슈를 들고나와 보수 기독교 표를 쓸어 모았죠. 덕택에 공화당은 부자 배를 불리는 경제정책을 내면서도 가난한 다수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 삶은 점점 힘들어지고 그럴수록 성서의 외침을 더 크게 틀어댔죠. 대립과 불신은 커갔습니다. 극단적 정파성은 최근 유례가 없을 정도로 깊어져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교활한 정치가 공화당 자기 발등마저 찍고 있습니다. 극우 정치에는 종교와 가치뿐 정책이 상관이 없죠. 그러다 보니 정책에 무지하고 목소리만 큰 사람이 활개를 칠 판을 깔아준 셈이 되었죠. 거기에 트럼프가 등장한 겁니다. 이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 공화당 주류를 다 삼켜버렸습니다. 하긴 공포정치와 전쟁도 벌어지는 마당에 이런 종교의 폐해는 얌전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문제는 심각합니다.

어떤 종교를 따르고 그 믿음이 근본주의적일지 아닐지 선택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교회가 아닌 공당의 대표라면 좀 생각해봐야겠죠. 황교안이, 자유한국당의 정책과 주장이 공익을 해치면서 자기 믿음만 따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당대표직을 맡은 지 두세달 만에 근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듯한 황교안의 행보가 걱정스럽습니다. 다른 종교를 무시하는 것과 다른 정치세력을 무시하는 것. 자기 신만 신이라는 환상과 좌파독재를 물리쳐야 한다는 환상. 과연 무관한 것일까요?

그냥 정치적 레토릭일 뿐 그의 종교적 신념과 아무 상관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주 고약한 길로 황교안은 향하고 있으니까요. 사상과 지역 갈등으로 찢긴 나라를 종교로 또 나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 일 없게 정화수 떠 놓고 간절히 기도라도 해야겠습니다.

Saturday, May 25, 2019

범죄 드라마 추천 13 - Unforgotten 시즌 1 (2015)

넷플릭스에서 범죄드라마를 찾지 점점 힘들어져 아마존을 둘러보는 순간. 눈에 딱 들어온 Unforgotten. 런던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오래된 살인사건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는 여러 질문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죄의 무게는 가벼워지나? 죄인이 다른 사람이 되면, 나중에 그 사람을 알게 됐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다르게 (죄인)으로 볼 것인가? 용서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다양한 답이 나옵니다. 긍정적 대답,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조금은 진부한 대답이 결론인듯한 인상도 줍니다. 하지만 꼭 그것 받아들일 필요는 없죠. 죄와 용서는 정말 힘든 주제인 듯 합니다. 죄 안 지은 사람이 없으니 더 그런게 아닐까요.     

좋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형사반장(?)으로 나오는 (너무나 매력적인) Nicola Walker 는 단연 이 드라마의 얼굴입니다. 주연으로서 극을 너무 잘 이끌어 가며 전체적 톤을 정합니다. 미묘한 감정의 변화도 너무 잘 그려내고요. (그녀가 조연으로 나왔던 다른 형사물 River 은 옛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 조용한 카리스마 형사역을 한 Sanjeev Bhaskar, 복잡한 심정의 목사역의 Bernard Hill (반지의 제왕에서 King Théoden역), 지칠대로 지친 용의자를 그린 Ruth Sheen  등등 저 많은, 좋은 배우들을 어떻게 다 모았나 싶은 생각이 보는 내내 들더군요.

게다가 등장인물의 깊이와 변화마저 그려냅니다. 여섯회 밖에 안 되는데 말이죠. 괜히 횟수만 늘리며 아무 발전이 없는 드라마들과 비교됩니다. 특히 이런 면에서 영국 드라마의 내공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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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찾고자 하는 결기가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느껴지는 점도 좋았습니다. 거기에는 피해자에 대한, 그리고 그 가족들에 대한 애정도 느껴졌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따뜻한 드라마라는 묘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살인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는 영국을 보며 한국의 여러 사건들이 떠오르며 씁쓸하기도 하고요.

내 추천: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Tuesday, May 14, 2019

범죄 드라마 리뷰 12 - Destroyer (2018)

니콜 키드먼의 디스트로이어. 주로 리뷰하는 티브이 형사물은 아니지만 한번 곱씹어 보고 싶네요. 키드먼은 외모와 사생활로 회자되곤 했습니다. 듀란듀란의 음악성이 외모에 가려진 듯, 키드먼도 연기가 좀 저평가되는 감이 있습니다. 영화 선택도 크게 도움을 준것 같지는 않고요. 출연작은 엄청 많지만, 대표작을 고르라면 딱히 좀 애매한 그런 느낌이 들죠.

이 영화가 그 대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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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한눈에도 지칠대로 지친 여형사를 마주합니다. 외모도 폭삭 늙어버렸고, 말도 겨우 이어가죠. 가족이라곤 하나 있는 딸도 완전 막 나가는 참 안쓰러운 형사. 그의 과거를 따라갑니다. 복수가 그려지고 그러면서 숨겨진 사정이 조금씩 밝혀지죠. 약간의 스마트한 반전이 있지만 무릎을 때릴 정도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매력은 키드먼이 그려내는 죄의식과 거기서 오는 고통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그러하듯 실수를 하죠. 큰 실수도 몇번 있습니다. 다행이도 보통 사람은 그래도 살아갑니다. 용서도 받고 잊기도 하죠. 보통 사람의 실수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니까요. 하지만 정말 용서하기 힘든 실수도 일어납니다. 그건 스스로 용서하기 힘든 실수죠. 그런 실수를 떠안고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어 스스로 내려놓고싶어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열연했던 영화 The Machinist 도 극단적 예를 잘 보여줬죠.

이 영화는 좀더 담담하게, 그 내면의 고통을 따라갑니다. 그런 절제된 표현이 (마지막 장면 포함) 매력입니다. 감정도, 음악도, 색깔도 조금 톤다운되서 조금 더 서글프다고 할까요.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한 인간이 나쁜 짓을 한 것일 뿐이다. 그런 사람이 뉘우치면 우리는 용서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꼭 봐/(난) 재밌어/볼만 해/그냥 그래

자기 십자가를 내려놓고 싶어 괴로워하는 사람을 봅니다. 견딜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죠.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공감하고 같이 슬퍼하기도 하죠. 

정반대의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이 다 그 죄를 알아도 나 혼자 뻔뻔히 떳떳한 사람.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모르는 사람. 이 세상이 오해한다는 신념과 언젠가 자기 결백을 알아주리라는 믿음. 정말 저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마음이 편할까 싶은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그 속을 알 수는 없죠.

다만 내가 그런 괴물이 안 되길 간절히 기도할 수 밖에요.

그리고

잘 되야겠죠. 그런 사람들 보란 듯이 잘 되서 비웃어 주면 좀 낫지 않을까요.

Thursday, May 9, 2019

책 <목호의 난: 1374 제주>

민족이란 틀에서 본 현실과 개인이 삶으로 겪은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개인의 삶은 아무리 아파도 쉽게 잊혀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거대담론이 채운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각색되고 잊혀진다. 그리고 남는 역사는 누구의 것인지.

고려인에게 '난'이었던 '오랑캐'의 삶과 싸움이 아름답게 그려진 책. 감사히 읽었다. 개인의 서사까지 담겨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해서 좋았다. 보았던 제주의 풍경도 생각나고. 그래서 더 마음이 짠하다.

제주는, 제주의 사람들은 어찌 이리 외지인의 발톱에 계속 뜯겨야 했는지. 안타깝다. 이재수의 난, 4-3항쟁. 이제는 경제/문화적 침공. 오키나와, 하와이, 대만. 비슷한 운명의 섬들도 생각나고.

꼭 한번 읽어 보시길.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180208430

경향의 책소개도 재미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 기자가 베네딕트 앤더슨을 언급한 것이 눈에 확 띄었다. 민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했던 책 의 저자.



Thursday, May 2, 2019

[세상읽기]죽은 제갈량 일화가 떠오르는 이유

경향신문 2019.05.02

<삼국지>를 보면 당대 최고의 재상 제갈량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죽은 제갈량이 적이자 최고의 라이벌이던 사마의를 쫓아낸 일화죠.

오랜만에 들른 광화문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한 건물에 걸린 독립운동가 초상화가 크기도 했지만 너무 현대적이고 세련됐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3·1운동과 임시정부 관련 행사가 많았습니다. 100주년이어서 그랬겠지만, 민간 행사뿐 아니라 정부 주도 포럼, 전시회, 기념회 등이 열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소녀상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황사처럼 전국을 강타했죠.

모든 사상은 한계를 갖습니다. 하지만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것은 한계가 더 도드라집니다. 정체성의 경계는 인위적이지만 결국 절대적이 되니까요. 민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민족’은 현대국가가 세워지며 생겼죠. 순수한 혈통은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민족주의에 환호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또한 역사에 기대는 사상이다 보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진보적 미래를 꿈꾸기에는 부족하죠.

그러니 정치판이 과거에 머무를수록 나은 미래를 기다리는 국민은 피곤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이 정부는 그릇된 과거를 타파하는 사명으로 출발했습니다. 그것에 집중하는 게 당연했죠. 덕분에 도덕적 우위를 점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옳고 저쪽은 적폐라는 구분은 그렇게 그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그어진 선은 정부를 옭아맸습니다. 적폐로 지목된 이들은 물러설 곳이 없었고, 배수진을 친 이들의 저항은 치열했죠. 과거에 대한 전투가 치열할 때 거리엔 촛불이 꺼졌습니다. 은행빚과 취업난이 그 거리를 채웠죠. 싸움이 힘들어질수록 쉬운 상대가 눈에 띄는 법. 100년 전 일본만큼 만만한 상대가 있을까요. 시선은 자꾸 과거로 가고 미래에서는 멀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가졌던 과거청산의 소명은 이제 그 유효기간이 지난 듯합니다. 박근혜와 주변 인물들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정치적 영역을 벗어난 셈이죠. 이제 정치에 충실할 때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첫째, 정치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총칼 없는 전쟁이죠. 갈등 당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논의하는 공적 장입니다. 상대가 좋건 싫건 말이죠. 싫다고 배척하는, 내가 옳다고 외면하는 순간 정치의 영역은 좁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갈등의 당사자들은 주먹과 칼에 기댈 수도 있죠. 둘째, 정치적 미래를 제시하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싸움을 과거로 몰아가도 판을 흔들어야 합니다. 불과 1년 전 평화가 있는 미래를 보여줬을 때 국민은 열광했죠. 남북평화가 중요한 미래이지만 그것뿐이라면 곤란합니다. 문재인 정부 탓만은 아니지만, 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쥐고 있습니다.

정치판에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고 그 판마저 좁아지면서 싸움은 국민 사이로 파고든 형국입니다. 정치적 논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적 공간이 허약해집니다. 분노와 무시당했다는 감정은 해소되지 않고 쌓이기 쉽죠. 이들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고함에 쉽게 동화해 정치세력화할 수 있습니다. 벌써 그런 세력이 있습니다. 바로 태극기부대죠. 오는 토요일이면 태극기집회는 122차에 접어듭니다. 그들은 열정과 확신이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배를 타고 옵니다. 부산에서,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옵니다. 매주 오는 이도 많습니다. 사비를 털어 시위용 트럭을, 동지들 먹일 식사를 준비합니다. 명확한 비전도 갖고 있습니다. 맨주먹으로 정당을 꾸렸다는 자부심도 강합니다. 하지만 공존을, 다양성을 강조하는 진보는 이들만큼은 철저하게 무시합니다. 무시당한 이들을 모아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죠. 브라질에서도, 독일에서도, 헝가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만 언제까지 예외일까요?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이 2일 현재 170만명에 육박한다니 걱정스럽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의 광기가 생각나는 것은 저뿐인가요? 대화와 설득은 좋아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 하는 겁니다. 하루빨리 정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미래에의 비전을 두고 싸워야 합니다.

죽은 박정희 손에 산 문재인이 실패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Thursday, April 4, 2019

[세상읽기]국회에서 뭉개진 ‘합리적 의심’

경향신문 2019.04.04 

청문회장, 의원들 말투는 거칠고 언성은 높습니다. 긴 연설과 장황한 훈계 사이로 질문과 답변은 고춧가루처럼 뿌려질 뿐이죠. 위장 전입, 논문 표절, 탈세,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등이 드러나면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잘 몰랐다, 배우자가 했다며 머리를 조아립니다. 공수는 바뀌지만, 내용은 같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욕하고 책임지라는 요구도 전형적입니다. 인재풀이 적다는 비판도 빠지질 않죠. 이렇게 식상한 연속극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청와대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그냥 한국 지도층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아닐까요.

문재인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명망과 전문성을 고루 갖췄다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의혹을 받았죠. 다운계약서 작성, 아파트 분양권 전매, 부동산 차명 거래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후보자는 처제 탓으로 돌렸고 송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막말 논란이 더해졌습니다. 한 예로 2016년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박근혜가 씹다 버린 껌”이라 했다고 논란이 됐죠.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문제 됐습니다. 이제 와서 북한 소행이라고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추궁이 있었습니다. “편향적 인식”, “친북주의자”, “북한 대변인”, “북한 통일전선부장 후보감” 등 야당 의원들의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김 후보자는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공격을 받아 침몰당했다는 것은 일관적인 입장이었다”고 해명했죠.

사실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침몰 직후부터 나왔던 의혹 중 시원하게 풀린 게 거의 없죠. 우선 북한 어뢰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는 정부 설명은 너무 미흡합니다. 배 밑에 긁힌 자국, 깨끗한 절단면, 생존자들에게 고막 파열, 화상 등이 전무한 점 등은 폭발이 있었다면 설명하기 힘듭니다. 정부가 제시한 증거도 미덥지 않습니다. 기껏 찾은, 유일한 증거인 어뢰추진체에는 그 유명한 ‘1번’이라는 글씨가 선명해 논란이 됐죠. 여기서 나온, 폭발 과정에서 생겼다는 알루미늄 산화물은 침전으로 생긴 알루미늄 수화물임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억지로 공개한 CCTV 화면도 조작이고, TOD 화면에 나온 물체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즉 어뢰폭발이 있었는지, 그 증거는 있는지, 다른 원인은 없었는지, 아무 대답도 없는 게 정부의 설명 아닌 설명인 겁니다.

북한 어뢰가 아니면 뭐라는 소리냐고 짜증 낼 수도 있지만, 그 답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아닌, 정부가 내놓아야 합니다. 정부가 설마 거짓말을 했겠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크고 작은 범죄를 돌아보면 이는 그냥 희망 사항일 뿐임을 쉽게 알 수 있죠. 그 반대입니다. 그 많은 거짓과 전횡을 언제 다 되돌아볼까 오히려 걱정입니다. 물론 천안함 침몰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으로 46명의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최소한의 의심을 갖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더군다나 정치 엘리트들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청문회에서 그런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을 밝히고 거짓을 점검하는 대신 야유와 선동으로 일관했습니다. 그것도 색깔 공세를 펴가며 말이죠. 김 후보자도 자신의 의심이 합리적이었음을 주장하기보다 꼬리를 내리며 이에 동조한 셈이 됐죠.

우리 사회는 반공이 국교인 듯합니다. 일부 목회자들은 북한이 범인이라는 믿음을 퍼뜨리고 입맛에 맞는 증거만 축복합니다. 반론과 의심은 불경이라며 처단하죠. 신자들은 멸공의 노래를 부르며 안도합니다. 그 축복 덕택에 우리는 제주도, 광주의 학살에 눈을 감았고 독재를, 그들의 고문과 살인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렇게 피를 불러온 “빨갱이” 딱지를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는 게 21세기 한국입니다. 그러니 태극기부대가, 박근혜를 향한 그들의 애정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공산주의가 몰락한 게 1990년대 초이지만 여의도는 1950년대 초에 아직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그런 국회에 미래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은 그냥 국민의 생떼가 아닐까요. 그러면, 그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그 국회는 왜 있는 걸까요. 그 대답을 위해서라도 국회는, 정부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과거 정부의 대응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야 합니다.